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농단(先農壇) 복원을 준비하며

지역내일 2013-04-30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임금이 선농단(先農壇)에 나아가 제사 지내기를 의식과 같이 하였다. 제사를 마치자 승정원에 전교(傳敎)하기를 "지난달에 비가 내려 행사를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별과 달이 명랑하여 일에 차질이 없었으니 매우 기쁘다. 은지(恩旨)를 내리고자 하니 환궁한 뒤에 아뢰는 것이 좋겠다"하고 적전(籍田)에 나아가 친경(親耕)하되 다섯 차례 갈고 관경대(觀耕臺)에 환어하니 세자가 따라서 갈고 대신들도 따라서 갈았으며, 서인들이 끝마치기를 의식과 같이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1493년 3월 10일 성종의 행적이다. 선농단은 현재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해 있으니 임금이 궁궐에서 거의 20리길을 행차해 제사를 지내고 몸소 밭을 갈았다는 얘기다. 군주의 애민의식이 진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풍년기원
국가지정문화재인 선농단 기원을 찾자면 멀리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에도 태조 이래 역대 임금들이 선동단에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제를 올렸다. 선농제(先農祭)다. 제가 끝나면 참가한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탕을 대접했는데 이를 '선농탕'이라 불렀다. 오늘날 '설렁탕'이다.

선농단은 일제 강점기에 선농제가 폐지되고 이후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관리도 소홀해져 방치돼 있다가 1976년 옛 부지에 어린이공원이 조성되면서 사방 4m 규모인 제단만 겨우 남아 있다. 1970년대 말 지역주민들이 선농제를 부활시켰고 20여년 전부터 동대문구가 참여해 지역 잔치로 확대하면서 본래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 2001년 사적 436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동대문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선농단의 역사적 가치를 되찾기 위해 2008년부터 '선농단 역사유적 정비사업'에 나섰다.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선농단 형태를 복원하는 한편 어린이공원 부지에 지하 2층 규모 시설을 지어 역사자료관 전시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어린이공원을 역사공원으로 바꾸는 도시관리계획이 통과, 어린이공원 대신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 들어선다. 67억7000여만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는 다음달 시작해 연말까지 마무리된다.

선농단 정비사업은 문화재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의 한 분야로 치부할 수 없는, 국민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우리 생활의 근본이다. 최근 농업의 부흥을 알리는 반가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진행 중인 도시농업이다. 도시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주민들이 신선한 채소를 기르는 경험을 하면서 농업과 도시가 만나 먹을거리 생산은 물론 삭막한 도시환경을 바꾸고 에너지를 줄이며 나아가 고령사회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농업의 출현과 때를 같이 하여 추진되는 선농단 정비사업이 도시민들에게 농경사회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하고 농경문화 유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 농업의 저변 확대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농업르네상스를 기원하며
27일 선농단에서 선농대제를 열었다. 농경문화의 소중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농단을 보면서 행사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지역 숙원사업인 선농단 복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치유' 작용도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말 정비사업이 마무리되고 나면 선농단은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풍농기원 의식의 역사적 명소이자 대한민국 농업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상징적인 역사공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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