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학급 정치의 계절

지역내일 2002-03-12 (수정 2002-03-14 오후 6:06:53)
학급 정치의 계절이다. 반장 선거와 임원 선출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치맛바람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학급의 반장 자리는 교사와 부모가 적잖게 신경을 쓰는 자리다. 3월이 되면 담임교사는 어떤 아이들을 임원으로 임명하여 학급의 한 해 살림을 맡겨야 할까를 고심한다.
학교가 사회의 못자리이듯이 학급은 해당 학교의 분위기를 탄다. 반장과 임원을 선정하는 관례는 어느 학교 어떤 학급이든지 엇비슷하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경제력이 있는 부모를 둔 아이, 혹은 드물게 인기 짱인 아이…, 이쯤 되면 어디 정부 투자기관이나 허울 좋은 어용 위원회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나도 교직생활 초기에는 그렇게 학급 임원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줄 알았다.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능력이 있는 학부모를 임원의 부모로 만나야 학부모회 임원진을 구성할 수 있고, 머리 좋은 아이가 반장이 되어야 복잡한 학급 잡무(학급비, 쌀, 휴지, 캠페인, 우유값 걷기, 환경미화 등등)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민주화 속도는 그만큼 학교의 민주화에 영향을 끼친다.
학급마저도 약육강식의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고 다짐하지만 교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 다짐을 슬그머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선생님에게 귀여움 받고 사소한 실수 정도는 임원이라는 팻말로 가려가며 학급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가운데, 어느새 교실은 불평등이 평등처럼 곰삭혀진 ‘엘리트 공화국’이 되어 버린다. 아무리 교육개혁을 부르짖어도 교실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3월에 선생님들은 ‘마음 비우기’를 연습해야 한다. 학부모는 과욕을 자제하고 자녀를 아이들의 숨결이 넘치는 ‘교실’에 맡겨야 한다. 담임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가 임원이 되기를 바라지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가 반장이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모자라는 아이들이 임원을 맡으면 모둠활동을 통해 훈련시키고 조직화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중하위권 성적의 아이들로 임원진을 꾸리면서 모범적인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가 늘어나야 한다.
교실은 이 사회의 못자리이고 모델이다. 교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좋은 교사들이 차고 넘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7차교육과정도 올바르게 고치고, 교장도 학부모와 교사의 손으로 뽑고, 무엇보다 학생회의 자율권을 대폭 신장시켜야 한다. 교실이 변하면 교육이 변하고, 아이들이 아름다우면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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