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며칠 전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다소 소강상태에 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북한매체들이 사용하는 표현도 많이 완화된 느낌이다. 왜 그러한 느낌을 받을까? 남북한과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했기에 그러한 느낌을 받는가? 실제로 긴장감소가 일어났는가?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전쟁위협이 소강상태에 든 것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 훈련이 21일에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훈련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발생시를 대비하여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미군 증원군을 한반도에 수용하여 신속하게 전개하는 훈련이다. 그런데 이 훈련의 내용에는 전쟁이 나면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고 평양을 접수하는 내용이 들어있어서 북한이 크게 반발했다.
한편, 북한 측의 긴장완화 제스처도 있었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 종료 나흘 전인 3월 18일 전국경공업대회를 개최했다.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을 막고 평화적인 환경에서 경제건설을 다그쳐 인민생활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바로 그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4월 1일에 개최하겠다고 공시했다.
남한도 긴장완화의 제스처를 취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3월 22일 박근혜정부는 유진벨재단의 대북 결핵치료제 반출을 승인했다. 통일부는 순수한 인도적 지원차원에서 이뤄진 조치가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박근혜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부터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한 모두 긴장완화 제스처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긴장완화 제스처들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감소된 것은 아니다. 독수리훈련은 지금 계속되고 있으며, 김정은은 연이어 군부대들을 방문하여 전투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또 북한군의 항공기 출격 횟수는 이달 들어 하루 300여 차례 이상, 즉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미 양국은 키 리졸브가 끝난 다음날인 3월 22일 공동국지도발 작전계획에 서명했다. 북한이 서해5도나 비무장지대 등에서 국지도발을 하면 한국군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응징하는 것'까지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하고 미국이 이를 돕기로 한 것이다. 유사시 전쟁확대를 막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독수리훈련이 끝나면, 북한과 직접 혹은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여 소통을 시작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을 통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기싸움'은 금물이다. 서해에서 혹시라도 연평도포격과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먼저 신뢰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북한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 측에서 먼저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이 먼저 협력적인 조치를 취하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리의 정책은 수동적인 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
다양한 채널 동원, 소통 시작하자
지금 같은 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 노력이 적극적인 민족화해와 평화정착의 노력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지 않으면, 과도한 군비경쟁과 과도한 정치·경제적 비용, 그리고 안보위기의 재발 등으로 우리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안보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독수리훈련 중인 4월 11일 방한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독수리훈련이 끝난 후 5월 초순에 미국을 방문한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여타 우선순위들 때문에 어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 처지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부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가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올 여름부터는 대북 신뢰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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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다소 소강상태에 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북한매체들이 사용하는 표현도 많이 완화된 느낌이다. 왜 그러한 느낌을 받을까? 남북한과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했기에 그러한 느낌을 받는가? 실제로 긴장감소가 일어났는가?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전쟁위협이 소강상태에 든 것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 훈련이 21일에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훈련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발생시를 대비하여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미군 증원군을 한반도에 수용하여 신속하게 전개하는 훈련이다. 그런데 이 훈련의 내용에는 전쟁이 나면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고 평양을 접수하는 내용이 들어있어서 북한이 크게 반발했다.
한편, 북한 측의 긴장완화 제스처도 있었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 종료 나흘 전인 3월 18일 전국경공업대회를 개최했다.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을 막고 평화적인 환경에서 경제건설을 다그쳐 인민생활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바로 그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4월 1일에 개최하겠다고 공시했다.
남한도 긴장완화의 제스처를 취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3월 22일 박근혜정부는 유진벨재단의 대북 결핵치료제 반출을 승인했다. 통일부는 순수한 인도적 지원차원에서 이뤄진 조치가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박근혜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부터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한 모두 긴장완화 제스처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긴장완화 제스처들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감소된 것은 아니다. 독수리훈련은 지금 계속되고 있으며, 김정은은 연이어 군부대들을 방문하여 전투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또 북한군의 항공기 출격 횟수는 이달 들어 하루 300여 차례 이상, 즉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미 양국은 키 리졸브가 끝난 다음날인 3월 22일 공동국지도발 작전계획에 서명했다. 북한이 서해5도나 비무장지대 등에서 국지도발을 하면 한국군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응징하는 것'까지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하고 미국이 이를 돕기로 한 것이다. 유사시 전쟁확대를 막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독수리훈련이 끝나면, 북한과 직접 혹은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여 소통을 시작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을 통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기싸움'은 금물이다. 서해에서 혹시라도 연평도포격과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먼저 신뢰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북한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 측에서 먼저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이 먼저 협력적인 조치를 취하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리의 정책은 수동적인 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
다양한 채널 동원, 소통 시작하자
지금 같은 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 노력이 적극적인 민족화해와 평화정착의 노력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지 않으면, 과도한 군비경쟁과 과도한 정치·경제적 비용, 그리고 안보위기의 재발 등으로 우리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안보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독수리훈련 중인 4월 11일 방한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독수리훈련이 끝난 후 5월 초순에 미국을 방문한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여타 우선순위들 때문에 어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 처지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부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가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올 여름부터는 대북 신뢰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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