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스마트교육사업 기업만 살찌워”
20일 국회토론회서 '현장목소리 외면' 질타 봇물 … "사교육비 오히려 늘 것"
지역내일
2013-03-21
(수정 2013-03-21 오후 1:15:15)
오는 2015년까지 2조22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교과서 등을 개발한다는 정부의 스마트교육 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디지털기기 도입 등 외부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작 학생과 교사 등 교육주체는 뒷전으로 밀리고, 기기를 생산하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년, 유은혜 의원 주최로 열린 스마트교육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교육이 사교육과 학교불신의 수렁에 빠진 우리 교육을 위기에서 건져줄 것이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더구나 스마트교육에 막대한 산업적 이해가 결부되고, 국민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2011년 6월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 같은 해 121억원을 시작으로 2015년 7396억원까지 5년간 모두 2조2280억원을 투입한다. 2014년 스마트교육이 본격 도입되면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교과서를 보는 것은 물론, 필기도 하고 다양한 학습 콘텐트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스마트교육 예산 대기업으로 흐른다" = 우선 스마트교육 사업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교육콘텐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인프라 사업 규모만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기기 생산을 독점하는 몇몇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스마트교육 태블릿PC 시범사업의 경우 전국 소규모 학교 63개를 대상으로 6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며 "1만1000여개 학교로 확대된다면, 단순 계산으로만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몇몇 대기업이 스마트교육 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독점하는 것도 문제고, 현재의 스마트교육에 대당 65만원 상당하는 고가의 태블릿PC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라며 "스마트교육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는 현재 상황을 보면 대기업의 수익구조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 정부가 종속돼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상하는 교육콘텐츠 수급 계획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교육기부와 교육콘텐츠 나눔운동, 교육콘텐츠 오픈마켓 구축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의 교육콘텐츠 공급을 고려중이다.
문 위원은 "정부가 기존 추진하던 콘텐츠 사업은 실패를 거듭해왔다"며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에서의 콘텐츠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1996년 도입된 에듀넷(edunet)이다. 에듀넷은 학습 교안과 교과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정보망으로, 지난해까지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유지·관리에만 매년 약 20억원이 소요된다.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수만 600만명이 넘는 대규모 교육 정보 사이트다.
투입된 예산에 비해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7월 현장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듀넷의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에 활용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단 32명(6.4%)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에듀넷 자료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교사는 388명(77.6%)에 달했다.
그는 "정부는 스마트교육으로 사교육비가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거가 대단히 미약하다"며 "오히려 사교육업체 중심의 새로운 교육콘텐츠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기기 시장을 창출, 사교육비 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로비에 교과부 흔들린 것 아니냐"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는 "정부가 강조하는 디지털교과서와 온라인학습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의 스마트교육은 학교와 학급, 담당교과 교사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학령기의 쳥소년들이 겪게 될 혼란"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학교 교육과정의 디지털화는 개별학교가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 가며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을 봐 가면서 해야 할 조심스러운 사업"이라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들을 무턱대고 도입한 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과 소통하면서 교육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희경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사무국장은 "검색능력을 높이는 교육은 사색의 힘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하물며 제대로 검색할 만한 좋은 콘텐츠조차 담보할 수 없는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이야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잖아도 컴퓨터, 스마트폰에 중독증상을 보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굳이 수업시간에조차 스마트기기를 쥐어줘야 하는 것인가"라며 "기업이 교육의 내부에 깊숙이 관여하고, 이해관계자가 교육 정책을 좌우하고, 이 사회의 미래이자 마지막 보루인 공교육의 영역마저 상업성의 각축장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강정훈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일부 교사는 스마트교육이 대기업의 태블릿PC를 팔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대기업의 로비에 교육부가 흔들린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며 "학생 수 감축이나 행정인력에 대한 내용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미루면서 검증도 안된 스마트교육에는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공공기관에 수백만건 콘텐츠" = 반론의 목소리도 있었다. 교육콘텐츠 수급이 부실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스마트교육R&D 본부장은 "지난 몇년에 걸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만도 수백만건의 콘텐츠를 개발해왔다"며 "이제 콘텐츠의 수급은 기존 콘텐츠를 분석하고 교육적 적용 가능성을 확인, 교육과정과 연계시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독식 우려에 대해서도 "단순히 기기의 관점이 아니라 풍부한 앱과 콘텐츠, 다양한 서비스에 기반해 선호하는 기기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는 부분일지 모르겠다"며 "대기업이 생산하기 때문에 선택하면 안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기기, 그 안에 풍부한 앱과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갖가지 우려에 대해 조기성 계성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교육은 교육현장의 변화를 원하는 교사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교육이며 시대의 흐름"이라며 "더 이상 과거 준비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사기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이윤추구가 맞을 수 있겠지만 좋은 콘텐츠를 통해 혜택을 보는 대상은 수업을 하는 교사와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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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년, 유은혜 의원 주최로 열린 스마트교육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교육이 사교육과 학교불신의 수렁에 빠진 우리 교육을 위기에서 건져줄 것이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더구나 스마트교육에 막대한 산업적 이해가 결부되고, 국민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2011년 6월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 같은 해 121억원을 시작으로 2015년 7396억원까지 5년간 모두 2조2280억원을 투입한다. 2014년 스마트교육이 본격 도입되면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교과서를 보는 것은 물론, 필기도 하고 다양한 학습 콘텐트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스마트교육 예산 대기업으로 흐른다" = 우선 스마트교육 사업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교육콘텐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인프라 사업 규모만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기기 생산을 독점하는 몇몇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스마트교육 태블릿PC 시범사업의 경우 전국 소규모 학교 63개를 대상으로 6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며 "1만1000여개 학교로 확대된다면, 단순 계산으로만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몇몇 대기업이 스마트교육 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독점하는 것도 문제고, 현재의 스마트교육에 대당 65만원 상당하는 고가의 태블릿PC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라며 "스마트교육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는 현재 상황을 보면 대기업의 수익구조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 정부가 종속돼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상하는 교육콘텐츠 수급 계획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교육기부와 교육콘텐츠 나눔운동, 교육콘텐츠 오픈마켓 구축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의 교육콘텐츠 공급을 고려중이다.
문 위원은 "정부가 기존 추진하던 콘텐츠 사업은 실패를 거듭해왔다"며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에서의 콘텐츠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1996년 도입된 에듀넷(edunet)이다. 에듀넷은 학습 교안과 교과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정보망으로, 지난해까지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유지·관리에만 매년 약 20억원이 소요된다.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수만 600만명이 넘는 대규모 교육 정보 사이트다.
투입된 예산에 비해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7월 현장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듀넷의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에 활용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단 32명(6.4%)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에듀넷 자료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교사는 388명(77.6%)에 달했다.
그는 "정부는 스마트교육으로 사교육비가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거가 대단히 미약하다"며 "오히려 사교육업체 중심의 새로운 교육콘텐츠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기기 시장을 창출, 사교육비 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로비에 교과부 흔들린 것 아니냐"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는 "정부가 강조하는 디지털교과서와 온라인학습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의 스마트교육은 학교와 학급, 담당교과 교사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학령기의 쳥소년들이 겪게 될 혼란"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학교 교육과정의 디지털화는 개별학교가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 가며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을 봐 가면서 해야 할 조심스러운 사업"이라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들을 무턱대고 도입한 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과 소통하면서 교육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희경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사무국장은 "검색능력을 높이는 교육은 사색의 힘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하물며 제대로 검색할 만한 좋은 콘텐츠조차 담보할 수 없는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이야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잖아도 컴퓨터, 스마트폰에 중독증상을 보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굳이 수업시간에조차 스마트기기를 쥐어줘야 하는 것인가"라며 "기업이 교육의 내부에 깊숙이 관여하고, 이해관계자가 교육 정책을 좌우하고, 이 사회의 미래이자 마지막 보루인 공교육의 영역마저 상업성의 각축장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강정훈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일부 교사는 스마트교육이 대기업의 태블릿PC를 팔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대기업의 로비에 교육부가 흔들린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며 "학생 수 감축이나 행정인력에 대한 내용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미루면서 검증도 안된 스마트교육에는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공공기관에 수백만건 콘텐츠" = 반론의 목소리도 있었다. 교육콘텐츠 수급이 부실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스마트교육R&D 본부장은 "지난 몇년에 걸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만도 수백만건의 콘텐츠를 개발해왔다"며 "이제 콘텐츠의 수급은 기존 콘텐츠를 분석하고 교육적 적용 가능성을 확인, 교육과정과 연계시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독식 우려에 대해서도 "단순히 기기의 관점이 아니라 풍부한 앱과 콘텐츠, 다양한 서비스에 기반해 선호하는 기기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는 부분일지 모르겠다"며 "대기업이 생산하기 때문에 선택하면 안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기기, 그 안에 풍부한 앱과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갖가지 우려에 대해 조기성 계성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교육은 교육현장의 변화를 원하는 교사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교육이며 시대의 흐름"이라며 "더 이상 과거 준비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사기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이윤추구가 맞을 수 있겠지만 좋은 콘텐츠를 통해 혜택을 보는 대상은 수업을 하는 교사와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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