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당국이 직접 규제해달라" … 금융당국 "도입할 생각 없다"
카드업계가 영업 수익의 30% 가까이 되는 마케팅 비용을 규제해달라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통 금융당국이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업계가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마케팅 비용에 대한 한도 설정은 정반대다.
지난 2011년말 기준으로 전업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와 카드 모집, 광고 등에 쓴 마케팅 비용은 5조1000억원으로, 영업 수익(18조1586억원)의 28.1%에 달한다. 영업 비용(14조644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4.8%나 된다.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0%대였다. 그러던 것이 카드사간에 외형확대 경쟁이 벌어지면서 2010년에는 영업수익의 20%로 껑충 뛰었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지난 2011년 9월 카드대출 자산과 신용카드 이용한도, 신규 카드발급 건수를 마케팅 비용과 함께 감독지표로 설정, 직접적인 영업규제를 도입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최대 12%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010년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5.8% 증가했던 것을 감안해 설정했던 지표다. 2011년에는 영업수익이 21.4% 증가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에는 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한도인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했다. 카드사의 레버리지 상한선은 6배로, 이를 맞추기 위해 카드사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하든지, 부채를 줄여야 한다. 다만, 3년 유예기간을 줬다.
◆마케팅 비용, 영업수익의 28%나 차지해 = 그러나 이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은 계속 늘어2011년에는 28%까지 상승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하나SK카드, 시장점유율이 10% 이하인 롯데카드의 마케팅 비용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특히 새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으로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이 15% 넘게 감소한 여건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는 이익 규모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카드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 순이익이 줄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카드는 금융상품으로, 제조업 제품처럼 마케팅을 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즉 마케팅을 하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만 양산한다는 것.
업계는 마케팅 비용 한도를 영업수익의 20% 내에서 설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카드사별 자산규모와 시장점유율에 따라 다소 차이는 둘 수 있지만,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도입하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카드사 규모와 은행계, 기업계 성격에 따라 온도차는 있었다. 기업계 카드사는 선발 카드사에 유리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금융당국이 도입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금융위, 간접규제 방식은 검토 =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간에 입장이 엇갈렸다. 금감원은 지난해말부터 직접적인 영업규제를 하지 않고 레버리지 도입은 유예중이라, 마케팅 비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한도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신용판매에서 과도한 마케팅비용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이를 고금리의 대출장사로 보전하는 구조를 더 이상 두고 볼수 없다는 것.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1조2000억원의 무이자 할부 비용을 고금리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용자들에게서 낸 수익이나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로 충당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시장이 서로 뺏고 뺏기는 시장이라 마케팅 비용이 쉽게 줄지 않는다"며 "카드사에 대한 경영실태평가항목에 마케팅 비용을 반영해 평가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법령에 넣어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도입 권한을 쥔 금융위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대한 문제점은 공감하면서도, 한도 설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 혜택과 관련돼 있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또 지난해 12월 도입한 새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정착되면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굳이 한도 설정까지 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접 검사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한도 설정에 대해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것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며 "카드사들이 스스로 한도를 설정하든지, 만약 도입한다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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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영업 수익의 30% 가까이 되는 마케팅 비용을 규제해달라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통 금융당국이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업계가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마케팅 비용에 대한 한도 설정은 정반대다.
지난 2011년말 기준으로 전업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와 카드 모집, 광고 등에 쓴 마케팅 비용은 5조1000억원으로, 영업 수익(18조1586억원)의 28.1%에 달한다. 영업 비용(14조644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4.8%나 된다.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0%대였다. 그러던 것이 카드사간에 외형확대 경쟁이 벌어지면서 2010년에는 영업수익의 20%로 껑충 뛰었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지난 2011년 9월 카드대출 자산과 신용카드 이용한도, 신규 카드발급 건수를 마케팅 비용과 함께 감독지표로 설정, 직접적인 영업규제를 도입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최대 12%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010년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5.8% 증가했던 것을 감안해 설정했던 지표다. 2011년에는 영업수익이 21.4% 증가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에는 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한도인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했다. 카드사의 레버리지 상한선은 6배로, 이를 맞추기 위해 카드사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하든지, 부채를 줄여야 한다. 다만, 3년 유예기간을 줬다.
◆마케팅 비용, 영업수익의 28%나 차지해 = 그러나 이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은 계속 늘어2011년에는 28%까지 상승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하나SK카드, 시장점유율이 10% 이하인 롯데카드의 마케팅 비용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특히 새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으로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이 15% 넘게 감소한 여건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는 이익 규모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카드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 순이익이 줄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카드는 금융상품으로, 제조업 제품처럼 마케팅을 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즉 마케팅을 하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만 양산한다는 것.
업계는 마케팅 비용 한도를 영업수익의 20% 내에서 설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카드사별 자산규모와 시장점유율에 따라 다소 차이는 둘 수 있지만,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도입하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카드사 규모와 은행계, 기업계 성격에 따라 온도차는 있었다. 기업계 카드사는 선발 카드사에 유리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금융당국이 도입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금융위, 간접규제 방식은 검토 =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간에 입장이 엇갈렸다. 금감원은 지난해말부터 직접적인 영업규제를 하지 않고 레버리지 도입은 유예중이라, 마케팅 비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한도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신용판매에서 과도한 마케팅비용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이를 고금리의 대출장사로 보전하는 구조를 더 이상 두고 볼수 없다는 것.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1조2000억원의 무이자 할부 비용을 고금리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용자들에게서 낸 수익이나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로 충당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시장이 서로 뺏고 뺏기는 시장이라 마케팅 비용이 쉽게 줄지 않는다"며 "카드사에 대한 경영실태평가항목에 마케팅 비용을 반영해 평가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법령에 넣어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도입 권한을 쥔 금융위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대한 문제점은 공감하면서도, 한도 설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 혜택과 관련돼 있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또 지난해 12월 도입한 새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정착되면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굳이 한도 설정까지 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접 검사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한도 설정에 대해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것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며 "카드사들이 스스로 한도를 설정하든지, 만약 도입한다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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