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3월 19일 세계 최대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괌에서 출격한 이 폭격기는 4시간 만에 강원도 영월 상공에 도착해 가상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곤 괌으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매체는 펜타곤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한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북한을 겨냥한 모의 핵폭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B-52 전폭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 핵 전력의 삼중점(triad) 가운데 하나이다. 길이와 너비는 50m 안팎이고 무게는 200톤이 넘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6000km, 최대 상승고도는 17km, 최대 작전반경 7000km에 달한다.
무장 능력도 엄청나다. 약 3200kg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재래식 폭탄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대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최대 12기까지 장착되는 핵미사일의 개당 폭발력은 170-200k톤 수준인데,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한미 양국 정부가 B-52의 출격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한반도 안팎에서 모의 핵공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치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일까?
미국은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의 일환인 핵우산 제공을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력시위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편, 한국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억제 논리가 담겨 있다. 바로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론과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한국 내에서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그 강도가 훨씬 강해지고 있다.
유력 언론인과 정치인,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핵무장 찬성론은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내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촉각을 곤두세운 미국은 B-52를 동원해 미국의 핵우산은 확고하니 한국이 핵을 갖거나 미국 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비밀 핵 개발을 무산시킨 반면에,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 및 대북 군사 태세는 강화해 나갔다.
기존의 합동군사훈련을 대폭 강화한 '팀 스피릿(연합정신) 훈련'이 대표적이다. 대북 핵 공격 훈련도 포함된 팀 스피릿 훈련은 박정희의 핵 개발 포기와 미국의 안보공약 강화의 '교환'이었다.
무력시위의 역효과도 생각해야
그런데 이 훈련의 실시 여부에 따라 이후 한반도 정세는 크게 출렁였다. 무엇보다도 '팀 스피릿'은 한국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데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 개발을 야기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미국이 전략 폭격기와 핵잠수함까지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남한을 상대로 '이중 억제'의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시위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핵무장론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선의 길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군사적 힘을 마음껏 과시한 미국이 이젠 외교적 능력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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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세계 최대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괌에서 출격한 이 폭격기는 4시간 만에 강원도 영월 상공에 도착해 가상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곤 괌으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매체는 펜타곤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한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북한을 겨냥한 모의 핵폭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B-52 전폭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 핵 전력의 삼중점(triad) 가운데 하나이다. 길이와 너비는 50m 안팎이고 무게는 200톤이 넘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6000km, 최대 상승고도는 17km, 최대 작전반경 7000km에 달한다.
무장 능력도 엄청나다. 약 3200kg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재래식 폭탄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대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최대 12기까지 장착되는 핵미사일의 개당 폭발력은 170-200k톤 수준인데,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한미 양국 정부가 B-52의 출격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한반도 안팎에서 모의 핵공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치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일까?
미국은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의 일환인 핵우산 제공을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력시위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편, 한국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억제 논리가 담겨 있다. 바로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론과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한국 내에서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그 강도가 훨씬 강해지고 있다.
유력 언론인과 정치인,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핵무장 찬성론은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내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촉각을 곤두세운 미국은 B-52를 동원해 미국의 핵우산은 확고하니 한국이 핵을 갖거나 미국 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비밀 핵 개발을 무산시킨 반면에,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 및 대북 군사 태세는 강화해 나갔다.
기존의 합동군사훈련을 대폭 강화한 '팀 스피릿(연합정신) 훈련'이 대표적이다. 대북 핵 공격 훈련도 포함된 팀 스피릿 훈련은 박정희의 핵 개발 포기와 미국의 안보공약 강화의 '교환'이었다.
무력시위의 역효과도 생각해야
그런데 이 훈련의 실시 여부에 따라 이후 한반도 정세는 크게 출렁였다. 무엇보다도 '팀 스피릿'은 한국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데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 개발을 야기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미국이 전략 폭격기와 핵잠수함까지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남한을 상대로 '이중 억제'의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시위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핵무장론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선의 길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군사적 힘을 마음껏 과시한 미국이 이젠 외교적 능력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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