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물시장의 투기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선물시장에서 초반 매수→중반 매도→후반 매수, 또는 이와 반대방향의 매매패턴을 보이며 선·현물시장의 급등락을 유발하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6월 19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실시간으로 제공한 직후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포지션 노출을 꺼린 탓인지 거래량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27일부터 자신감을 되찾은 외국인들이 활발히 거래에 참가하면서 하루 1000∼2000계약의 선물 포지션 변동을 기록했다.
특히 29일 2204계약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음날과 지난 7월 3일 이틀동안 3587계약을 순매수해 상승장을 주도했다.
◆홍콩물고기의 실체는=
일명 '홍콩물고기'로 불리는 이들 선물투기세력의 실체에 대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심상범 대리는 "현물거래를 동반하지 않는 순수한 투기세력"이라고 설명했다. 심 대리의 비유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대량 매수하는 외국인투자가(현물과 선물·옵션 동시매매)는 '항공모함'이지만 선물투기세력(선물·옵션만 매매)은 '고속정'이다.
이들 투기세력이 실제 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외국인투자가라는점을 활용 현물시장에 단기간에 쇼크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3일단위로 단타매매(Day-Trading)를 하고 있다. 지난 17~18일 선물을 매도했지만 지난 21일 매수로 돌아섰다.
◆홍콩물고기의 두 가지 테크닉=
현물과 선물·옵션 동시매매하는 외국인투자가와 선물·옵션만 매매하는 선물투기세력은 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선물투기세력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즉 선물투기세력은 외국인투자가의 후광을 빌어 개인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간접적으로 선물시장에서 영향력(후광효과·Hallow effect)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언론을 이용해 개인의 추격매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투기세력은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영향력이 없다. 그러나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언론을 통해 시장에 단기간에 충격을 가해 의도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둘째는 프로그램매매를 자극하는 것이다. 시장이 방향을 잃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선물대량매도 충격→추격매도 유발→프로그램매도 유발, 현물시장에 하락압력을 행사한다.
◆홍콩물고기의 생존 조건=
제일투신증권 이상진 차장은 "주식시장 거래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시장이 방향을 잃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경우 선물투기세력의 작전이 통한다"고 분석했다. 이들 투기세력이 선물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규모는 5~10%정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태광투신 이승호 팀장은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1조원 가량 되기 때문에 데이트레이더들은 요즘 들어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을 투자 가이드로 삼고 있다는 것. 바로 이점이 외국인들의 선물 부문에 대한 투기적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이유이다.
◆선물투기세력 어떻게 막나=
대우증권 심상범 대리는 "만약 개인투자자가 대동단결하면 이들 투기세력의 발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하나로 묶는 대형 호재나 악재가 이어야만 가능하다. 이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개인투자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기관투자가가 적절한 역할을 행사해야 되지만 대우사태 이후 시장지배력이 급속히 약화된 상태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 홍콩물고기와 같은 선물투기세력의 단기매매에 휘둘리는 증시가 지속적으로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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