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한약 그대로 베낀 것" 반발 … 식약청 "서양의학적 원리로 만든 생약제제"
복지부와 식약청이 개발됐다고 밝힌 천연물신약을 두고 짝퉁 한약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의계는 한약을 단순 제형 변경한 것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서양의학적 원리로 만든 생약제제라고 맞서고 있다. 식약청은 기존생약을 제조방법만 변경해도 허가하는 규정이 두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한약도 제조방식만 바뀌면 생약제제" = 한국피엠지의 레일라정은 지난해 3월 식약청으로부터 의약품 허가를 받았다. 허가심사는 '자료제출의약품 중 기원생약 등의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 규정을 따랐다. 이는 식약청에서 허가를 받은 적이 있는 생약이더라도 사용한 용매(물,에탄올)·가공방법 등이 달라지면 다른 의약품으로 허가해 준다는 규정이다. 식약청은 기존에 허가과정에서 안전성 등이 확인된 생약이라는 이유로 일부 자료제출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의계는 한의약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방처방에 의한 한약을 양방 의약품에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가공방법만 바꾸면 새로운 생약제제로 허가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는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 관절염치료제인 레일라정을 들었다.

◆"한약 처방 베낀 레일라정" = 한의사협회는 레일라정은 고 배원식 한의사가 관절염치료에 사용했던 활맥모과주를 차용해 개발한 의약품으로 한약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원식 한의사의 처방이 실린 책 '한방임상학'에 소개된 제품과 약학정보원에서 나온 제품을 비교할 때 약물 구성은 같고 양 차이만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방임상학에서 소개한 활맥모과주에는 모과 187.5g, 우슬 187.5g, 당귀 112.5g, 천궁 112.5g, 천마 112.5g, 오가피 112.5g, 홍화 112.5g, 계지 112.5g, 진교 37.5g, 방풍 37.5g, 위령선 37.5g, 속단 137.5g 등 12개 성분이 들어 있다.
레일라정도 동일한 구성이다. 레일라정은 모과 8g, 우슬 8g, 당귀 5g, 천궁 5g, 천마 5g, 오가피 8g, 홍화 5g, 육계8g, 진교 5g, 방풍 4g, 위령선 5g, 속단 4g으로 구성돼 있다.
◆"활맥모과주와 레일라정은 동일" = 제조방식도 닮았다. 활맥모과주는 각 한약재 54kg을 갈아서 20도 소주 5합(901.95g)에다 분말 2냥5전(93.75g)을 넣어 3개월 후에 사용한다. 레일라정 역시 건조한 한약재 70g 배합물을 가루 내 48도씨에서 3개월 동안 25도 에탄올에 둔 후 1리터를 추출해 농축한다. 이후 동결건조해 10g의 갈색분말로 제조한다.
효능도 비슷하다. 활맥모과주는 좌골신경통과 디스크로 인한 요통, 퇴행성 관절염 등에, 레일라정은 관절통증 완화, 연골보호, 항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
한의사협회는 활맥모과주와 레일라정의 동일 여부를 법무법인 화우에 의뢰했다. 화우는 '레일라정의 특허출원 등록 확인결과, 일부 진교, 방풍, 위령선의 구성비가 차이가 있지만 레일라정이 활맥모과주가 다르다고 볼 수 없다'며 '활맥모과주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한약학 조성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답했다
레일라정 개발 연구에 참여했던 경희대 정석희 교수도 "레일라정과 활맥모과주는 동일한 한약"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한의사협회의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피엠지를 상대로 3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달인 쑥?' 스티렌정 = 동아제약의 스티렌정은 지난 1997년 임상용으로 허가받은 후 '2002년 자료제출의약품 중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제'로 허가 받았다. 이를 2005년 캡슐에서 정으로 제형을 바꾸면서 다시 허가를 받았다. 식약청은 이를 천연물신약으로 분류했다.
스티렌정은 애엽(쑥) 95%에 에탄올로 추출해 만든다. 효능은 위점막 개선과 급성위염, 만성위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인한 위염 예방 등이다.
한의사협회는 "스티렌정이 특정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제가 아니라 쑥을 통째로 달여 만든 한약"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제약 한 관계자는 "기존 한약서나 민간 단방약을 참고하지 않았다"며 "스티렌정은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가 위염이 발병한 동물에 202개의 생약을 실험한 끝에 만든 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과정에서 얻은 위장질환ㆍ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용 추출물, 위염ㆍ소화성궤양 치료제용 의약조성물 등의 데이터에 대해 특허 등록도 마쳤다"고 반박했다.
◆특정성분 추출 여부 놓고 이견 = 식약청 관계자는 "한약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풀과 나무, 열매, 씨 등을 사용했다고 해서, 또 기존 한방처방전에 나와 있다고 해서 모두 한약제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출시된 천연물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생약제제이지, 한의학원리로 만들어진 한약제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지호 대변인은 "외국의 천연물신약의 경우 특정성분이 추출 가능한 데, 국내 천연물신약은 한약처럼 성분이 다양하고 특정성분을 추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다는 천연물신약은 한의학적 원리를 그대로 베낀 한약제제"라고 반박했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는 "한약을 제조방법만 달리해 만들고선 모두 생약제제로 분류해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장병호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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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도 제조방식만 바뀌면 생약제제" = 한국피엠지의 레일라정은 지난해 3월 식약청으로부터 의약품 허가를 받았다. 허가심사는 '자료제출의약품 중 기원생약 등의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 규정을 따랐다. 이는 식약청에서 허가를 받은 적이 있는 생약이더라도 사용한 용매(물,에탄올)·가공방법 등이 달라지면 다른 의약품으로 허가해 준다는 규정이다. 식약청은 기존에 허가과정에서 안전성 등이 확인된 생약이라는 이유로 일부 자료제출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의계는 한의약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방처방에 의한 한약을 양방 의약품에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가공방법만 바꾸면 새로운 생약제제로 허가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는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 관절염치료제인 레일라정을 들었다.

◆"한약 처방 베낀 레일라정" = 한의사협회는 레일라정은 고 배원식 한의사가 관절염치료에 사용했던 활맥모과주를 차용해 개발한 의약품으로 한약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원식 한의사의 처방이 실린 책 '한방임상학'에 소개된 제품과 약학정보원에서 나온 제품을 비교할 때 약물 구성은 같고 양 차이만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방임상학에서 소개한 활맥모과주에는 모과 187.5g, 우슬 187.5g, 당귀 112.5g, 천궁 112.5g, 천마 112.5g, 오가피 112.5g, 홍화 112.5g, 계지 112.5g, 진교 37.5g, 방풍 37.5g, 위령선 37.5g, 속단 137.5g 등 12개 성분이 들어 있다.
레일라정도 동일한 구성이다. 레일라정은 모과 8g, 우슬 8g, 당귀 5g, 천궁 5g, 천마 5g, 오가피 8g, 홍화 5g, 육계8g, 진교 5g, 방풍 4g, 위령선 5g, 속단 4g으로 구성돼 있다.
◆"활맥모과주와 레일라정은 동일" = 제조방식도 닮았다. 활맥모과주는 각 한약재 54kg을 갈아서 20도 소주 5합(901.95g)에다 분말 2냥5전(93.75g)을 넣어 3개월 후에 사용한다. 레일라정 역시 건조한 한약재 70g 배합물을 가루 내 48도씨에서 3개월 동안 25도 에탄올에 둔 후 1리터를 추출해 농축한다. 이후 동결건조해 10g의 갈색분말로 제조한다.
효능도 비슷하다. 활맥모과주는 좌골신경통과 디스크로 인한 요통, 퇴행성 관절염 등에, 레일라정은 관절통증 완화, 연골보호, 항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
한의사협회는 활맥모과주와 레일라정의 동일 여부를 법무법인 화우에 의뢰했다. 화우는 '레일라정의 특허출원 등록 확인결과, 일부 진교, 방풍, 위령선의 구성비가 차이가 있지만 레일라정이 활맥모과주가 다르다고 볼 수 없다'며 '활맥모과주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한약학 조성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답했다
레일라정 개발 연구에 참여했던 경희대 정석희 교수도 "레일라정과 활맥모과주는 동일한 한약"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한의사협회의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피엠지를 상대로 3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달인 쑥?' 스티렌정 = 동아제약의 스티렌정은 지난 1997년 임상용으로 허가받은 후 '2002년 자료제출의약품 중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제'로 허가 받았다. 이를 2005년 캡슐에서 정으로 제형을 바꾸면서 다시 허가를 받았다. 식약청은 이를 천연물신약으로 분류했다.
스티렌정은 애엽(쑥) 95%에 에탄올로 추출해 만든다. 효능은 위점막 개선과 급성위염, 만성위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인한 위염 예방 등이다.
한의사협회는 "스티렌정이 특정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제가 아니라 쑥을 통째로 달여 만든 한약"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제약 한 관계자는 "기존 한약서나 민간 단방약을 참고하지 않았다"며 "스티렌정은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가 위염이 발병한 동물에 202개의 생약을 실험한 끝에 만든 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과정에서 얻은 위장질환ㆍ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용 추출물, 위염ㆍ소화성궤양 치료제용 의약조성물 등의 데이터에 대해 특허 등록도 마쳤다"고 반박했다.
◆특정성분 추출 여부 놓고 이견 = 식약청 관계자는 "한약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풀과 나무, 열매, 씨 등을 사용했다고 해서, 또 기존 한방처방전에 나와 있다고 해서 모두 한약제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출시된 천연물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생약제제이지, 한의학원리로 만들어진 한약제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지호 대변인은 "외국의 천연물신약의 경우 특정성분이 추출 가능한 데, 국내 천연물신약은 한약처럼 성분이 다양하고 특정성분을 추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다는 천연물신약은 한의학적 원리를 그대로 베낀 한약제제"라고 반박했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는 "한약을 제조방법만 달리해 만들고선 모두 생약제제로 분류해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장병호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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