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개성공단 사태가 위중하다. 하마하마 하던 일이 차례차례 현실이 되고 있다. 휴전선이나 서해5도 어디쯤에서 금세라도 포성이 들려올 것처럼 불안하다. 그럴수록 서로 말을 아끼고 불행한 사태를 막기에 사력을 다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감지되지 않고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듯, 남북이 말 전쟁에 열중이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개성공단에는 우리 국민 800여명이 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상황인데, 정치인과 관료들은 무책임하고 적절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낸다. 언론은 그 말들을 여과 없이 전한다. 미국도 까불지 말라는 식으로 북한의 위협을 받아치면서 군사적 시위를 강화한다. 그 말과 시위에 자극 받은 북한은 "이래도 겁을 먹지 않을래?"하고 강도를 높여간다.
신뢰의 메시지 던지는 포용의 리더십 절실
남북의 말 전쟁은 외국인들에게도 위태롭게 보이는 것 같다. 미국신문 '시카고 트리뷴'이 며칠 전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북한의 말 전쟁'이란 제목을 단 사설은 북한과 미국, 한국과 북한 사이에 격한 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허튼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도 있겠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도 경시할 수 없다"고 썼다. 안 해도 좋을 말 때문에 사태가 나날이 커져가는 데 대한 경고다.
3월 27일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경자 명단을 통보하는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을 차단했다. 30일에는 "공화국의 존엄성을 훼손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리겠다"고 했다. 이것을 우리 측은 '한 번 해 보는 위협' 정도로 받았다.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얼마나 큰 돈줄인데 폐쇄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보수언론들은 북한이 달러박스를 접을 수 없을 것이라고 큰 제목으로 보도했다.
며칠 뒤 북한은 보란 듯이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입경을 막았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경각에 처했음을 똑바로 알라"고 했다.
공단 근로자 800여명이 인질로 잡힐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국방책임자는 "그럴 경우 우리 군은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며, 북이 도발하면 5일 안에 전력의 70%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신문은 특수부대원을 헬기로 개성공단에 투하한다는 인질 구출작전을 보도하면서, 공격헬기와 KF16 전투기들이 엄호한다는 작전 시나리오까지 까발렸다.
우리 국민 다수가 개성에 인질로 잡히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70% 궤멸' 운운 하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은 더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인민군총사령부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당장인가 내일인가 하는 폭발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 했다. 4일에는 중거리 미사일체가 동해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되었다. 발사실험으로 위협할 태세다. 이에 미국은 괌에 미사일방어망(MD)을 배치했다.
이렇듯 긴장이 팽팽한데 전쟁위기를 해소해 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감지되지 않아 불안하다. 불필요한 말로 북한을 자극하지 말도록 단속하고, 신뢰의 메시지를 던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 신뢰 프로세스의 상징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긴장 완화책을 제시하고, 미국과 중국 등 이해당사국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들고 나온 박근혜 대통령은 이 위기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신뢰 프로세스란 북한에게 믿음을 갖도록 함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자는 것이 아닌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낮은 수준의 남북경협 단계를 거쳐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신뢰를 사자는 것이다. 프로세스의 첫걸음은 상대가 믿음을 갖게 하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은 꼭 지켜야 한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고 통일 가능성의 전시장이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피격 사태 같은 안보위기 때 잠시 통행이 정지되고 우리 측 인원의 일시 억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단폐쇄까지 입 도마에 오른 일은 없었다. 말 전쟁 그만 하자.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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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태가 위중하다. 하마하마 하던 일이 차례차례 현실이 되고 있다. 휴전선이나 서해5도 어디쯤에서 금세라도 포성이 들려올 것처럼 불안하다. 그럴수록 서로 말을 아끼고 불행한 사태를 막기에 사력을 다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감지되지 않고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듯, 남북이 말 전쟁에 열중이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개성공단에는 우리 국민 800여명이 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상황인데, 정치인과 관료들은 무책임하고 적절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낸다. 언론은 그 말들을 여과 없이 전한다. 미국도 까불지 말라는 식으로 북한의 위협을 받아치면서 군사적 시위를 강화한다. 그 말과 시위에 자극 받은 북한은 "이래도 겁을 먹지 않을래?"하고 강도를 높여간다.
신뢰의 메시지 던지는 포용의 리더십 절실
남북의 말 전쟁은 외국인들에게도 위태롭게 보이는 것 같다. 미국신문 '시카고 트리뷴'이 며칠 전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북한의 말 전쟁'이란 제목을 단 사설은 북한과 미국, 한국과 북한 사이에 격한 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허튼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도 있겠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도 경시할 수 없다"고 썼다. 안 해도 좋을 말 때문에 사태가 나날이 커져가는 데 대한 경고다.
3월 27일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경자 명단을 통보하는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을 차단했다. 30일에는 "공화국의 존엄성을 훼손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리겠다"고 했다. 이것을 우리 측은 '한 번 해 보는 위협' 정도로 받았다.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얼마나 큰 돈줄인데 폐쇄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보수언론들은 북한이 달러박스를 접을 수 없을 것이라고 큰 제목으로 보도했다.
며칠 뒤 북한은 보란 듯이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입경을 막았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경각에 처했음을 똑바로 알라"고 했다.
공단 근로자 800여명이 인질로 잡힐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국방책임자는 "그럴 경우 우리 군은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며, 북이 도발하면 5일 안에 전력의 70%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신문은 특수부대원을 헬기로 개성공단에 투하한다는 인질 구출작전을 보도하면서, 공격헬기와 KF16 전투기들이 엄호한다는 작전 시나리오까지 까발렸다.
우리 국민 다수가 개성에 인질로 잡히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70% 궤멸' 운운 하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은 더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인민군총사령부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당장인가 내일인가 하는 폭발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 했다. 4일에는 중거리 미사일체가 동해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되었다. 발사실험으로 위협할 태세다. 이에 미국은 괌에 미사일방어망(MD)을 배치했다.
이렇듯 긴장이 팽팽한데 전쟁위기를 해소해 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감지되지 않아 불안하다. 불필요한 말로 북한을 자극하지 말도록 단속하고, 신뢰의 메시지를 던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 신뢰 프로세스의 상징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긴장 완화책을 제시하고, 미국과 중국 등 이해당사국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들고 나온 박근혜 대통령은 이 위기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신뢰 프로세스란 북한에게 믿음을 갖도록 함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자는 것이 아닌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낮은 수준의 남북경협 단계를 거쳐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신뢰를 사자는 것이다. 프로세스의 첫걸음은 상대가 믿음을 갖게 하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은 꼭 지켜야 한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고 통일 가능성의 전시장이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피격 사태 같은 안보위기 때 잠시 통행이 정지되고 우리 측 인원의 일시 억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단폐쇄까지 입 도마에 오른 일은 없었다. 말 전쟁 그만 하자.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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