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금융교실] 추락하는 저축률, 날개단 가계부채

지역내일 2013-04-10
박철 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

요즘 은행,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저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이다. 그만큼 저축률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저축금액/가처분소득)이 2.7%로 OECD평균(5.3%)의 반토막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심지어 저축 안 하기로 유명한 '소비왕국' 미국(4.2%)에도 한참 모자란다. 1998년(23.3%)과 비교하면 19.6% 포인트나 급감했다. OECD국가 중 최대의 하락폭이다.

금융위기 후 가계저축률 2~3%대
가계저축률의 날개 없는 추락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위를 다툴 정도였고, 심지어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던 IMF금융위기 때도 꿋꿋하게 두 자리 수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 8.6%로 내려앉아 처음으로 두 자리 수가 허물어진 이래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2007년 이후에는 줄곧 2~3%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특히 급증한 가계부채가 저축률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2011년 말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59조4000억원에 이르러 10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자영업자 부채 등을 감안하면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가계부채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3월말 기준으로 10가구 중 7가구는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빚을 낸 가구의 평균부채는 8187만원에 이르고 이중 70%정도는 "부채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한 마디로 가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가 언제 또 다시 위기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부채 발 소비침체 불 보듯
빚진 상태에서 저축이 없으면 조금만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겨도 또 빚을 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점점 더 '빚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든다. 빚 부담은 늘어나는 데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뻔하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옥죄는 소위 '부채 발 소비침체'다. 실제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소비애로 요인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소비지출규모를 '줄였다'는 가구가 57%인 반면 '늘렸다'는 응답은 12.0%에 불과했다. 결국 내수가 위축되고 소득이 줄면서 다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가 파산직전에까지 몰렸던 것도 결국 미국인들의 빚에 기댄 과소비가 근본 원인이다. "소비가 미국경제를 책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은 대단히 높다. 하지만 빚더미로 지탱하던 미국 가계는 거품이 꺼지고 집값과 자산가치가 곤두박질하면서 고통 속에서 신음해야 했다. 그래서 금융위기 직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소비풍조를 바꾸고 저축률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덕분에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1%에 그쳤던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에는 4.1%로 껑충 뛰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난 우리나라와는 퍽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릿고개 시절 '절미통' 지혜 필요
'추락하는 가계저축률'과 '날개 단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에 우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계부채는 줄이고 저축률은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8년 만에 재형저축을 부활시키는 등 이미 정부도 저축률 제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가계도 더욱 위기의식을 갖고 검약과 절제를 생활화해야 한다.

예전에 보릿고개를 넘는 지혜로 '절미통(節米桶)'이 있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줌씩을 저축하는 통이다. 쌀이 떨어지는 보릿고개 때 요긴하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사회전체가 힘을 합쳐 '절미통의 지혜'를 되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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