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떠밀려 빛바랜 인사청문회
청와대 "더 밀리면 국정운영 동력 상실" … 야, 정부조직개편안에 화력집중
도덕성 의혹을 벗지 못한 '문제 장관'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논리만 앞세운 탓이다. 국민들의 '여론과 상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집권 초부터 인사 문제를 놓고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처리 되는대로 장관 후보자들을 그대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대통령 담화' 뒤 정부조직개편안에 집중하느라 인사청문회는 후순위로 밀어둔 상태다. 법률적으로도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한 뒤 20일만 지나면 임명할 수 있다. 여야가 부적격자라고 합의하든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든 상관이 없다. 장관 후보자를 국민눈높이에서 걸러내기 위해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 무기 장사꾼, 김병관 사퇴!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뒷전으로 밀린 국민여론 = 그동안 비리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 고문을 지냈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낙마 1순위'로 손꼽혔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만 해도 10여 항목이 넘는다. 군 재직 당시 부대공사 리베이트 의혹에서부터 증여세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불가론'이 제기될 정도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김 후보자를 직접 거론하며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 사항들이 하나씩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재선의 김용태 의원도 "(국방장관 후보자가) 무기 중개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납득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로펌에서 10억대 연봉을 받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와 전관예우와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낙마 후보'로 거론됐다. 야당은 세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전 국회부의장인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그로 인한 금전 탐욕이 이번에 전관예우와 같은 고위직의 부패로 드러났다"며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스스로 용퇴해 박근혜 정부가 순항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논리에 떠밀린 국민상식 = 이 때문에 적어도 1~2명의 낙마자가 나올 것이란 게 정치권 관측이었다. 여당에서도 "청문회 이후에도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초강경 담화를 한 뒤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이미 정부출범이 늦어진 상태에서 더 밀리면 집권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눈높이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현실상 (장관 후보자들을) 다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추가 낙마자가 나올 경우, 후보자인선→청문회→임명이라는 지리한 절차를 되밟아야 한다는 논리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열흘이 넘도록 국무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칼날도 무디어졌다. 인사청문회 대신 정부조직법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까지 날선 공방을 벌일 경우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는 야당의 반대로 청문일정을 잡지 못하던 김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오는 8일 갖기로 했다. 야당은 또 지난 4일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던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도 동의했다. 야당이 장기 여론전을 위해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전선을 좁혀 화력을 집중하려는 의지가 청문회 처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EAI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결국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 셈법'에 떠밀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장관들이 '후보자 딱지'를 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논리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관련기사]
- 원칙·철학 없는 민주당 ‘꼼수정치’
- 민주당, 그때그때 달라요
- 3월 임시국회 방탄 논란?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청와대 "더 밀리면 국정운영 동력 상실" … 야, 정부조직개편안에 화력집중
도덕성 의혹을 벗지 못한 '문제 장관'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논리만 앞세운 탓이다. 국민들의 '여론과 상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집권 초부터 인사 문제를 놓고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처리 되는대로 장관 후보자들을 그대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대통령 담화' 뒤 정부조직개편안에 집중하느라 인사청문회는 후순위로 밀어둔 상태다. 법률적으로도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청한 뒤 20일만 지나면 임명할 수 있다. 여야가 부적격자라고 합의하든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든 상관이 없다. 장관 후보자를 국민눈높이에서 걸러내기 위해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 무기 장사꾼, 김병관 사퇴!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뒷전으로 밀린 국민여론 = 그동안 비리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 고문을 지냈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낙마 1순위'로 손꼽혔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만 해도 10여 항목이 넘는다. 군 재직 당시 부대공사 리베이트 의혹에서부터 증여세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불가론'이 제기될 정도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김 후보자를 직접 거론하며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 사항들이 하나씩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재선의 김용태 의원도 "(국방장관 후보자가) 무기 중개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납득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로펌에서 10억대 연봉을 받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와 전관예우와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낙마 후보'로 거론됐다. 야당은 세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전 국회부의장인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그로 인한 금전 탐욕이 이번에 전관예우와 같은 고위직의 부패로 드러났다"며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스스로 용퇴해 박근혜 정부가 순항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논리에 떠밀린 국민상식 = 이 때문에 적어도 1~2명의 낙마자가 나올 것이란 게 정치권 관측이었다. 여당에서도 "청문회 이후에도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초강경 담화를 한 뒤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이미 정부출범이 늦어진 상태에서 더 밀리면 집권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눈높이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현실상 (장관 후보자들을) 다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추가 낙마자가 나올 경우, 후보자인선→청문회→임명이라는 지리한 절차를 되밟아야 한다는 논리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열흘이 넘도록 국무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칼날도 무디어졌다. 인사청문회 대신 정부조직법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까지 날선 공방을 벌일 경우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는 야당의 반대로 청문일정을 잡지 못하던 김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오는 8일 갖기로 했다. 야당은 또 지난 4일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던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도 동의했다. 야당이 장기 여론전을 위해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전선을 좁혀 화력을 집중하려는 의지가 청문회 처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EAI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결국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 셈법'에 떠밀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장관들이 '후보자 딱지'를 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논리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관련기사]
- 원칙·철학 없는 민주당 ‘꼼수정치’
- 민주당, 그때그때 달라요
- 3월 임시국회 방탄 논란?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