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코레일 , 청소년 힐링열차 '나를 찾아 떠나는 남도여행' 첫 운행
"공짜로 기차 태워준다 해서 이틀 버리는 셈치고 왔는데,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힐링열차' 여행을 마치고 서대전역에 도착한 대전 유성고 김 모군의 말이다. 김 군은 "몸은 좀 피곤하지만 내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30일 오전 8시 33분. 대전지역 고교 2학년 남녀 학생 60명을 태운 '힐링열차'가 서대전역을 출발했다.
학교가 서로 다른 아이들은 처음엔 낯설어하며 휴대전화기에 몰입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 진행한 전국아버지학교 임영준 교장의 '자신의 마음읽기' 특강에 마음을 열었다. 강사의 질문에 적극 나섰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 손을 잡기도 했다.
점심은 남도음식 특유의 맛인 벌교명물 꼬막정식집에서 먹어 눈과 입이 호사를 누렸다. 순천시청 문화해설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안에 주민들이 생활한다는 낙안읍성에 대해 구성진 사투리 해설로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소화다리(부용교)와 김범우 집에 대해 설명을 하자 아이들은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였다. 이날 멘토로 나선 카이스트 학생들은 형과 누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순천에서 1박 2일 코스로 진행한 힐링열차는 코레일이 후원하고 대전시교육청이 주최했다. 코레일과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힐링열차는, 일상에 지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 속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템플스테이, '무소유의 진리를 가슴에 담다' = 오후엔 한국불교 승맥을 잇고 있다고 해서 승보종찰로 불리는 송광사 흙길을 걸었다. 송광사에 보관된 국보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국사전,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둘러봤다. 템플스테이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긴장했다.
새벽 3시 예불참여와 108배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후 6시 공양을 마치고 저녁예불을 알리는 법고 소리가 경내에 울렸다. 아이들은 법고를 치는 스님의 현란한 손놀림에 빠져들었다. 거대한 북에서 나오는 소리는 대웅전에 부딪히고 아이들의 가슴속에 깊게 박혔다.
잠시 후 대웅전 앞마당에 어둠이 내렸고 대웅전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외우는 스님의 독경소리를 따라하려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새벽 3시. 잠을 깨우는 스님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다시 대웅전으로 모여들었고, 새벽예불을 참관했다. 이어 108배를 시작하면서 내안의 번뇌과 갈등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서자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절을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아침 공양을 마친 아이들은 법정스님의 '무소유길'을 따라 걸었다. 산길을 따라 20여분을 올라가자 대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불일암에 도착하자 스님의 가르침이 이어졌고, 아이들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가슴에 담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 남학생은 "종교가 기독교라서 걱정했다. 그런데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출가'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다"며 "템플스테이를 마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순천만 흑두루미 삶에 숙연해지다 = 아이들은 세계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찾았다. 순천만은 람사르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매년 280여만명이 찾는 명소다. 또한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절반인 220여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두루미는 1부1처제의 삶을 살다가 한 마리가 죽으면 따라 죽는다는 순천만 생태공원 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아이들은 개펄 구멍에서 반쯤 몸을 내밀고 상처를 치유하는 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이어 태어나 처음으로 게들이 새로 나오는 갈잎을 뜯어먹는 소리를 들으며 신기해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힐링열차 1박 2일 소감문에서 템플스테이와 108배를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대전 중일고 이정아양은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는 상태로 생활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으로 가득 차있다"고 적었다. 제일고 홍세연 군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었지만, 108배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친구한테도 꼭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적었다.
전호성 김병국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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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기차 태워준다 해서 이틀 버리는 셈치고 왔는데,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힐링열차' 여행을 마치고 서대전역에 도착한 대전 유성고 김 모군의 말이다. 김 군은 "몸은 좀 피곤하지만 내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30일 오전 8시 33분. 대전지역 고교 2학년 남녀 학생 60명을 태운 '힐링열차'가 서대전역을 출발했다.
학교가 서로 다른 아이들은 처음엔 낯설어하며 휴대전화기에 몰입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 진행한 전국아버지학교 임영준 교장의 '자신의 마음읽기' 특강에 마음을 열었다. 강사의 질문에 적극 나섰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 손을 잡기도 했다.
점심은 남도음식 특유의 맛인 벌교명물 꼬막정식집에서 먹어 눈과 입이 호사를 누렸다. 순천시청 문화해설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안에 주민들이 생활한다는 낙안읍성에 대해 구성진 사투리 해설로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소화다리(부용교)와 김범우 집에 대해 설명을 하자 아이들은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였다. 이날 멘토로 나선 카이스트 학생들은 형과 누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순천에서 1박 2일 코스로 진행한 힐링열차는 코레일이 후원하고 대전시교육청이 주최했다. 코레일과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힐링열차는, 일상에 지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 속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템플스테이, '무소유의 진리를 가슴에 담다' = 오후엔 한국불교 승맥을 잇고 있다고 해서 승보종찰로 불리는 송광사 흙길을 걸었다. 송광사에 보관된 국보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국사전,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둘러봤다. 템플스테이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긴장했다.
새벽 3시 예불참여와 108배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후 6시 공양을 마치고 저녁예불을 알리는 법고 소리가 경내에 울렸다. 아이들은 법고를 치는 스님의 현란한 손놀림에 빠져들었다. 거대한 북에서 나오는 소리는 대웅전에 부딪히고 아이들의 가슴속에 깊게 박혔다.
잠시 후 대웅전 앞마당에 어둠이 내렸고 대웅전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외우는 스님의 독경소리를 따라하려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새벽 3시. 잠을 깨우는 스님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다시 대웅전으로 모여들었고, 새벽예불을 참관했다. 이어 108배를 시작하면서 내안의 번뇌과 갈등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서자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절을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아침 공양을 마친 아이들은 법정스님의 '무소유길'을 따라 걸었다. 산길을 따라 20여분을 올라가자 대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불일암에 도착하자 스님의 가르침이 이어졌고, 아이들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가슴에 담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 남학생은 "종교가 기독교라서 걱정했다. 그런데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출가'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다"며 "템플스테이를 마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순천만 흑두루미 삶에 숙연해지다 = 아이들은 세계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찾았다. 순천만은 람사르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매년 280여만명이 찾는 명소다. 또한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절반인 220여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두루미는 1부1처제의 삶을 살다가 한 마리가 죽으면 따라 죽는다는 순천만 생태공원 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아이들은 개펄 구멍에서 반쯤 몸을 내밀고 상처를 치유하는 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이어 태어나 처음으로 게들이 새로 나오는 갈잎을 뜯어먹는 소리를 들으며 신기해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힐링열차 1박 2일 소감문에서 템플스테이와 108배를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대전 중일고 이정아양은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는 상태로 생활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으로 가득 차있다"고 적었다. 제일고 홍세연 군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었지만, 108배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친구한테도 꼭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적었다.
전호성 김병국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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