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난 여행
매력 만점 도시, 상하이
“봄 되면 놀러와.” 시작은 간단한 인사말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나 항상 사이좋은 친구인 그녀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 그저 한 번 해본 말이려니 했는데 친구는 진심이었다. 싼 비행기표를 알아보라며 구체적인 제안까지. 큰 기대는 말라고 했지만 어느새 상해로 가는 땡처리 항공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렇게 떠난 나 홀로 상해 여행. 두고 온 가족들 걱정과 혼자만의 나들이라는 설렘을 안고 중국으로 향했다.
눈부신 와이탄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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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동 공항에서 친구집까지는 택시로 40여 분. 자주 보는 사이지만 타국에서 다시 만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여장을 풀고 우리가 향한 곳은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신천지’. 신천지는 상해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 곳으로 세련된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하며 6일 동안의 일정을 계획했다.
상하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는 ‘와이탄’의 야경이다. 동방명주를 비롯해 개성 있는 첨단 비즈니스 건물들이 제각각 강가를 배경으로 줄지어져 서 있는 곳. 밤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6층 건물 창가에 앉아 칵테일과 더불어 느긋하게 야경을 즐겼다. 상해에서의 첫날은 약간의 피로감과 흥분이 뒤섞인 채로 그렇게 마감됐다.
아름다운 정원 예원과 프랑스조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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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가 자랑하는 ‘예원’은 명나라 관료였던 판윈돤이 부모를 위해 1559년에 착공해 18년 만에 완성한 중국식 정원으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곳이기도 하다. 9번 꺾어진 다리인 구곡교를 지나 입장료 30위안을 내고 예원으로 들어섰다. 용모양으로 조각된 담장, 기묘한 암석, 공연장, 작은 연못 위에 들어서 있는 정자와 수양버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선사했다. 제각기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 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 또한 색다른 멋이 있었다. 아름답다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정원. 상해에 가면 꼭 들러서 눈이 호강하는 기쁨을 맛보시라고 강추!
아편전쟁이 끝나고 열강들은 상해에서 조계지 구역을 얻었다. 조계지는 난징조약으로 인한 외국인 통치 특별구역. 지금은 유럽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을 즐기고 싶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골목 모퉁이마다 아기자기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역시 커다란 탁자가 있는 빵집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더랬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타이캉루, 난징루
한국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린다는 ‘대한민국임시정부유적지’. 친구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 혼자 씩씩하게 걸어갔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별다른 특색없는 자그마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면 대한민국임시정부유적지가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회의실과 집무실, 숙소 등을 볼 수 있다.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었지만 둘러보면서 가슴이 뻐근해져옴을 느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이렇게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참고로 촬영금지구역이다.
타이캉루 예술인 단지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과 감각적인 숍이 모여있는 거리로 요즘 뜨고 있는 곳이다. 갤러리와 공방, 이색 카페, 전통 공예점 등이 즐비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좁다란 골목마다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재미난 구경을 원한다면 타이캉루에 들려보자. 분명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게다.
상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난징루는 고풍스러운 건물부터 신식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 웬만한 명품숍들은 이 곳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활기찬 도시 풍경이 그립다면 난징루로 가시라.
수상 도시 저우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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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수향 중 하나인 저우좡은 오롯이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큰 곳이기도 했다. 중국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 투어센터에서 당일 버스표와 입장료를 함께 끊어 가면 수월하다.
저우좡은 그리 깔끔하고 세련된 마을은 아니었다. 낡은 건물, 좁은 골목, 빼곡하게 붙어있는 상점들 그리고 오래된 음식점. 그러나 나룻배를 타고 돌아본 마을은 온통 마음을 빼앗길 만큼 운치있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하루 종일 돌아봐도 질리지 않는 곳. 사람들로 빼곡했지만 행복한 시간을 즐긴 마을이었다.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별 5개 관광지이기도 하다.
상해박물관, 동타이루, 와이탄 강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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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상해박물관까지는 도보로 30여 분. 천천히 걸으면서 상해의 거리를 건물들을 살펴봤다. 북경에서도 느꼈지만 상해의 건물 역시 외관이 화려하고 멋있었다. 친구 말에 따르면 세련되고 개성있는 외관에 비해 내부는 별로라나 뭐라나.
박물관은 중국에서 가장 감탄한 장소였다. 사람의 손으로 빚어낸 유물들은 어쩌면 그리도 정교한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북경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알찬 느낌, 무엇보다 그리 힘들지 않아 좋았다.
골동품 상점이 즐비한 ‘동타이루’ 역시 친구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되는 곳이었다. 신기한 구경거리로 왁자지껄한 거리. 소소한 재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와이탄의 낮 풍경은 활기로 가득했다. 강 건너 보이는 첨단 건물과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바람을 맞으며 걸는 이국의 거리. 딸아이와 신랑을 옆에 두고 걸을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까. 홀로 여행도 편했지만 가족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아줌마였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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