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모 서울사이버대 입학부처장
직장인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전공과 무관하게 첫 직업을 선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졸자 보다는 전문대 졸업자, 그리고 그보다는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크다고 한다. 또, 이는 10년 전 실시된 같은 조사보다 더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다보니 눈을 낮춰 일자리를 구하는 이른바 '하향 취업'도 많고 비슷한 이유로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일단 취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켠에서는 대학을 선택할 때 적성이나 희망보다는 '입학 가능한 성적'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대학이라는 곳이 특정 직업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지식인'을 배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모든 대학 졸업생이 본인의 전공에 따라서만 직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국문학과 출신의 CEO나 기계공학과 출신의 시인을 두고 '전공과 무관한 선택을 했다'라기보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라고 하지 않는가?
10명 중 8명,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
하지만 졸업 직후에 택하는 첫 번째 직업의 경우는 조금 차이가 있다. 대학 교육의 성과가 직업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새 2년제 혹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 다시 대학을 다니는, 이른바 '유턴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울사이버대학교만 하더라도 입학 지원 동기를 '직업상 요구되는 지식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답한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보니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동기를 가지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오프라인 세미나 등 학과 모임에 매우 적극적이며, 그만큼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기가 분명하며, 수업을 통해 그 동기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들이 '수요자 중심 교육'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학업자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0% 수준으로 전체 고용률인 59.4%를 한참 밑돌고 있다.
요즘처럼 청년 취업이 힘든 시기에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대학 교육의 결과가 취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학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을 키워주는 등 학생들의 실질적 요구에 부응한 정책들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학업자 적극성이 교육 성과의 열쇠
이제 근본적으로 '실용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는 3학점 위주의 이론 강의를 실무 중심 강의와 결합하여 5~6학점 수준의 협업강의로 확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 교육의 기본기를 튼튼히 하면서 실용교육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들이 꾸준히 시행된다면 '수요자 중심 교육'은 좀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지식인'. 취업대란의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대학 교육의 인재상이다.
대학들이 '수요자 중심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용 교육에 좀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집중해 10년 후 조사될 결과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증명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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