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삼성생명이 일류가 못되는 이유

지역내일 2013-03-27
안찬수 편집위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업경영관은 '일류기업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베이징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조직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요지의 말을 해 당시 김영삼정부에서 곤욕을 치렀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류 기업'이 되라는 주문을 해왔다.

1987년 삼성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 회장은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바꾸겠습니다"고 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났던 이 회장이 2010년 3월 24일 경영에 복귀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1987년 12월 1일 마흔다섯의 나이로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는 26년째가 된다.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303배로 늘었고, 10조원이 안 되던 매출은 311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서 28%로 늘었다. 현재 삼성은 브랜드 가치만 37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일류 기업의 위치에 올랐다. 꿈으로 보이던 포부는 현실이 됐다.

보험고객 등치는 담합은 시장경제 교란시킨 범죄행위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삼성전자에 관한 것이라면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정작 이건희 회장이 20.76%의 주식지분을 소유해 개인 1대 주주로 있는 삼성생명이라는 회사로 주제가 옮겨가면 '그건 아니올시다'인 것 같다.

삼성생명이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바꿔야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소비자를 속이고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담합범죄의 DNA를 지워야 할 것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교보, 한화 등 9개 생명보험회사와 짜고 2001년부터 2009년까지 8년간 변액보험 최저사망보험금 보증수수료 등을 담합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삼성생명의 담합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적발된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의 이자율 담합은 소비자 피해추산액이 무려 17조원에 이르는 대형 범죄 사건이다. 당시 삼성생명 등 대형 3사를 비롯 12개 회사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개인보험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해 개인보험계약 1억2000만건에 대해 17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부당이득의 대부분은 보험회사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터인데 삼성생명의 경우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이 담함 범죄로 챙긴 돈은 상상을 초월한 액수일 것이다. 삼성생명이 낀 담합사건이 적발된 것은 이 외에도 2008년 8월 법인단체보험 가격담합, 공무원단체보험 입찰담합, 퇴직보험 가격담합 등 여러 건이다.

우리나라 보험업계 1위 생보사로서 그것도 다른 범죄도 아닌 소비자 등이나 치는 담합 범죄에 여기저기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품격이 떨어지는 일이다. 더구나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회사가 아니던가.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이 다시 그룹 경영에 복귀하게 된 데는 미국 월가발 금융위기로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하고, 일본 도요타가 미국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일으키는 등 기업 존망의 위기감이 커진 것이 계기가 됐다.

소비자 무시하는 기업, 절대 일류 될 수 없어

도요타 급발진 사태에 따른 미국 여론 악화는 잘 나가던 일류기업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 대한 단 한번의 실수로 그룹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대규모 기름 누출 사고를 일으킨 브리티시 페트롤륨(BP) 사태 역시 소비자를 속인 기업이 치르는 엄청난 대가를 잘 보여준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1993년 6월 13일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라며 내놓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어낸 변화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 임직원들은 그 이틀 뒤 이 회장이 했던 말을 망각한 모양이다.

1993년 6월 15일 이 회장은 임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량 제품을 태워가며 "소비자한테 돈 받고 물건 파는데 불량품 내놓고 하는 것이 미안하지도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을 비롯 삼성생명 임직원들은 언행일치의 실천으로 그동안 피해를 끼친 소비자에게 보상을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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