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전천후 부모노릇

지역내일 2002-01-30 (수정 2002-02-01 오후 7:50:39)
교내 불량서클 선배에게 늘씬하게 두드려 맞은 상아는 상처를 묻는 엄마에게 국어선생님께 맞았다고 둘러댔다. 화가 몹씨 난 엄마는 담임에게 항의했고, 담임선생은 간단한 전화 통화를 통해 금새 진상을 밝혀냈다. 우리 아이는 절대로 거짓말을 안한다는 엄마의 맹목적인 믿음이 빚어낸 실수다. 또 울리는 전화 벨, 이번에는 우등생 미연이다.
“어떻게 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수학시험지 답안을 18번부터 밀려썼어요.”
“내가 뭐라든?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 그렇다고 이 밤중에 전화를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은 뭐니?”
“엄마가요, 성적표 나오면 수학 점수만 봐요. 오늘 망쳤으니 무지무지 욕먹고 용돈도 깍일거에요. 밀려 쓴 것 다시 고쳐줄 수는 없나요?”
미연이는 수학을 잘 하는 편이다. 이해력도 높고 문제도 열심히 풀지만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면 시험을 망치는 것이다. 엄마의 극성이 완벽주의 콤플렉스로 옮아간 것이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부모님 때문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세 번이나 가출한 혜정이를 찾아내어 겨우 데려 갔더니 “너 같은 딸은 없는 셈 치겠다며 따귀를 올려붙이는 아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나가버린 혜정이, 여학생을 성희롱하다가 걸려 학생부에 불려 온 석용이 때문에 달려 온 엄마의 말, “남자애들 다 그럴 수 있지요. 한번만 봐주세요. 여자애가 얼마나 꼬리쳤으며 그렇겠어요?”, 커닝을 적발하여 처벌했다가 아이의 아빠에게 멱살을 잡혀 교장실로 끌려 간 여선생님….
물론 이해한다.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성적 공포에, 사교육비에, 만성적인 교육병으로 날마다 시달리다 보니 우리 부모님들은 어느새 진정한 자녀 사랑이 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아이의 원수가 되어 버린다. 억울한 일이다. 자잘한 생활 문제나 학습 장애에 이르기까지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 속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어릴적부터 응석받이로 자라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다가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갑자기 권위로 밀어부치면 아이가 따라올 리 만무하다. 눈높이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해주고, 초인적인(?) 인내심을 갖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면 아이들은 의외로 속마음을 열어놓는다. 부모나 교사의 지시가 조금 강압적일지라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면 불만 없이 따라주는 트인 면도 옛 세대와는 다른 신세대의 장점이다. 전천후 부모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 김대유 서울 서문여중 교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