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프랑스 하원의 법사위원회가 3월27일 '국가원수 모욕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오는 18일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도 별 문제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국가원수 모욕죄가 이제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역사의 유물 창고에 들어갈 운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랑스 의회가 이 법안을 상정하게 된 것이 자발적인 발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럽평의회(Coucil of Europe)에 가입한 47개 회원국이면 어느 나라나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 주지(主旨)에 맞게 국내법을 개정 보완해야 하는 조약 의무를 이행하는 행위였다는 사실이 그런 예언(?)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유럽의 인권 보호와 언론자유의 확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일반 국제재판소와 달리 국가기관 뿐 아니라 개인도 인권 문제에 관해 소원(訴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럽평의회의 사법기관이다. 회원국의 법률이나 정책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개인의 소원이 청구되면 초국가적 차원에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헌법재판소가 국내법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듯이 유럽인권재판소는 회원국의 인권문제에 관해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하원이 국가원수 모욕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에 착수한 것도 ECHR이 국가원수 모욕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유럽 국가가 모두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사정에 따라 인권상의 피해를 보는 개인이 많다. 그러므로 인권 문제로 개인이 유럽인권재판소를 찾는 사례가 많다. 인권재판소의 역할이 그 만큼 크다. ECHR는 지난 50년 간 유럽평의회의 회원국 8억 인구가 청구한 1만 건이 넘는 인권문제를 해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성공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프랑스의 국가원수 모욕죄 폐지 운명
인권과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유럽에서 ECHR가 이렇게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면 아시아에 인권재판소가 설치될 때 그 역할이 얼마나 기대되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인권과 민주주의 신장을 지향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그 어떤 협력보다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치에 온 힘을 합칠 것을 역설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국가원수 모욕죄 문제를 제기시킨 장본인은 사르코지 대통령이다. 사르코지는 취임 1년이 채 안된 2008년 2월 28일 파리 교외에서 개최된 연례 농업전시회를 참관하던 중 한 시민이 자신과의 악수를 거부하자 많은 군중 앞에서 악수를 거부한 시민을 향해 "머저리야 꺼져!"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몇 달 뒤 사르코지 대통령이 마옌느도(道) 순방길에 올랐다. 이 때 지방의원 출신 에르베 에옹이 사르코지가 탄 자동차 앞으로 다가가 "머저리야 꺼져!"라고 쓴 손 팻말을 흔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었다. 검찰이 에옹을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하고 1000유로(14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징적인 30유로(4만2000원)의 벌금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사가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에옹은 불만이었다. 똑같은 표현인데 처벌을 받은 것은 힘없는 시민뿐이다. 수긍하기 어려웠다. 항고했다. 그래도 재판 결과는 같았다. 에옹은 프랑스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에 문제를 호소했다.
인권보호와 언론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ECHR는 3월 14일 판결에서 2008년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머저리야 꺼져!"라고 쓴 손 팻말을 휘두른 행동에 3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한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비록 벌금은 소액이지만 문제의 팻말을 든 시민에게 국가원수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한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판소는 또 팻말의 표현을 단죄함으로써 토론의 소재를 제공할 수 있는 풍자적 표현의 효과를 억제할 위험을 키웠다며 '균형을 일은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모욕죄 폐지를 만장일치로 가결한 하원 법사위는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대통령과 시민의 '모욕' 발언도 대등하게 다뤄야지 법적용의 차이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인권보호와 언론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치의 필요성을 더욱 촉구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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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의 법사위원회가 3월27일 '국가원수 모욕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오는 18일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도 별 문제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국가원수 모욕죄가 이제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역사의 유물 창고에 들어갈 운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랑스 의회가 이 법안을 상정하게 된 것이 자발적인 발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럽평의회(Coucil of Europe)에 가입한 47개 회원국이면 어느 나라나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 주지(主旨)에 맞게 국내법을 개정 보완해야 하는 조약 의무를 이행하는 행위였다는 사실이 그런 예언(?)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유럽의 인권 보호와 언론자유의 확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일반 국제재판소와 달리 국가기관 뿐 아니라 개인도 인권 문제에 관해 소원(訴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럽평의회의 사법기관이다. 회원국의 법률이나 정책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개인의 소원이 청구되면 초국가적 차원에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헌법재판소가 국내법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듯이 유럽인권재판소는 회원국의 인권문제에 관해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하원이 국가원수 모욕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에 착수한 것도 ECHR이 국가원수 모욕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유럽 국가가 모두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사정에 따라 인권상의 피해를 보는 개인이 많다. 그러므로 인권 문제로 개인이 유럽인권재판소를 찾는 사례가 많다. 인권재판소의 역할이 그 만큼 크다. ECHR는 지난 50년 간 유럽평의회의 회원국 8억 인구가 청구한 1만 건이 넘는 인권문제를 해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성공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프랑스의 국가원수 모욕죄 폐지 운명
인권과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유럽에서 ECHR가 이렇게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면 아시아에 인권재판소가 설치될 때 그 역할이 얼마나 기대되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인권과 민주주의 신장을 지향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그 어떤 협력보다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치에 온 힘을 합칠 것을 역설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국가원수 모욕죄 문제를 제기시킨 장본인은 사르코지 대통령이다. 사르코지는 취임 1년이 채 안된 2008년 2월 28일 파리 교외에서 개최된 연례 농업전시회를 참관하던 중 한 시민이 자신과의 악수를 거부하자 많은 군중 앞에서 악수를 거부한 시민을 향해 "머저리야 꺼져!"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몇 달 뒤 사르코지 대통령이 마옌느도(道) 순방길에 올랐다. 이 때 지방의원 출신 에르베 에옹이 사르코지가 탄 자동차 앞으로 다가가 "머저리야 꺼져!"라고 쓴 손 팻말을 흔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었다. 검찰이 에옹을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하고 1000유로(14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징적인 30유로(4만2000원)의 벌금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사가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에옹은 불만이었다. 똑같은 표현인데 처벌을 받은 것은 힘없는 시민뿐이다. 수긍하기 어려웠다. 항고했다. 그래도 재판 결과는 같았다. 에옹은 프랑스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에 문제를 호소했다.
인권보호와 언론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ECHR는 3월 14일 판결에서 2008년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머저리야 꺼져!"라고 쓴 손 팻말을 휘두른 행동에 3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한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비록 벌금은 소액이지만 문제의 팻말을 든 시민에게 국가원수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한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판소는 또 팻말의 표현을 단죄함으로써 토론의 소재를 제공할 수 있는 풍자적 표현의 효과를 억제할 위험을 키웠다며 '균형을 일은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모욕죄 폐지를 만장일치로 가결한 하원 법사위는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대통령과 시민의 '모욕' 발언도 대등하게 다뤄야지 법적용의 차이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인권보호와 언론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치의 필요성을 더욱 촉구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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