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최근덕 성균관장 구속 소식은 하늘이 울고 땅이 꺼지는 소리 같았다. 우리 사회 양심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던 600만 유림 총수가 구속되었으니, 나라 망신에 이런 일이 있었던가!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또는 사업가나 시정의 장삼이사라면 늘 있는 일이려니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아니다. 유교를 국교로 숭앙한 나라에서 이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9일 최 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끝에,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부보조금 일부를 유용했고, 부관장 10여명에게서 받은 헌금 수억원과 공금 5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했다.
한국 유림의 수장이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이기도 한 80세 노인이 증거인멸 이유로 구속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와 유림뿐 아니라, 양심을 하늘로 삼는 한국인 모두의 수치다. '염치를 모르는 사람' '물욕 덩어리 소인배' '노추대감' 같은 유림사회의 격앙된 비난성이 나라 밖으로 새 나갈 게 두렵다.
20년 가까운 장기집권이 조직도 망쳐
사건이 곪아터진 뒤에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유림 내부의 분쟁을 모른 체 해온 우리 사회의 무관심도 문제다. 성균관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돈 문제와 결부된 분쟁을 집안일로 덮어 온 '아량'이 문제를 키웠다. 고발을 접수한 수사기관의 늑장대처도 사건이 곪아 터지게 한 요인의 하나다.
성균관 부관장 5명이 연서로 최 관장 비리를 고발한 것이 작년 1월이었다. 검찰은 최 관장을 불러 조사를 하고도 1년 넘도록 사건을 방치하다가, 성균관 산하기관 관계자들 비리가 여러 건 터져나온 뒤에야 유림의 본고장 안동으로 사건을 이첩, 1년 3개월 만에 매듭지었다.
영장 내용과 고발 요지에 따르면, 그는 성균관을 이끌어 갈 지도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세상이 다 아는 비리를 덮으려는 안간힘을 불쌍해하는 분위기였다 한다.
10명이 넘는 부관장들은 매년 2000~3000만원의 헌성금(獻誠金)을 내 성균관 운영을 돕고 있는데, 최 관장이 그 돈을 유용해 왔다는 것이 고발 요지였다. 고발인들은 최 관장 아파트 구입에 수억원이 쓰였고, 자녀들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의 구속영장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관광부가 성균관 산하 영주 선비문화수련원 청소년인성교육현장교실 지원금 명목으로 해마다 8억원씩 지급한 공금의 일부를 유용한 혐의가 기재되었다. 수련원장이 9300만원 횡령 혐의로 기소되었고, 성균관 교무부장이 2억원, 총무부장이 5억4700만원 횡령혐의로 구속된 사실 등이 최 관장 비리의 방증이다.
사건이 언론매체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전국의 유림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입김이 강한 안동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성균관장이 돈 문제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유림의 수치"라는 소리가 나왔다. '엄벌을 촉구하자'는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 유림단체 대표들의 관장 퇴진요구 성명도 발표되었다.
최 관장의 비리는 '장기집권'에서 잉태되었다는 것이 유림사회의 여론이다. 성균관과 전국 234개 향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장은 전국 유림의 직선제로 선출되어 왔다. 그것을 최 관장이 간접선거(장정제도) 방식으로 바꾸어 스스로 3기 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1990년대 한 차례 단임과 연임 관장 직을 합쳐 20년 가까운 장기집권이 사건의 배경이라는 것이 유림의 내부진단이다. 수장 한 사람의 장기집권 욕심이 조직을 망친 또 하나의 사례다.
성균관과 유림사회 환골탈태 각오로 국민 분노 가라앉혀야
2010년 한 방송사에서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최 관장은 "조선시대 정신문화의 모태인 성균관을 스캔들이라는 말로 모욕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면서 타이틀을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그 주장은 유교 핵심이념 인의(仁義)의 상징인 성균관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는 공감을 샀다.
그런데 지금 최 관장 스스로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말끝마다 선비와 군자의 도리를 내세우던 사람의 부끄러운 말로다. 우리나라는 유교 모범생 국가였다. 성균관은 그 사상과 학문을 널리 펴고 실천하는 교육의 본산이다. 성균관과 유림사회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민적인 낙망과 통분을 가라앉힐 책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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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덕 성균관장 구속 소식은 하늘이 울고 땅이 꺼지는 소리 같았다. 우리 사회 양심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던 600만 유림 총수가 구속되었으니, 나라 망신에 이런 일이 있었던가!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또는 사업가나 시정의 장삼이사라면 늘 있는 일이려니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아니다. 유교를 국교로 숭앙한 나라에서 이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9일 최 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끝에,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부보조금 일부를 유용했고, 부관장 10여명에게서 받은 헌금 수억원과 공금 5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했다.
한국 유림의 수장이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이기도 한 80세 노인이 증거인멸 이유로 구속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와 유림뿐 아니라, 양심을 하늘로 삼는 한국인 모두의 수치다. '염치를 모르는 사람' '물욕 덩어리 소인배' '노추대감' 같은 유림사회의 격앙된 비난성이 나라 밖으로 새 나갈 게 두렵다.
20년 가까운 장기집권이 조직도 망쳐
사건이 곪아터진 뒤에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유림 내부의 분쟁을 모른 체 해온 우리 사회의 무관심도 문제다. 성균관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돈 문제와 결부된 분쟁을 집안일로 덮어 온 '아량'이 문제를 키웠다. 고발을 접수한 수사기관의 늑장대처도 사건이 곪아 터지게 한 요인의 하나다.
성균관 부관장 5명이 연서로 최 관장 비리를 고발한 것이 작년 1월이었다. 검찰은 최 관장을 불러 조사를 하고도 1년 넘도록 사건을 방치하다가, 성균관 산하기관 관계자들 비리가 여러 건 터져나온 뒤에야 유림의 본고장 안동으로 사건을 이첩, 1년 3개월 만에 매듭지었다.
영장 내용과 고발 요지에 따르면, 그는 성균관을 이끌어 갈 지도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세상이 다 아는 비리를 덮으려는 안간힘을 불쌍해하는 분위기였다 한다.
10명이 넘는 부관장들은 매년 2000~3000만원의 헌성금(獻誠金)을 내 성균관 운영을 돕고 있는데, 최 관장이 그 돈을 유용해 왔다는 것이 고발 요지였다. 고발인들은 최 관장 아파트 구입에 수억원이 쓰였고, 자녀들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의 구속영장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관광부가 성균관 산하 영주 선비문화수련원 청소년인성교육현장교실 지원금 명목으로 해마다 8억원씩 지급한 공금의 일부를 유용한 혐의가 기재되었다. 수련원장이 9300만원 횡령 혐의로 기소되었고, 성균관 교무부장이 2억원, 총무부장이 5억4700만원 횡령혐의로 구속된 사실 등이 최 관장 비리의 방증이다.
사건이 언론매체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전국의 유림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입김이 강한 안동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성균관장이 돈 문제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유림의 수치"라는 소리가 나왔다. '엄벌을 촉구하자'는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 유림단체 대표들의 관장 퇴진요구 성명도 발표되었다.
최 관장의 비리는 '장기집권'에서 잉태되었다는 것이 유림사회의 여론이다. 성균관과 전국 234개 향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장은 전국 유림의 직선제로 선출되어 왔다. 그것을 최 관장이 간접선거(장정제도) 방식으로 바꾸어 스스로 3기 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1990년대 한 차례 단임과 연임 관장 직을 합쳐 20년 가까운 장기집권이 사건의 배경이라는 것이 유림의 내부진단이다. 수장 한 사람의 장기집권 욕심이 조직을 망친 또 하나의 사례다.
성균관과 유림사회 환골탈태 각오로 국민 분노 가라앉혀야
2010년 한 방송사에서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최 관장은 "조선시대 정신문화의 모태인 성균관을 스캔들이라는 말로 모욕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면서 타이틀을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그 주장은 유교 핵심이념 인의(仁義)의 상징인 성균관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는 공감을 샀다.
그런데 지금 최 관장 스스로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말끝마다 선비와 군자의 도리를 내세우던 사람의 부끄러운 말로다. 우리나라는 유교 모범생 국가였다. 성균관은 그 사상과 학문을 널리 펴고 실천하는 교육의 본산이다. 성균관과 유림사회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민적인 낙망과 통분을 가라앉힐 책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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