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용천수를 아느냐”

생활 속의 색다른 느낌 1 - 북삼면 숭오동 용천수 약수터

지역내일 2002-02-04
겨울은 겨울 다와야 한다지만 매서운 바람에 활동의 폭이 줄어든다. 방학이라 아이들과 집안에만 있자면 온종일 짜증스럽기도 할 터. 이럴 때 가까운 야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구미 근교에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약수물이 있다면 가 볼만하지 않을까.

효험 있는 물 용천수
김천-대구간 4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북삼면 숭오동 숭오초등학교 방향으로 자리하고 있는 용천수 약수터를 만날 수 있다. 약수물의 효험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간경화 말기인 이인제(왜관·43)씨는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닐 때 사람들이 “용천수를 먹고 위장병을 고쳤다”는 말을 듣고 매일 약수터에 온다. “용천수로 밥을 지으면 맛도 일품이요 변질도 되지 않으며 이 물은 10년을 그대로 두어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이 곳을 드나드는 한 노인은 “약수통을 집에서 씻지 말고 오라”고 말했다. 행여 수돗물로 인해 있을지도 모르는 용천수의 오염을 걱정해서란다.

개인이 만든 약수터 물 값은 공짜
용천수 약수터 옆에 용천수 식당이 있는데 이 곳의 주인 할아버지가 이 약수물의 주인이다. 올해 61세로 환갑을 맞이하는 할아버지의 이름은 유영근옹. 구수한 입담이 더욱 용천수의 맛을 돋우는 것 같기도 하다.
12년 전 주택사업가로 활동하던 유옹은 7대를 살아온 이 마을에 큰 집을 지어볼 계획과 함께 온천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으로 지하수를 파게 되었다. 당시 동국대 지질과 교수에게 의뢰하여 4일간에 걸쳐 터를 잡아 찾아 낸 곳이 이 용천수. 그 유명한 효험의 물 전설의 시작이다.
용천수의 물줄기는 지하 203m 깊은 곳에 있는 바위에서 시작되며 이 물은 그곳에서 하루 종일을 퍼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유옹은 사비를 털어 이곳 약수터의 길을 닦고 지하수를 퍼 올리는 펌프를 설치하고 또 약수터의 외관도 꾸며 놓았다. 개인이 만든 약수터니 ‘물 값을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물은 ‘공짜’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곳의 물맛이 알려지면서 용천수가 생긴 이후 약 7년 정도는 하루에도 차가 적게는 200대에서 많게는 500대씩은 들어와 물을 길러갔다고 한다. 잘 닦인 길로 줄줄이 서서 한 통씩 물을 받아가던 것이 10년전의 풍경이라면 요즈음은 차 한대에 수십 통의 물을 받아가서 이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는 것이 새로운 풍경이란다.

용천수 식당 순박한 노인내외의 인생관 엿보기
건축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업실패를 한 유오은 이곳에서 자식들의 권유로 용천수식당을 하게되었다. 물을 관리하자면 전기세 정도는 벌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사람들은 용천수로 인해 붐비는 이 곳에서 큰 돈이 될 수 있는 고기집 등의 음식점을 권했지만 물의 오염을 걱정한 유옹은 두부 메밀묵 칼국수 등의 음식을 고집하고 있고 멸치조차 쓰지 않는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구미시 공무원도 물을 떠가며 ‘우리 나라에서 세 군데밖에 없는 귀한 물이라고 잘 관리하라’고 했다”고 말하는 유용의 또 다른 신념이 이기적인 젊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식당의 모습 또한 산중에 자리한 허름한 시골집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할머니의 칼국수 미는 모습이 정겹고 덤으로 담아주는 후덕한 인심을 맛볼 수 있다.
군 생활을 오래 해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고자 하는 노인 내외. “24시간 우물을 개방해 놓으니 수도꼭지가 파손되는 것은 물론이요 주객이 전도되어 물만 한 트럭씩 마구 싣고 휑하니 가버리는 사람들이 야속할 때도 있다”고 속내를 드러내 놓기도 했다.

약수터 따라 올라가면 대각국사비 만나
춥다고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물통 하나씩 들고 약수터로 나가보는 것도 겨울을 나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효험 있다’는 물맛도 보고 식당에 들러 노인네들의 구수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뜨끈한 칼국수 국물에 몸을 녹이고 나오면 용천수 약수터 옆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보면 새로운 역사를 경험할 수도 있다. 고려의 유명한 승려로 천태종의 시조인 의천을 기념한 전체길이 3.5m의 선봉사 대각국사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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