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 칼럼니스트
현대 산업사회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연일 새로운 화학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상품과 발명품들이 쉴 새 없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위해 기술은 그 종착역을 모르고 마구 달리고 있다. 통신수단도 다양해지고 금융시스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SNS, 스마트폰, 위성통신 등 우리는 놀라운 통신기술 사회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첨단 제어 시스템이 현대사회에서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들 기술은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사람이 문명사회를 움직이는지, 과학기술과 그 산물들이 문명사회를 움직이는지 헷갈릴 정도다.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의 도드라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사건들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가깝게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7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역사상 비슷한 유례가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자주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례없는 사건 잇따라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불안하다. 한국인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불안은 유럽국가나 다른 아시아국가 사람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혹 북한이 도발해 전쟁, 그것도 핵폭탄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어야 하니까.
이뿐만 아니라 부동산 침체에 따른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산업단지 등에서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1984년 인도 보팔에서 터졌던 것과 같은 대재앙의 환경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X이벤트'의 저자 존 캐스티는 기존 사고방식으로 잘 해석되지 않는 놀라운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 그리고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보이며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성격의 사건을 X사건(X-Events)이라고 부른다. 캐스티는 수학자이며 복잡계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2차 대전 이후 미래 연구 분야의 중심 구실을 했던 미국 랜드연구소와 복잡계 과학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산타페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캐스티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별도의 서문에서 "'판도를 뒤바꾸는' 이런 (엑스)사건들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과부화된 복잡성 때문에 일어난다"며 "복잡성이 우리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아지면 시스템은 붕괴 위기에 놓인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나라와 도시, 지역에서는 드물고, 놀랍고, 잠재적인 파급효과가 큰 사건들, 그래서 한 번 일어나면 시민들을 큰 위기로 몰아넣는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삼성의 내부 스캔들로 인한 그룹 재정위기와 법적 소송, 중국 경제의 내부 혼란으로 인한 붕괴, 인터넷의 갑작스런 불통, 북한 내부 혼란과 북한 주민 대탈주 따위가 앞으로 몇 년 또는 몇 주 사이에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방송사와 농협 등이 외부 공격으로 심각한 전산장애를 겪었으므로 그의 예측은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고 하겠다.
산업화된 세계는 점점 더 발전하는 기술이 끊임없이 주입되는 상황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생활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들은 서로 철저하게 뒤얽혀 있다. 인터넷은 전력망에 의존하고, 전력망은 다시 석유, 석탄, 가스, 핵발전에 의존하고 이는 또 다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조기술에 의존한다. 그렇게 하나의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 위에 계속 쌓임으로써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다. 이것이 현대 사회의 모습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산업화 이후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이를 테면 전력, 식수, 식량, 커뮤니케이션, 교통기관, 의료, 방위, 금융 등은 너무나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시스템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시스템들은 곧바로 폐렴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경우도 지진해일로 인한 전력망의 정지 때문에 노심폭발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가지 않았는가. 또 지난 3월 방송사·농협 전산망 장해도 서로 얽혀 있는 시스템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밀접하게 얽힌 시스템들
이 책은 세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엑스사건의 성격과 원인, 발생 빈도, 배경 등 전반적인 내용과 함께 복잡계 이론에 대한 설명, 저자가 엑스사건에 관심을 각제 된 계기 등을 담았다. 2부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11개의 엑스사건의 시뮬레이션 사례가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11개는 ①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인터넷 중단 사태로 인한 디지털 암흑 ②세계 식량 공급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식량 위기 ③EMP(전자기장펄스)폭탄에 의한 전자 기기의 파괴 ④세계화의 붕괴 ⑤신종 물리학 입자의 지구 파괴와 같은 물리학적 재난 ⑥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핵폭발 ⑦세계 석유공급 고갈 ⑧전염병의 전 세계적 창궐 ⑨대규모 정전과 가뭄 ⑩지능 로봇으로 인한 재앙 ⑪글로벌 디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붕괴와 같은 금융 몰락 등이다.
저자는 이들 사례가 엑스사건이 될 수 있는 배경과 전조, 역사적 사실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엑스사건은 규모나 모양, 형식 면에서 모두 다르게 발생하는데 이들 제시 사례들을 읽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엑스사건을 발생 이전에 예측하는 방법과 발생했을 때 살아남는 방법, 사건 발생 뒤 복구 대책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이 책의 해제에서 2009년 오스트리아에 있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는 '인류사회의 엑스이벤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6년간의 장기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연구소의 이사국인 핀란드는 자국의 실정에 맞는 '7가지 쇼크'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이 가운데 절반 넘게 현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우리의 경우도 전면적 인터넷 단절, 75세 은퇴 시대 도래, 동북아 원전사고 등을 사례로 엑스사건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한 편이라고 하니 이 책을 계기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반비
존 L. 캐스티 지음/이현주 옮김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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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인터넷, SNS, 스마트폰, 위성통신 등 우리는 놀라운 통신기술 사회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첨단 제어 시스템이 현대사회에서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들 기술은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사람이 문명사회를 움직이는지, 과학기술과 그 산물들이 문명사회를 움직이는지 헷갈릴 정도다.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의 도드라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사건들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가깝게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7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역사상 비슷한 유례가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자주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례없는 사건 잇따라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불안하다. 한국인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불안은 유럽국가나 다른 아시아국가 사람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혹 북한이 도발해 전쟁, 그것도 핵폭탄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어야 하니까.
이뿐만 아니라 부동산 침체에 따른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산업단지 등에서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1984년 인도 보팔에서 터졌던 것과 같은 대재앙의 환경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X이벤트'의 저자 존 캐스티는 기존 사고방식으로 잘 해석되지 않는 놀라운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 그리고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보이며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성격의 사건을 X사건(X-Events)이라고 부른다. 캐스티는 수학자이며 복잡계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2차 대전 이후 미래 연구 분야의 중심 구실을 했던 미국 랜드연구소와 복잡계 과학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산타페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캐스티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별도의 서문에서 "'판도를 뒤바꾸는' 이런 (엑스)사건들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과부화된 복잡성 때문에 일어난다"며 "복잡성이 우리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아지면 시스템은 붕괴 위기에 놓인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나라와 도시, 지역에서는 드물고, 놀랍고, 잠재적인 파급효과가 큰 사건들, 그래서 한 번 일어나면 시민들을 큰 위기로 몰아넣는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삼성의 내부 스캔들로 인한 그룹 재정위기와 법적 소송, 중국 경제의 내부 혼란으로 인한 붕괴, 인터넷의 갑작스런 불통, 북한 내부 혼란과 북한 주민 대탈주 따위가 앞으로 몇 년 또는 몇 주 사이에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방송사와 농협 등이 외부 공격으로 심각한 전산장애를 겪었으므로 그의 예측은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고 하겠다.
산업화된 세계는 점점 더 발전하는 기술이 끊임없이 주입되는 상황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생활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들은 서로 철저하게 뒤얽혀 있다. 인터넷은 전력망에 의존하고, 전력망은 다시 석유, 석탄, 가스, 핵발전에 의존하고 이는 또 다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제조기술에 의존한다. 그렇게 하나의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 위에 계속 쌓임으로써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다. 이것이 현대 사회의 모습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산업화 이후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이를 테면 전력, 식수, 식량, 커뮤니케이션, 교통기관, 의료, 방위, 금융 등은 너무나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시스템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시스템들은 곧바로 폐렴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경우도 지진해일로 인한 전력망의 정지 때문에 노심폭발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가지 않았는가. 또 지난 3월 방송사·농협 전산망 장해도 서로 얽혀 있는 시스템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밀접하게 얽힌 시스템들
이 책은 세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엑스사건의 성격과 원인, 발생 빈도, 배경 등 전반적인 내용과 함께 복잡계 이론에 대한 설명, 저자가 엑스사건에 관심을 각제 된 계기 등을 담았다. 2부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11개의 엑스사건의 시뮬레이션 사례가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11개는 ①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인터넷 중단 사태로 인한 디지털 암흑 ②세계 식량 공급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식량 위기 ③EMP(전자기장펄스)폭탄에 의한 전자 기기의 파괴 ④세계화의 붕괴 ⑤신종 물리학 입자의 지구 파괴와 같은 물리학적 재난 ⑥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핵폭발 ⑦세계 석유공급 고갈 ⑧전염병의 전 세계적 창궐 ⑨대규모 정전과 가뭄 ⑩지능 로봇으로 인한 재앙 ⑪글로벌 디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붕괴와 같은 금융 몰락 등이다.
저자는 이들 사례가 엑스사건이 될 수 있는 배경과 전조, 역사적 사실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엑스사건은 규모나 모양, 형식 면에서 모두 다르게 발생하는데 이들 제시 사례들을 읽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엑스사건을 발생 이전에 예측하는 방법과 발생했을 때 살아남는 방법, 사건 발생 뒤 복구 대책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이 책의 해제에서 2009년 오스트리아에 있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는 '인류사회의 엑스이벤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6년간의 장기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연구소의 이사국인 핀란드는 자국의 실정에 맞는 '7가지 쇼크'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이 가운데 절반 넘게 현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우리의 경우도 전면적 인터넷 단절, 75세 은퇴 시대 도래, 동북아 원전사고 등을 사례로 엑스사건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한 편이라고 하니 이 책을 계기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반비
존 L. 캐스티 지음/이현주 옮김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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