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개성의 힘’] 개성 있는 사람이 미래에 살아남는다

지역내일 2013-03-08 (수정 2013-03-08 오후 2:42:25)

안종주 칼럼니스트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재능 있는 가수와 재주꾼 등을 발굴하기 위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2~3년 전부터 공중파와 유선방송을 가리지 않고 여러 채널에서 '위대한 탄생', '케이팝 스타' 등의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다. 기존 가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과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드물게는 '악동 뮤지션'처럼 참가자들이 자작곡을 선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개는 기존 노래들을 편곡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부른다. 원곡과는 다른 장르 형태로 바꾸거나 원곡을 재해석해 얼마나 개성 있게 부르느냐, 그래서 심사위원과 평가단 또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승리의 열쇠가 된다. 원곡 가수 흉내를 내거나 모창을 하면 그것은 탈락의 지름길이다.

현대는 개성의 시대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질이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는 비단 노래뿐만 아니다. 춤, 말하기와 글쓰기, 문학·예술 작품, 상품 모두에 해당한다. 개성을 지닌 인간만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개성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일수록 오래도록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획일화된 인간을 만드는 교육에 힘을 쏟아왔다.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윗사람의 지시나 지침에 따라 묵묵히 일만 하는 산업 일꾼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똑같은 모양이나 비슷비슷한 기능을 가진 상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 교육 현장이나 예술, 시장에서도 개성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 뿌리가 깊은 획일주의와 평균주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똬리를 틀고 있다.

'개성의 힘'은 빈 의과대학 의료유전학연구소장으로 있는 오스트리아 유전학자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가 쓴 'Die Durchschnittsfalle'의 번역서다. 그는 유전학 기초연구를 하는 학자이면서 방송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성공의 열쇠는 개성이며 가장 안전해 보이는, 그래서 아직도 상당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강요하거나 바라는 평균적 삶은 성공을 가로막는 최대의 위험요소임을 매우 인상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는 개성의 힘과 중요성을 그동안 연구돼온 생물·유전·진화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포츠, 수공업, 예술, 과학, 경영과 정치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평균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개성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최고의 자산이다. 평균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과학 분야에서 성공적인 미래에 필요한 최고 성과를 낼 수 없다. 또한 평균은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서 예외적인 성과를 이루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정치적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다. 평균은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평균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행동하고 서로가 다르지 않다면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개성이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서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말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명이 넘은 사람들 중 아무나 골라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유전인자는 99.9퍼센트 일치한다. 즉 인간의 생물학적 개성의 차이는 0.1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같은 사람은 없다. 형제지간이나 부자·모녀지간은 물론이고 쌍둥이(심지어는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사고와 행동이 똑같지는 않다. 그래서 그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진화는 개성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평균의 위험과 함정에 대해서는 20세기 뛰어난 진화생물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일찍이 자신의 책 '풀하우스'에서 설파한 바 있다.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라고 지적했다. 다양성은 진화의 산물이며 다양성은 개성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진화는 계속해서 수많은, 다양한 변이들을 생물들에게서 만들어 내왔다. 진화가 개성과 변이를 추구하는 이유는 환경이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지구와 지금의 지구 환경은 기후 등 많은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가. 결국 지은이의 생각은 굴드의 생각과 사실상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헹스트슐레거는 "진화가 추구하는 개성의 목적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계속해서 개성이 생성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적 차원에서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사회적 실천이란 다시 말해 정치, 과학, 교육, 예술,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이 개성을 키워가고 개성 있는 인간이 대접 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평균적인 삶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일탈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체를 의미한다. 개성을 잃는 것은 미래를 잃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최고 수준의 개성을 추구하면 보통 사람들이 걱정하는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일탈이 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르다는 것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다른 것은 잘못된 것, 즉 틀린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른 것에 대해 다르다고 표현하지 않고 '틀리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도, 사회도 모두 개성을 지녀야 한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무엇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어려울수록 팀의 구성원들은 더욱 개성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할 때 모두가 똑같은 사고와 행동을 지니도록 강요할 게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보장하고 장려해야 한다. 팀, 네트워크, 상호협력에서도 개개인의 생각, 능력,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할수록 개성의 가치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 이 책은 개성과 관련한, 주옥같은 말들을 덤으로 준다.

'모든 인간은 여러 가지 재능을 갖고 있다.' '애초 더 좋은 재능이나 더 나쁜 재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은 언제나 유전과 환경 혹은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의 산물이다.' '엘리트는 한 명이 아니라 사람 수만큼 많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평균은 뛰어난 성과를 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미래를 가로막는 최고의 위험요소다.'

열린책들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 지음
권세훈 옮김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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