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핵 게임의 끝, 새로운 게임의 시작

지역내일 2013-04-04
배기찬 전 대통령 비서관
세종인 대표

1989년 9월 프랑스 상업위성이 영변의 핵시설 사진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북한과의 핵 게임은 2013년 4월 현재 '사실적' '법적'으로 끝났다.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2013년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그 이튿날 최고인민회의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을 제정했다. 다음날 북은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의해 가동이 중단된 5MW의 원자로도 재가동키로 했다. 이로써 기존의 북한 핵관련 모든 협상과 합의는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폐기되었다.

북핵문제가 이슈화된 지난 24년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뉘어진다. 제1기는 1989년에서 1992년까지이다. 이 시기 북한은 '핵보유국의 비핵국가에 대한 핵위협 금지, 한반도 핵무기 철수, 대북한 핵무기 불사용' 등을 자국의 핵개발 중지 조건으로 내세웠다.

협상 결과 1991년 12월 26일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그 후속조치로 한국에 배치된 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북한의 핵안전조치협정 서명 등이 이루어졌다.

제2기는 1993년부터 2008년까지이다. 1994년에는 '북미제네바합의'가 이루어졌고 2005년에는 북한과 미·중·한·러·일 6개국이 '9·19공동성명'을, 2007년에는 '10·3 합의'를 발표했다. 이들 합의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천명했고,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북·미 국교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등을 추진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들은 각종 기술적 문제와 다양한 정책노선의 차이로 쌍방 간에 지켜지지 않았다.

북,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의제 전환
제3기는 2008년 이후 2012년까지이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명박정부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합의한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부정한 것이다. 이로 인한 남북관계파탄으로 2007년의 북한 비핵화 합의는 그 이행 동력을 상실했다.

이 시기 주목할만한 사건은 미국과의 협상으로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가다피가 2011년 다국적군 공격으로 살해된 것이다. 김정은은 3월 3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이미 있던 전쟁억제력마저 포기했다가 종당에는 침략의 희생물이 되고만 발칸반도와 중동지역 나라들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리비아의 길을 결코 가지 않는다.

24년 간의 비핵 게임은 끝났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게임의 양상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반면 게임을 규정하는 조건들은 분명하다. 북한은 박봉주로 상징되는 경제발전과 핵무기로 대표되는 무력강화를 병진키로 했다. 그리고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의제를 확실히 바꾸었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수립하거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 남한도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의사가 없다. 남·북, 미·북 모두 서로의 요구를 들어 줄 생각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설정한 위화도·황금평특구, 나선특구, 금강산특구, 원산특구 등 특구뿐만 아니라 북한의 각종 지하자원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용의가 있다. 새로운 게임의 기본 규칙은 관성의 법칙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남한·미국과 더 멀어지면서 중국의 영향권으로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이다.

핵군축은 정치게임 아닌 경제게임
2002년 북한은 박봉주를 내세워 시장요소를 가미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신의주·나선·개성·금강산 등 경제특구를 본격화했다. 당시에 우리 남측뿐만 아니라 이웃국가들이 모두 이러한 경제정책을 환영했고 새로운 경제정책은 북한을 변화시켰다.

10년 만에 북한은 박봉주를 총리로 내세워 다시 그 길을 걸으려 한다. 북한은 이제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고 있다.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정치게임이 아닌 경제게임이다.

끝나버린 비핵화 게임에 몰두하여 위기를 심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경제 게임을 주도하여 북한을 변화시킬 것인가. 비핵화를 게임의 조건으로 할 것인가, 게임의 결과물이 되게 할 것인가. 게임의 전략적 선택은 박근혜정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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