보관신탁 도입은 공직자윤리법 후퇴
정부 '주식백지신탁제' 개정방침 … "지금도 부족하다" 반대여론 높아
지역내일
2013-03-20
(수정 2013-03-20 오후 1:38:52)
정부가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사퇴이유가 된 주식백지신탁제 개정방안을 내놓은데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유능한 기업인 공직진출을 위해서라지만 공직자윤리법으로 보자면 개선이 아니라 후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손보겠다고 19일 밝혔다. 행안부는 "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 현행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유능한 기업인이 공직에 헌신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는 1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직위 또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을 함으로써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직무와 관련성 있는 주식을 3000만원 이상어치 보유할 경우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게 해서 공익과 사익간 이해충돌을 피한다는 취지다. 2003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입각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식 9194주와 스톡옵션 7만주 처분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한 뒤 제도도입 요구가 높아졌고 2005년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백지신탁을 하면 은행 등 수탁금융기관이 60일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고 다른 자산으로 바꾸되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정부는 이 백지신탁을 '보관신탁'으로 바꿔 수탁기관에서 해당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임기동안 보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자 대신 수탁기관이 주식을 보관하는만큼 사회적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창업기업인이나 기업지배권을 보유한 최대주주는 공직에 있는 동안 이사회 참석을 금지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주식 보유가 해당 공직자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퇴임할 때 주식 가치가 평균상승률을 초과하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제도개정 방향이 알려지면서 공직자윤리법이 후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명광복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간사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다면 이해충돌 해소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보관신탁 도입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마저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태원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인지하고 있다면 재직 중에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보관신탁은 명백한 공직자윤리법 후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 관련성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한다며 오히려 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실제 참여연대가 지난해 백지신탁제 7년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위원회는 2006~2012년 심사대상자 2582명 중 464의명 주식에 대해서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결정을 내렸다. 행안부 경찰청 국방부 국정원 등 공직자는 2006년 이래 누구도 '직무 관련 있음' 결정을 받지 않았다. 전문적 세부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위원회는 2005년 12월 간접투자증권과 부동산투자회사 선박투자회사 외국기업 주식을 직무관련성 없는 주식으로 고시, 심사재산 범위를 크게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백지신탁제 손질을 계기로 '유능한 기업인'이라면 누구라도 공직에 입문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명광복 간사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기업인이라야 공직자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안태원 상임이사도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정책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오해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포기하기 어려운 기업인은 굳이 공직이 아니라도 국정 자문을 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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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손보겠다고 19일 밝혔다. 행안부는 "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 현행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유능한 기업인이 공직에 헌신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는 1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직위 또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을 함으로써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직무와 관련성 있는 주식을 3000만원 이상어치 보유할 경우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게 해서 공익과 사익간 이해충돌을 피한다는 취지다. 2003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입각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식 9194주와 스톡옵션 7만주 처분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한 뒤 제도도입 요구가 높아졌고 2005년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백지신탁을 하면 은행 등 수탁금융기관이 60일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고 다른 자산으로 바꾸되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정부는 이 백지신탁을 '보관신탁'으로 바꿔 수탁기관에서 해당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임기동안 보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자 대신 수탁기관이 주식을 보관하는만큼 사회적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창업기업인이나 기업지배권을 보유한 최대주주는 공직에 있는 동안 이사회 참석을 금지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주식 보유가 해당 공직자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퇴임할 때 주식 가치가 평균상승률을 초과하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제도개정 방향이 알려지면서 공직자윤리법이 후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명광복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간사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다면 이해충돌 해소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보관신탁 도입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마저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태원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인지하고 있다면 재직 중에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보관신탁은 명백한 공직자윤리법 후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 관련성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한다며 오히려 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실제 참여연대가 지난해 백지신탁제 7년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위원회는 2006~2012년 심사대상자 2582명 중 464의명 주식에 대해서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결정을 내렸다. 행안부 경찰청 국방부 국정원 등 공직자는 2006년 이래 누구도 '직무 관련 있음' 결정을 받지 않았다. 전문적 세부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위원회는 2005년 12월 간접투자증권과 부동산투자회사 선박투자회사 외국기업 주식을 직무관련성 없는 주식으로 고시, 심사재산 범위를 크게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백지신탁제 손질을 계기로 '유능한 기업인'이라면 누구라도 공직에 입문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명광복 간사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기업인이라야 공직자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안태원 상임이사도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정책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오해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포기하기 어려운 기업인은 굳이 공직이 아니라도 국정 자문을 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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