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 대안 없는 신자유주의 종말론

지역내일 2013-04-11
서울대 교수 사회학

최근 우리 사회과학계에서 신자유주의의 종언에 관한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로 경제학자 조순은 "신자유주의는 미국경제를 거덜 내고 세계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적절한 개입으로 시장과 금융을 관리해야 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오늘의 자본주의를 영미식 '자유 시장경제'와 유럽식 '조정된 시장경제'로 구분한다면, 아마도 한국경제의 방향을 전자에서 후자로 틀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자본주의 역사는 조정된 시장경제를 추구한 나라들이 자유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들 보다 경제성장은 물론 분배와 복지에서 나은 성과를 거두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에서 신자유주의적 실험은 단기적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재정파탄, 실업증가, 복지붕괴, 빈부격차 등을 가져오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의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방향에서 한국의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아래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관해선 이미 세계화의 주류 세력으로부터 자성이 있었다. 작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바브는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죄를 피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세계경제의 위험, 경제활력의 재건, 위험사회에 대한 대응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과제로 설정한 배경이다.

이와 달리 세계화를 거부하는 세계사회포럼은 올해 알제리의 튀니지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을 위한 지구적 단결을 강조했다. '아랍의 봄',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그리고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국제연대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혁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사회포럼의 기획자인 깐디도 그리보우스키가 부르짖은 대로 신자유주의의 오만을 이겨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은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자유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위계와 경쟁이라는 시장기제를 통해 경제활동을 조정한다. 기업의 행위는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주의의 모순, 대안을 찾아서
노조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 이에 대조적으로 조정된 시장경제는 정부의 간접 개입이나 기업 간의 합작적 관계와 같은 비시장적 기제에 의해 기업이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경우다. 기업들 사이의 전략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조로부터 형성된 정당이 존재한다.

원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서로 모순적이다. 자유주의 축적 이데올로기로서 민주주의의 참여·평등의 가치는 시장경제의 원칙인 경쟁·효율과 충돌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에 의한 시장견제와 동시에 국가에 의한 사회보호가 필수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압축발전을 통해 국제계층구조안에서 주변부로부터 반(半)주변부로의 지위상승을 통해 중심부를 넘보고 있는 대표적 나라다. 그러나 사회적 양극화가 보여주듯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은 선진국의 견제와 후진국의 추격 사이에 끼여 후발효과를 더 이상 가동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이 취해야 할 발전모델은 외국기술과 자본에 의존해 해외시장에 일종의 '링커'의 위치를 넘어설 수 있는 '지식정보 기반의 자아충전형 지식집약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방형에서 창조형으로의 전환을 통한 주체적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은 단순히 정부기구를 확대하기 보다는 정부의 역할과 규제 강화를 강조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고 국가자본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혼합경제 즉, 제도적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유연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칼레츠키의 주장은 정부와 기업이 대립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국형 자본주의 4.0의 의미
우리의 현안이라 할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상생도 단순히 대기업 때리기보다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이 책임 있는 자세로 참여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벌금같은 '징벌형 세금' 부과보다 '사회적 책임 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과거의 '큰 시장, 작은 정부'에서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의 길은 단순히 분노만으로 해결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며 우리 모두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장거리 경기다. 경제민주화의 길을 효과적으로 일관되게 걸어갈 수 있는 '강하지만 선한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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