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불량서클 선배에게 늘씬하게 두드려 맞은 상아는 상처를 묻는 엄마에게 국어선생님께 맞았다고 둘러댔다. 화가 몹씨 난 엄마는 담임에게 항의했고, 담임선생은 간단한 전화 통화를 통해 금새 진상을 밝혀냈다. 우리 아이는 절대로 거짓말을 안한다는 엄마의 맹목적인 믿음이 빚어낸 실수다. 또 울리는 전화 벨, 이번에는 우등생 미연이다.
“어떻게 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수학시험지 답안을 18번부터 밀려썼어요.”
“내가 뭐라든?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 그렇다고 이 밤중에 전화를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은 뭐니?”
“엄마가요, 성적표 나오면 수학 점수만 봐요. 오늘 망쳤으니 무지무지 욕먹고 용돈도 깍일거에요. 밀려 쓴 것 다시 고쳐줄 수는 없나요?”
미연이는 수학을 잘 하는 편이다. 이해력도 높고 문제도 열심히 풀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면 시험을 망치는 것이다. 엄마의 극성이 완벽주의 콤플렉스로 옮아간 것이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부모님 때문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세 번이나 가출한 혜정이를 찾아내어 겨우 데려 갔더니 “너 같은 딸은 없는 셈 치겠다며 따귀를 올려붙이는 아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나가버린 혜정이, 여학생을 성희롱하다가 걸려 학생부에 불려 온 석용이 때문에 달려 온 엄마의 말, “남자애들 다 그럴 수 있지요. 한번만 봐주세요. 여자애가 얼마나 꼬리쳤으며 그렇겠어요?”, 커닝을 적발하여 처벌했다가 아이의 아빠에게 멱살을 잡혀 교장실로 끌려 간 여선생님….
물론 이해한다.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성적 공포에, 사교육비에, 만성적인 교육병으로 날마다 시달리다 보니 우리 부모님들은 어느새 진정한 자녀 사랑이 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아이의 원수가 되어 버린다. 억울한 일이다. 자잘한 생활 문제나 학습 장애에 이르기까지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 속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어릴적부터 응석받이로 자라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다가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갑자기 권위로 밀어부치면 아이가 따라올 리 만무하다. 눈높이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해주고, 초인적인(?) 인내심을 갖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면 아이들은 의외로 속마음을 열어놓는다. 부모나 교사의 지시가 조금 강압적일지라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면 불만 없이 따라주는 트인 면도 옛 세대와는 다른 신세대의 장점이다. 전천후 부모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 김대유 서울 서문여중 교사
“어떻게 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수학시험지 답안을 18번부터 밀려썼어요.”
“내가 뭐라든?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 그렇다고 이 밤중에 전화를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은 뭐니?”
“엄마가요, 성적표 나오면 수학 점수만 봐요. 오늘 망쳤으니 무지무지 욕먹고 용돈도 깍일거에요. 밀려 쓴 것 다시 고쳐줄 수는 없나요?”
미연이는 수학을 잘 하는 편이다. 이해력도 높고 문제도 열심히 풀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면 시험을 망치는 것이다. 엄마의 극성이 완벽주의 콤플렉스로 옮아간 것이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부모님 때문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세 번이나 가출한 혜정이를 찾아내어 겨우 데려 갔더니 “너 같은 딸은 없는 셈 치겠다며 따귀를 올려붙이는 아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나가버린 혜정이, 여학생을 성희롱하다가 걸려 학생부에 불려 온 석용이 때문에 달려 온 엄마의 말, “남자애들 다 그럴 수 있지요. 한번만 봐주세요. 여자애가 얼마나 꼬리쳤으며 그렇겠어요?”, 커닝을 적발하여 처벌했다가 아이의 아빠에게 멱살을 잡혀 교장실로 끌려 간 여선생님….
물론 이해한다.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성적 공포에, 사교육비에, 만성적인 교육병으로 날마다 시달리다 보니 우리 부모님들은 어느새 진정한 자녀 사랑이 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아이의 원수가 되어 버린다. 억울한 일이다. 자잘한 생활 문제나 학습 장애에 이르기까지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 속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어릴적부터 응석받이로 자라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다가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갑자기 권위로 밀어부치면 아이가 따라올 리 만무하다. 눈높이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해주고, 초인적인(?) 인내심을 갖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면 아이들은 의외로 속마음을 열어놓는다. 부모나 교사의 지시가 조금 강압적일지라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면 불만 없이 따라주는 트인 면도 옛 세대와는 다른 신세대의 장점이다. 전천후 부모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 김대유 서울 서문여중 교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