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벼랑끝에 선 한국의 중장년

지역내일 2013-03-22
김명전 성균관대 초빙교수

'아무르(Amour)'는 사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지난달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영화상을 받은 71세 영화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생의 마지막을 사랑의 이불로 죽음을 덮는 중산층 노부부의 선택을 통해 인생에 대한 아픔과 성찰을 갖게 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 영화가 요즘 우리나라 중장년층에게 큰 공감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베이비붐세대 및 에코세대의 자살특성분석보고'2013.3.13)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 10만 명 당 자살율이 2008년 31.4명에서 2011년에는 40.6명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6명씩 자살로 세상과 작별 한다. 자살의 주된 원인은 2010년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조기은퇴와 창업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 이라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내용이 보도 되었음에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OECD 자살율 1위 국가다운 우리 사회의 무덤덤한 반응이 더 무섭다.

한국의 중장년층, 농경시대에 태어나 산업화 시대의 주력으로 치열한 생존경쟁 무대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으며 IT 시대의 서막을 열고 퇴장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주류다. 대부분이 닮은꼴인 고단한 삶의 여정을 달려 왔다. 그럼에도 인생의 끝자락까지 벗을 수 없는 무거운 짊은 그대로 진 채 고려장 같은 은퇴자로 밀려나 자살로 마감하는 이 시대의 암울한 초상이 되었다.

베이비부머들 자살률 높아

한국 중산층의 위기는 '가계궁핍화'에 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3월18일)에 따르면 자신을 중산층의 중간(중중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002년에 55%에서 2012년 39%로 10년 만에 16%나 줄었다.

이같은 인식은 실제 국민소득에서 기업(자본)과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의 비율인 '노동소득배분율'로 확인된다. 노동소득 배분은 1996년 63%에서 계속 낮아져 지난해는 59%로 떨어졌다.

국민처분가능소득의 배분 비율도 마찬가지다. 법인과 개인에게 배분된 몫을 보면 법인은 1996년 3.4%에서 지난해 14% 로 높아진 반면 개인은 74%에서 63%로 내려갔다(노동사회연구소). 지난 15년 동안 약 100조원의 소득이 개인에서 기업(법인)으로 옮겨간 셈이다.

한국의 중장년층들은 경제발전이라는 시대적 갈급함에 성장의 채찍을 기꺼이 맞으며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이제 빈손으로 생의 벼랑끝에 서 있다.

'경제민주화'는 선거용 구호로 그치고 잊혀지는 분위기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50대의 인생보고서를 냈다. "농업세대인 부모 부양과 IT 세대인 자식들의 양육을 책임지면서 근대와 현대 사이에서 성실하게 일한 세대, 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왔지만, 정작 자신들이 의지할 다리는 없는 허망하고 쓸쓸한 가교세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들이 만나야 할 내일을 자신의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노년층 빈곤' 국가적 대책 세워야

한국의 중장년층이 '아무르'에 공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아무르,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미화해도 죽음은 슬프다. 자살은 더욱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할 포용과 나눔.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함께 아파하고 걱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국가 정책의 초점도 그리 맞출 때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성장 동력도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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