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육성, 범국민적이어야
이종호 피라미드워드 전문위원 과학국가박사
정부는 최근 학생들이 대학의 이공계 진학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국비 해외유학·연수 기회의 확대, 장학금 지급 대상 확대, 이공계 석·박사들의 병역특례기간 단축(현행 5년에서 3년으로), 교차지원 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대책으로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이공계와 인문계 지원 간의 불균형은 단기적으로는 1998년에 시작된 현행 ‘교차지원’제도 때문이다. 신입생 모집단위가 광역화하면서 문과 이과의 구별이 모호한 일부 학과가 생겨나자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 선택권의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제도를 채택했다.
과학기술 분야는 흔히 일반인들이 골치 아파하는 수학적 사고력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어려운 수학 대신 비교적 쉬운 문과계통의 공부만으로 점수를 잘 받아 의대나 한의대를 포함한 이과계열 학과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누가 이런 유혹을 마다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정부의 교차지원 개선안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유사항이므로 대학이 응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해진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교차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대학은 거의 없다.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은 교차지원제도 그 자체를 없애는 것뿐이다.
이공계 기피, 안정된 생계 보장 안 되기 때문
장기적으로 볼 때 이과의 퇴조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인간을 위한 기술개발은 동기부여가 없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는 이를 소홀히 했다. 이공계 학생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보릿고개가 없어지자 제3공화국 정부는 과학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이 경제성장의 관건임을 알았다. 문제는 어떻게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느냐에 있었다. 당시 한국은 국내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예산도 없는데다가 해외에 유학생들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이때 추진된 것이 1970년대 초부터 시작한 해외유치과학자 초빙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낙후된 과학기술 능력을 앞당긴다는 목표 하에 외국에 나가 있는 우수 두뇌들을 장단기 계약으로 초빙했다. 상당한 물질적인 혜택도 주었다.
유치과학자에게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맡기고 후배들을 지도하도록 유도한 이러한 정책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음은 물론이다. 병행하여 과학기술원을 설치하는 한편 특수 과학대학도 설립했으며 이공계 학생들에게 단기 석사장교 복무 등 여러 가지 병역의 혜택을 주어 우수학생의 이공계 지망을 유도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자유·평등사상이 고조되자 특수인력에 대한 혜택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일어 병역특례를 비롯한 이과 우대 정책은 축소되고 대우도 사라졌다.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열악한 처우 등 이공계 출신에 대한 상대적인 홀대 분위기 때문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법과를 선호하며 이과라 할지라도 의대나 한방의대, 치의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분야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안정된 생계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MF위기 당시 각 기업 연구소가 어느 기구보다도 문을 먼저 닫아 이공계 출신 연구자들이 최우선 퇴출 대상이 되었다. 이 전례로 보아 학생들이 장래가 불안정한 순수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의 해결은 이과를 지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느끼도록 제반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우선 물질적인 대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련이 미국에 버금갈 만한 과학기술을 육성해 인공위성과 우주비행사를 미국에 앞서 우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과학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우대 때문이다.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보통 직장 대우의 수십 배에 달하는 특혜를 받았다.
선진국처럼 인센티브 정책으로 해결해야
병역특례 등 문제점을 해결해 주되 안정된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물론 혜택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질 있는 사람에 한해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공계 활성화에 대한 이해와 성원 또한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수재대학으로 알려진 파리고등사범과 이공대학 등 그랑제꼴(3~4년제)의 이공계 졸업생에게는 최고의 직장이 보장된다. 그들이 일반 기업체로 갈 경우 급료가 상황에 따라서는 일반대학 출신보다 2~5배가 높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수용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학적 사고와 응용이 필요한 이공계 학생에 대한 우대는 능력에 따른 우대이지 평등 원칙에 배치되는 제도가 아니다.
작금의 이과 기피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가면서 대학교육제도의 개폐를 통해 조속히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해야 하겠다.
이종호 피라미드워드 전문위원 과학국가박사
이종호 피라미드워드 전문위원 과학국가박사
정부는 최근 학생들이 대학의 이공계 진학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국비 해외유학·연수 기회의 확대, 장학금 지급 대상 확대, 이공계 석·박사들의 병역특례기간 단축(현행 5년에서 3년으로), 교차지원 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대책으로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이공계와 인문계 지원 간의 불균형은 단기적으로는 1998년에 시작된 현행 ‘교차지원’제도 때문이다. 신입생 모집단위가 광역화하면서 문과 이과의 구별이 모호한 일부 학과가 생겨나자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 선택권의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제도를 채택했다.
과학기술 분야는 흔히 일반인들이 골치 아파하는 수학적 사고력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어려운 수학 대신 비교적 쉬운 문과계통의 공부만으로 점수를 잘 받아 의대나 한의대를 포함한 이과계열 학과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누가 이런 유혹을 마다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정부의 교차지원 개선안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유사항이므로 대학이 응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해진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교차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대학은 거의 없다.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은 교차지원제도 그 자체를 없애는 것뿐이다.
이공계 기피, 안정된 생계 보장 안 되기 때문
장기적으로 볼 때 이과의 퇴조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인간을 위한 기술개발은 동기부여가 없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는 이를 소홀히 했다. 이공계 학생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보릿고개가 없어지자 제3공화국 정부는 과학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이 경제성장의 관건임을 알았다. 문제는 어떻게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느냐에 있었다. 당시 한국은 국내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예산도 없는데다가 해외에 유학생들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이때 추진된 것이 1970년대 초부터 시작한 해외유치과학자 초빙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낙후된 과학기술 능력을 앞당긴다는 목표 하에 외국에 나가 있는 우수 두뇌들을 장단기 계약으로 초빙했다. 상당한 물질적인 혜택도 주었다.
유치과학자에게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맡기고 후배들을 지도하도록 유도한 이러한 정책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음은 물론이다. 병행하여 과학기술원을 설치하는 한편 특수 과학대학도 설립했으며 이공계 학생들에게 단기 석사장교 복무 등 여러 가지 병역의 혜택을 주어 우수학생의 이공계 지망을 유도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자유·평등사상이 고조되자 특수인력에 대한 혜택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일어 병역특례를 비롯한 이과 우대 정책은 축소되고 대우도 사라졌다.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열악한 처우 등 이공계 출신에 대한 상대적인 홀대 분위기 때문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법과를 선호하며 이과라 할지라도 의대나 한방의대, 치의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분야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안정된 생계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MF위기 당시 각 기업 연구소가 어느 기구보다도 문을 먼저 닫아 이공계 출신 연구자들이 최우선 퇴출 대상이 되었다. 이 전례로 보아 학생들이 장래가 불안정한 순수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의 해결은 이과를 지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느끼도록 제반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우선 물질적인 대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련이 미국에 버금갈 만한 과학기술을 육성해 인공위성과 우주비행사를 미국에 앞서 우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과학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우대 때문이다.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보통 직장 대우의 수십 배에 달하는 특혜를 받았다.
선진국처럼 인센티브 정책으로 해결해야
병역특례 등 문제점을 해결해 주되 안정된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물론 혜택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질 있는 사람에 한해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공계 활성화에 대한 이해와 성원 또한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수재대학으로 알려진 파리고등사범과 이공대학 등 그랑제꼴(3~4년제)의 이공계 졸업생에게는 최고의 직장이 보장된다. 그들이 일반 기업체로 갈 경우 급료가 상황에 따라서는 일반대학 출신보다 2~5배가 높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수용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학적 사고와 응용이 필요한 이공계 학생에 대한 우대는 능력에 따른 우대이지 평등 원칙에 배치되는 제도가 아니다.
작금의 이과 기피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가면서 대학교육제도의 개폐를 통해 조속히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해야 하겠다.
이종호 피라미드워드 전문위원 과학국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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