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관 한국지진공학회장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11년 3월 11일 전 세계의 이목이 일본에 집중됐다. 규모 9의 대지진으로 일본 동북부 해안에 거대한 쓰나미가 내습했다. 이로 인해 3만4000명을 넘는 사상자와 이재민,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이 손상됐다.
급기야 대량의 방사능 유출로 이어져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당시 우리 국민은 유사한 지진재난이 한반도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했는데 대응은 차분했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이나 2004년 니가타 지진에 이은 수마트라 대지진 때 불안에 떨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했을까? 2008년 제정 공포된 지진재해대책법과 2009년에 시행된 동법 시행령이다. 이 법은 2005년 소방방재청이 지진방재종합개선 기획단을 발족시켜서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고 최신의 기술 및 정책 현황을 반영해 지진방재에 대한 기본 안을 수립한 결과였다. 법이 시행되면서 지진방재가 체계적으로 시행되는 큰 틀이 만들어졌다.
대형댐 내진기준 1000년 빈도 … 건축물 특등급(2400년)보다 낮아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진대응매뉴얼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지진해일침수예상도를 제작, 배포해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면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발전은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부 사항에서는 통일성과 일관성, 체계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지진재해대책법 시행령은 31개 시설을 내진설계기준설정 법정 대상시설로 지정했다. 시설 관할은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9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각 부처는 관할 시설의 내진성능목표와 설계지진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가 관할하는 도로교량과 터널 설계기준에는 특등급이 없다. 한강에 건설된 교량의 기능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지간이 200m 이하라면 1등급으로 분류되어 설계지진은 재현주기 1000년 지진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도로교통협회(AASHTO)의 기준에는 특등급에 해당하는 핵심교량 등급이 설정돼 있고 이 등급은 재현주기 2400년 이상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즉각 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2009년 건축구조기준에는 중요도계수의 개념 차이로 인해 지진하중이 교량 등과 다르게 규정돼 있는데 더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례는 댐의 내진설계기준이다. 높이 45m 이상인 대형댐을 특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재현주기 2400년의 지진이 아니라 1000년 지진을 설계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수준은 건축물의 특등급보다도 낮다. 이러한 문제는 위 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회기반시설과 건축물이 지진에 대해서 얼마만큼 안전한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진방재 총괄 부처에 그 권한과 임무 부여해야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되었음에 불구하고 왜 이런 문제가 있는가? 내진성능목표와 설계지진을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에는 국가가 국가내진성능의 목표와 시설물별 허용 피해범위 목표를 설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할 부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현 지진재해대책법에는 소방방재청이 지진대책을 총괄하게 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명시돼 있지 않다. 조정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지진대책법에 새로 마련하고 지진방재 총괄 부처에 그 권한과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지진재해대책법의 제정과 시행은 우리나라 지진대책의 발전과 안전의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시설별 내진성능목표와 설계기준이 국가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설정돼야 지진재해대책법의 제정 목적이 달성된다. 시설간 균형이 이루어지는 건 물론국가 전체적으로 안전 수준이 훨씬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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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11년 3월 11일 전 세계의 이목이 일본에 집중됐다. 규모 9의 대지진으로 일본 동북부 해안에 거대한 쓰나미가 내습했다. 이로 인해 3만4000명을 넘는 사상자와 이재민,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이 손상됐다.
급기야 대량의 방사능 유출로 이어져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당시 우리 국민은 유사한 지진재난이 한반도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했는데 대응은 차분했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이나 2004년 니가타 지진에 이은 수마트라 대지진 때 불안에 떨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했을까? 2008년 제정 공포된 지진재해대책법과 2009년에 시행된 동법 시행령이다. 이 법은 2005년 소방방재청이 지진방재종합개선 기획단을 발족시켜서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고 최신의 기술 및 정책 현황을 반영해 지진방재에 대한 기본 안을 수립한 결과였다. 법이 시행되면서 지진방재가 체계적으로 시행되는 큰 틀이 만들어졌다.
대형댐 내진기준 1000년 빈도 … 건축물 특등급(2400년)보다 낮아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진대응매뉴얼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지진해일침수예상도를 제작, 배포해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면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발전은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부 사항에서는 통일성과 일관성, 체계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지진재해대책법 시행령은 31개 시설을 내진설계기준설정 법정 대상시설로 지정했다. 시설 관할은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9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각 부처는 관할 시설의 내진성능목표와 설계지진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가 관할하는 도로교량과 터널 설계기준에는 특등급이 없다. 한강에 건설된 교량의 기능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지간이 200m 이하라면 1등급으로 분류되어 설계지진은 재현주기 1000년 지진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도로교통협회(AASHTO)의 기준에는 특등급에 해당하는 핵심교량 등급이 설정돼 있고 이 등급은 재현주기 2400년 이상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즉각 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2009년 건축구조기준에는 중요도계수의 개념 차이로 인해 지진하중이 교량 등과 다르게 규정돼 있는데 더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례는 댐의 내진설계기준이다. 높이 45m 이상인 대형댐을 특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재현주기 2400년의 지진이 아니라 1000년 지진을 설계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수준은 건축물의 특등급보다도 낮다. 이러한 문제는 위 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회기반시설과 건축물이 지진에 대해서 얼마만큼 안전한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진방재 총괄 부처에 그 권한과 임무 부여해야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되었음에 불구하고 왜 이런 문제가 있는가? 내진성능목표와 설계지진을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에는 국가가 국가내진성능의 목표와 시설물별 허용 피해범위 목표를 설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할 부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현 지진재해대책법에는 소방방재청이 지진대책을 총괄하게 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명시돼 있지 않다. 조정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지진대책법에 새로 마련하고 지진방재 총괄 부처에 그 권한과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지진재해대책법의 제정과 시행은 우리나라 지진대책의 발전과 안전의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시설별 내진성능목표와 설계기준이 국가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설정돼야 지진재해대책법의 제정 목적이 달성된다. 시설간 균형이 이루어지는 건 물론국가 전체적으로 안전 수준이 훨씬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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