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아닌데도 식약청이 분류”

지역내일 2013-04-02 (수정 2013-04-02 오후 3:59:49)
[기획취재] 천연물신약 개발 논란 2
신약 개발한다며 기준은 완화 … 세계적 신약개발, 시작부터 '뻥' 이었나

2001년 정부는 수천억원 예산을 투자해 세계적 신약을 만들겠다는 천연물신약연구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의약품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세계적 신약개발을 위한 허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2002년 식약청은 국내 신약 허가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천연물신약 허가기준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 이후 이 기준을 충족하는 천연물신약조차 하나도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자 복지부와 식약청은 천연물신약개발계획과 상관없이 개발된 의약품을 천연물신약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천연물신약 허가기준보다 완화된 자료제출의약품에 천연물신약을 포함시켰다. 자료제출의약품을 천연물신약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천연물신약' 허가조건 신설 = 2001년 복지부가 향후 5년 안에 세계적 신약으로서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발표 후, 식약청은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식약청은 세계적 신약개발을 위한 허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국내를 뛰어넘는 세계적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국내 신약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식약청은 2002년 8월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의약품 안전성 규정)을 개정해 '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 중간쯤에 '천연물신약'이란 항목을 만들었다. 천연물신약의 위치를 신약보다는 못하고 자료제출의약품 보다는 나은 중간쯤으로 설정한 것이다.

신약이란 약사법에 정의된 개념으로, 화학구조나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자료제출의약품이란 식약청 규정에 따른 개념으로, '안전성·유효성심사 자료제출의약품'의 약칭이다. 신약은 아니나 안전성·유효성심사를 위해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신약으로 허가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11개 항목에 달하지만, 자료제출의약품은 이보다 완화된 7∼8개 항목만 제출하면 됐다. 천연물신약은 그 중간쯤인 8~11개 항목을 제출하도록 했다.

식약청의 2002년 '의약품 안전성 규정'을 보면, 복지부가 발표한 세계적 신약개발 계획은 출발부터 '뻥'이었던 셈이다.

이전에 개발된 제품 끼워넣기 = 식약청이 신약보다 완화된 허가규정을 만들었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천연물신약은 하나도 없었다. 복지부는 2006년 4월 제2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을 발표하며 1차 기간(2001년~2005년) 중 2개의 천연물신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SK제약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과 동아제약 위염치료제 스티렌캅셀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제품은 '의약품 안전성 규정'의 '천연물신약' 조항에 따라 허가된 것이 아니라, '자료제출의약품' 조항에 따라 허가됐다.

조인스정의 경우, 천연물신약개발 지원계획이 수립되기 훨씬 전부터 개발하던 것으로 1997년 이미 임상시험용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 2000년 복지부 자료(한약, 한약제제 심사 및 임상시험 기준연구)에 따르면 조인스정은 한약제제로서 이미 '제품화 출시됐다'고 밝혔다.

SK제약 한 관계자는 "조인스정은 천연물신약연구개발비로서 정부 지원금을 받은 바 없고, 1998년∼2001년에 추진된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지원금 3억76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티렌캅셀도 1997년 임상시험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식약청이 '의약품 안전성 규정'을 개정해 '천연물신약' 조항을 신설하기 전인 2002년 6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천연물신약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동아제약 한 관계자는 "스티렌캡슐은 허가 절차상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며 "신청 당시 천연물신약으로 허가 받아야겠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약이 천연물신약이라고 표시한 것은 없는데, 식약청 내부에서 천연물신약으로 분류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즉 조인스정과 스티렌캅셀이 천연물신약 개발계획에 따라 개발된 천연물신약이 아님에도 복지부가 이를 천연물신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 감사로 예산낭비 밝혀야 = 한편 식약청은 천연물신약 허가 현황을 밝히며 복지부의 발표와 달리, 2001년 조인스정과 함께 2005년 4월에 동아제약 스티렌정과 2003년 5월에 구주제약 아피톡신주 등 3개 제품을 소개했다.

스티렌정은 2002년 6월에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스티렌캅셀이 제형을 변화해 신청한 것을 천연물신약으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의약품 안전성 규정'의 '천연물신약' 조항에 따라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받은 것이다.

구주제약 아피톡신주의 경우, 2003년 '의약품 안전성 규정'의 '천연물신약' 조항에 따라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 신약으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식약청은 "천연물신약은 법이 시행된 후 개발을 시작한 품목부터 적용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천연물성분을 이용해 국내에서 개발한 의약품에 해당되는 제품들을 파악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식약청이 2002년 8월 신설한 '의약품 안전성 규정'의 '천연물신약' 조항에 따라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을 모두 천연물신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식약청은 2008년 8월 '의약품 안전성 규정'을 다시 개정해 '천연물신약' 조항을 없애고 '자료제출의약품'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2002년 고시가 잘못된 측면이 있어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즉 '천연물신약'이 처음부터 '자료제출의약품'이었는데 독자적인 항목으로 돼 있어 이를 바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후 2011년 개발된 천연물신약 5종은 모두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적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천연물신약개발계획을 추진하며 실무적인 뒷받침은 식약청에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은 "애초부터 천연물신약연구개발계획이 세계적 신약을 개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홍보이사는 "국내의 천연물신약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모두 자격미달"이라며 "정부당국이 자격미달 약을 천연물신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고시를 수차례 바꿔왔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나서 천연물신약개발계획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로 예산낭비의 책임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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