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재해예방, 우리가 직접합니다”

지역내일 2013-04-09 (수정 2013-04-09 오후 1:26:17)
구로구 개봉1동 생활안전거버넌스
수해백서 펴내고 기상교육안 제작

"1987년 9월에 잠자다 물벼락을 맞았어요. 이사한 직후였는데…. 여름만 되면 불안에 떨었죠." "(집에) 물이 안들면 잠이 안왔어요. 긴장하느라."

서울 구로구 개봉1동에 사는 심영섭(63)·김찬호(57)·박황서(56)씨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역에 10~20년 넘게 살고 있는 토박이이기도 하지만 여름철 장맛비가 쏟아질 때면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점도 있다.

이들 3명을 포함해 비 피해에 누구보다 민감한 12명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뭉쳤다. 모두가 적게는 3~4회, 보통 5~6차례 수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수재민'들이다.

"2010년 명절 전에 비가 왔잖아요. 물이 차기 전까지 몰랐어요. 그 다음해에도 예상치 못한 때 큰 비가 왔죠. '이 비를 피할 수는 없을까' '피해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죠."

심영섭 회장이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지역에서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이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마을안전망 구축을 위한 지역조직으로 추진하던 '생활안전거버넌스'와 연이 닿았다. '수난이 많은 동네'라는 점을 역으로 활용, 수난을 막을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였다.

비가 내릴 때 회원들이 교대로 불침번을 서는 일부터 시작했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회원을 중심으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시시각각 확인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은 '개봉1동 중에서도 어느 지역' 상황이 아니라 '개봉동 일대' '구로구 일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확인한 정보는 바로 동주민센터 비상대기자에 전했고 동에서는 수해예방팀을 가동했다.

불침번을 서던 주민들은 펌프 등 수방장비를 소유하고 있는 이웃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덕분인지 지난 해 개봉1동은 '상습 침수구역'이라는 그간의 별칭을 뗄 수 있었다. 동주민센터 인근 지역에 약간의 침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전 피해에 비할 건 아니었다.

"15분 강수량이 가장 중요해요. 우리 동네는 28㎜에 근접하면 수해 가능성이 커요. 인접지역 상황, 바람과 구름의 방향도 판단해야 하구요."

평범한 주민들이지만 어느 새 전문가가 다 됐다. 회원들은 날씨 관련 기호부터 기상상태를 분석한 일기도 보는 방법, 위성영상으로 어떻게 강수지역을 가늠하는지, 지역별 상세관측자료 보는 법 등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컴퓨터에 서툰 회원들은 물론 다른 동네 주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 결과물이 기상자료와 빗물펌프장 가동자료를 활용한 침수예측 내용까지 담은 '기상자료추적교육안'이다.

변화하는 지역모습도 기록했다. '우리동네 풍수해 생생이야기'에는 집중호우 피해상황과 재해복구 현장 사진은 물론 구로구와 서울시 수해예방대책, 생활에서 체득한 침수예방법, 태풍과 호우 당시 근무상황 등이 담겨있다. 수해 관련 정보뿐 아니다. 재난 유형별로 주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비상시 유용한 각종 정보도 담았다.

회원들 활동 폭도 그만큼 넓다. 지난해 태풍때는 거센 바람에도 밖에서 활동하는 이웃이 없는지 살피러 다녔고 동네 공사장의 중장비들이 안전하게 가동되는지 눈여겨보는 일도 회원들 몫이다. 여름이면 주택가 골목을 돌며 방역활동을 하고 겨울이면 눈 치우는 일을 돕는다. 올해는 활동 폭을 일상 생활안전까지 확대한다.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안전, 특히 10대 청소년을 돌보는 일에 나설 방침이다. 심영섭 회장은 "생활 곳곳이 안전과 직결돼있는데 너무 광범위해서 회원들 힘만으로는 힘들다"며 "주민들 전체적으로 안전의식이 좀더 높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로구는 개봉1동 사례를 전체 동으로 전파하는 한편 동별로 가장 시급한 부분을 돌보는 생활안전거버넌스를 꾸릴 계획이다. 정해국 재난관리팀장은 "교통안전이나 폭력 등 동네마다 현안이 있다"며 "동별 실정에 맞는 주민 안전조직을 꾸려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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