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충분한 수준으로 구현될 때까지 … 한수원, 경영혁신 박차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최초로 원전을 수주했던 기억을 사라지고, 불안만 엄습했다.
올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전제로 한 원전 유지'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김균섭)은 경영혁신 가속화로 원전 안전성 유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1년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전년대비 2.5% 증가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소비량도 늘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석유전문회사 BP는 화석연료의 매장량과 관련해 석유 54.2년, 천연가스 63.6년, 석탄 112년으로 전망했다. 그 이후에는 고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매장량은 탐사·생산기술 발달과 유가 추이에 따라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지만 피크점에 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반해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에너지밀도가 워낙 커 원료 자체가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유리한 측면이다.
실례로 우라늄 1g은 양질의 석탄 3톤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맞먹는다.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려면 석유는 150만톤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18톤이면 되는 셈이다.
또 원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효과가 월등하다.
원자력 발전은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에너지원보다 경쟁력을 지녔다. 2012년말 국내 전력시장의 kWh당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원자력은 39원인 반면 석탄 66원, LNG 210원, 석유 253원, 태양광 599원에 달했다. 원전 때문에 값싼 전기를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현실 감안해야 =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은 발전단가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석탄이나 석유 등의 원료는 꾸준히 인상돼 원료 수입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원자력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g/KWh)을 보면 석탄 991g, 천연가스 549g, 석유 782g, 태양광은 57g인 반면 원전은 10g에 불과하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독자적인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원자력발전만큼 효율적이지 못한데다 국내 환경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대규모의 평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땅이 협소해 태양광 발전에 부적합한 국가로 꼽힌다. 장마철이나 밤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풍력 발전 역시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으려면 지능형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충분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전까지 원자력 발전을 '징검다리' 삼아 위기를 넘긴 후 궁극적으로 중장기 에너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혁신으로 안전성 배가 = 이와 관련, 한수원은 경영혁신을 통해 원전 안전성을 배가시킨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프로세스경영(BPM) 구축이 완료되면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의 여부가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된다.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에서 어긋난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수원은 구매·자재, 품질관리 등 원전 안전성 및 경영투명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핵심 분야에 가장 먼저 BPM을 도입,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또 원전기자재 추적관리 IT 시스템(RFID)도 최근 도입했다. 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QR코드)나 식별표를 부착, 입고에서부터 폐기, 반출될 때까지 모든 이력을 한눈으로 감시,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BPM 시스템 구축으로 원전 기자재 무단반출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납품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안전한 원전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BPM 적용을 확대해 발전운영·정비, 건설사업관리 등 2개 분야는 5월초 운영하고, 올해 말까지 재무와 회계, 시운전, 방사선환경관리 등 16개 업무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안전분야 해외자문, 진단 실시 = 한수원은 또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원전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진단도 받고 있다.
원전 안전운영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를 초빙, 안전문화와 원전 운영체계 등을 진단받고, 이에 대한 자문을 통해 한수원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해말 미국 최대 원전운영사인 엑셀론사와 안전자문 협정을 체결하고, 이 회사 안전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호비씨를 안전고문으로 임명했다.
세계적인 전문가가 외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문 활동을 통해 기존 안전진단 체계에서 발견되지 못하는 내부 문제점까지 끄집어낸다는 구상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GS-R-3)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통합운영 매뉴얼을 개발, 과거 품질 중심의 프로세스에서 품질, 보건, 안전, 보안, 환경요소를 통합 관리하는 '한수원 원전안전 통합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원전운영 신뢰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원전 관련 매뉴얼이 3만8000여개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해 향후 매뉴얼 정비를 위한 별도의 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내에 매뉴얼을 단순화, 표준화하기로 했다.
구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마련, 수의계약 요건도 강화했다.
각 발전소에서 구매해왔던 발전소별 구매 기능을 폐지하고, 모든 구매 업무를 본사에서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대적인 혁신인사와 외부 수혈 = 김균섭 사장은 경력직 채용 등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에도 적극 나섰다. 고위 간부의 사내·외 공모 선발을 통해 '인사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최근 기획지역협력본부장, 법무실장, 경영혁신실장 등을 외부에서 채용했고, 내·외부 공모를 통해 설비본부장과 지역상생협력처장 등을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원전본부장에 외부 인사를 발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 이상을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연공서열 원칙에서 벗어나 뛰어난 업무능력과 청렴성을 갖춘 인사를 주요 보직에 임명한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필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경쟁을 통해 선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전 안전성 제고와 함께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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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최초로 원전을 수주했던 기억을 사라지고, 불안만 엄습했다.
올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전제로 한 원전 유지'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김균섭)은 경영혁신 가속화로 원전 안전성 유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1년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전년대비 2.5% 증가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소비량도 늘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석유전문회사 BP는 화석연료의 매장량과 관련해 석유 54.2년, 천연가스 63.6년, 석탄 112년으로 전망했다. 그 이후에는 고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매장량은 탐사·생산기술 발달과 유가 추이에 따라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지만 피크점에 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반해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에너지밀도가 워낙 커 원료 자체가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유리한 측면이다.
실례로 우라늄 1g은 양질의 석탄 3톤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맞먹는다.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려면 석유는 150만톤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18톤이면 되는 셈이다.
또 원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효과가 월등하다.
원자력 발전은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에너지원보다 경쟁력을 지녔다. 2012년말 국내 전력시장의 kWh당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원자력은 39원인 반면 석탄 66원, LNG 210원, 석유 253원, 태양광 599원에 달했다. 원전 때문에 값싼 전기를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현실 감안해야 =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은 발전단가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석탄이나 석유 등의 원료는 꾸준히 인상돼 원료 수입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원자력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g/KWh)을 보면 석탄 991g, 천연가스 549g, 석유 782g, 태양광은 57g인 반면 원전은 10g에 불과하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독자적인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원자력발전만큼 효율적이지 못한데다 국내 환경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대규모의 평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땅이 협소해 태양광 발전에 부적합한 국가로 꼽힌다. 장마철이나 밤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풍력 발전 역시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으려면 지능형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충분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전까지 원자력 발전을 '징검다리' 삼아 위기를 넘긴 후 궁극적으로 중장기 에너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혁신으로 안전성 배가 = 이와 관련, 한수원은 경영혁신을 통해 원전 안전성을 배가시킨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프로세스경영(BPM) 구축이 완료되면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의 여부가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된다.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에서 어긋난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수원은 구매·자재, 품질관리 등 원전 안전성 및 경영투명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핵심 분야에 가장 먼저 BPM을 도입,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또 원전기자재 추적관리 IT 시스템(RFID)도 최근 도입했다. 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QR코드)나 식별표를 부착, 입고에서부터 폐기, 반출될 때까지 모든 이력을 한눈으로 감시,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BPM 시스템 구축으로 원전 기자재 무단반출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납품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안전한 원전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BPM 적용을 확대해 발전운영·정비, 건설사업관리 등 2개 분야는 5월초 운영하고, 올해 말까지 재무와 회계, 시운전, 방사선환경관리 등 16개 업무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안전분야 해외자문, 진단 실시 = 한수원은 또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원전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진단도 받고 있다.
원전 안전운영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를 초빙, 안전문화와 원전 운영체계 등을 진단받고, 이에 대한 자문을 통해 한수원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해말 미국 최대 원전운영사인 엑셀론사와 안전자문 협정을 체결하고, 이 회사 안전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호비씨를 안전고문으로 임명했다.
세계적인 전문가가 외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문 활동을 통해 기존 안전진단 체계에서 발견되지 못하는 내부 문제점까지 끄집어낸다는 구상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GS-R-3)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통합운영 매뉴얼을 개발, 과거 품질 중심의 프로세스에서 품질, 보건, 안전, 보안, 환경요소를 통합 관리하는 '한수원 원전안전 통합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원전운영 신뢰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원전 관련 매뉴얼이 3만8000여개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해 향후 매뉴얼 정비를 위한 별도의 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내에 매뉴얼을 단순화, 표준화하기로 했다.
구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마련, 수의계약 요건도 강화했다.
각 발전소에서 구매해왔던 발전소별 구매 기능을 폐지하고, 모든 구매 업무를 본사에서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대적인 혁신인사와 외부 수혈 = 김균섭 사장은 경력직 채용 등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에도 적극 나섰다. 고위 간부의 사내·외 공모 선발을 통해 '인사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최근 기획지역협력본부장, 법무실장, 경영혁신실장 등을 외부에서 채용했고, 내·외부 공모를 통해 설비본부장과 지역상생협력처장 등을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원전본부장에 외부 인사를 발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근무기강 확립과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 이상을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연공서열 원칙에서 벗어나 뛰어난 업무능력과 청렴성을 갖춘 인사를 주요 보직에 임명한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필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경쟁을 통해 선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전 안전성 제고와 함께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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