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준비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내일 2013-04-10
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지난 4월 5일은 식목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식목일에 나무 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목일 행사도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다. 왜 그런가 하니 이미 2, 3월쯤 나무를 심거나 식목일 행사를 진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목일은 4월에 있는데, 왜 2, 3월일까?

이유는 기후변화에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림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생체리듬이 빨라졌으며, 그 결과 나무 심는 적기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은 2월 하순, 중부지방은 3월 중순에 나무를 심는 것이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따져 봐도 더 좋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나무 심기 좋은 시기를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작물의 재배적지도 이동시켰다. 기온은 작물이 그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고 개화, 성장, 결실 등 모든 단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재배한계선은 100km 북상한다고 한다. 100년 동안 평균기온이 1.5도나 상승한 한반도에서 재배적지의 이동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철원, 양구까지 사과 재배적지로 부상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이 충북 충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품질도 제주산에 밀리지 않는다. 한라봉을 키우던 제주에서는 망고 재배가 한창이다. 기후변화로 한라봉의 재배지가 충북까지 올라가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것이다.

망고뿐만 아니라 이름도 모양도 생소한 아열대작물에 도전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늘고 있다. 대구의 명물 사과도 강원도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정선은 물론, 강원도 북쪽에 자리한 철원, 양구까지 사과 재배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교차가 큰 강원도의 특성 때문에 색이 곱고 당도 높은 사과 재배가 가능하다. 기온이 낮은 강원도는 20년 전만 해도 사과 재배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지역이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는 기존의 농업체계마저 바꾸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위기가 될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될지는 준비하기 나름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될까? 기본적으로 농업은 먹을거리와 연결되며 인류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도록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농촌진흥청에서는 강풍과 폭우에도 잘 쓰러지지 않는 벼 '청명'을 비롯하여 병해에 강한 '다미', 각종 재해에도 잘 자라는 '호반' 등 다양한 벼 품종을 개발하였다. 앞으로도 고온과 병해충에 강하고, 짧은 시간 안에 충분한 수량을 생산할 수 있는 벼 품종도 개발할 예정이다.

품종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또 있다. 기상재해로 특정 작물의 피해가 잦은 국가에 내재해성 품종의 종자를 수출하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저개발국가에 대한 내재해성 품종 지원, 기술 공여를 통해 국제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

아열대작물 재배 가능지역 더욱 확대
아열대기후로 변해가는 한반도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관건이다.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평균기온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열대작물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현재에는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아열대작물이 재배되고 있지만, 앞으로 아열대작물 재배 가능지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재배품종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아열대작물 토착화 연구는 물론 아열대작물 관련 병해충 연구가 시급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래 우리 밥상에 망고, 키위와 같은 아열대작물이 풍성하게 올라오느냐, 빈 그릇과 숟가락만 올라오느냐는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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