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장관 "한·미·중 등 3자적 접근 곧 현실화될 것"
한·미·중이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프로세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당분간 대화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미 양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밝혔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9·19 공동성명 이행 발표와 관련 "북한이 벌인 게임에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사 표현"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를 추진하기보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인하겠다는 기조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이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용자산(available assets)을 총동원할 경우 대화 복원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MD)망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 후 미국 언론과 따로 만나 "미·중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합의와 그 핵심 목표에 완전히 일치했으며, 양국은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키로 합의했다"면서 "이것이 수사가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미국의 합참의장, 국무부 부장관이 베이징에 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미국이 MD체제 강화를 통해 자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미·중간 '빅딜'에 따른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국이 아직 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안됐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나서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입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미국, 중국 등 3자적 접근 방식을 검토하고 있고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6자회담 등 비핵화 회담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4년 이상 6자회담이 교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등 연이은 도발로 인해 비핵화 대화의 재개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협의의 다각화를 통해 6자회담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중·일·러 등 관련국들과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면서 공동의 대응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한·미, 한·중 등 양자협의, 한·미·중 등 3자 협의 및 주요 국제다자회의 계기에 관련국들간 '소규모 다자협의(minilateral)' 등 전방위적 노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소규모 다자협의는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외교ㆍ안보 전략 강화 방침과 관련 "몇몇 국가들로 구성된 소규모 모임인 이른바 '소(小)다자 대화체(minilateral engagements)'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아울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의 발전 상황을 보아가면서 남북간 비핵화 실질협의도 추진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남북간 비핵화 회담이 중요하지만 그런 상황이 조만간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동력을 쌓아 가겠다는 것이다. 회담의 우선순위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여러 단위의 회담이 상호 추동하는 구도"라며 "미국이 당장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자연스럽게 먼저 풀어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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