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등반, 유모차도 지팡이도 거뜬

지역내일 2013-05-09
관악구, 순환·등반형 무장애숲길 1.3㎞ 준공
전망쉼터 오르면 서울타워·63빌딩이 한눈에

"항상 산 아래까지만 왔는데 오늘은 위까지 오르네요. 이 녀석도 평소에는 우는데 오늘은 어째 울지 않아서…."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사는 박우수(65)씨 부부. 8개월 된 손자를 태운 유모차를 끌며 밀며 관악산 열녀암을 향하는 얼굴이 환하다. 직전에는 전동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20여명이 박씨 부부를 지나쳐 내려간 참이다.

관악산이 유모차와 휠체어 지팡이를 동반한 등산객에도 품을 열었다. 관악구가 시내 조망이 가능한 '무장애 숲길' 1.3㎞를 조성해 지난 6일 시민들에 개방했다.

무장애 숲길은 제2광장부터 열녀암 인근 등산로까지 나무 난간으로 연결돼있다. 1구간 순환형 숲길 750m는 책 읽는 쉼터와 잣나무쉼터 바위쉼터 도토리쉼터를 거쳐 다시 잣나무쉼터로 이어진다. 잣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 나있어 상쾌한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산을 즐길 수 있다.

2구간은 등반형 숲길. 바위쉼터에서 전망쉼터까지 550m로 갈지자형으로 길을 내 경사도를 낮췄다. 나무 사이로 가까운 서울대학교 교정부터 멀리 서울시내를 바라보면서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전망쉼터에 오르면 서울타워와 63빌딩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구는 보행 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도를 8% 미만으로, 오르내리는 훨체어와 유모차가 서로 지나쳐갈 수 있도록 너비를 2m 가량으로 조정했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무료 충전소,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용 손잡이와 점자안내판 등을 진입광장과 숲길 곳곳에 설치했다. 숲길 중간에는 잠깐 휴식을 취하거나 휠체어를 돌려 내려올 수 있도록 사이쉼터 8곳도 조성했다.

숲길 조성이 자칫 환경파괴로 이어질라 꼼꼼하게 살폈다. 가급적 나무를 베지 않고 난간을 설치했고 태풍과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 숲길 조성에 사용했다.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조남선(42)씨는 "나무 옆을 지나면서 신선한 바람과 경치를 누릴 기회가 흔치 않다"며 "차로 이동해 승강기를 타고 전망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평했다.

서울시에서 23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만든 이 등반길은 구에서 2010년 10월부터 추진, 2년 반만에 선보인 결과물이다. 유종필 구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관악산 곳곳을 답사한 뒤 구간을 정했다. 열녀암에서 보이는 한강 전망 때문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감회가 새롭다"며 "산에서 보이는 조망과 숲의 혜택을 보행약자도 함께 누렸으면 싶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당초 계획대로 250m만 더 연장됐으면 한강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재상 관악구 장애인단체협의회장은 "관악산에 다녀온 사람들은 빼어난 경치와 온갖 모양의 기암괴석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늘어놓는데 몸이 불편해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며 "몸이 불편한 분들이 겪어야 하는 장벽을 더 허물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당연히 누려야 했던 녹색 권리를 주민 품에 돌려준 것"이라며 "관악산에 턱이 사라진 것처럼 사람들 마음속 장벽도 사라져 무장애숲길이 모두를 껴안는 화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서울에는 관악산 무장애숲길처럼 보행약자를 고려한 근교산 자락길과 무장애숲길이 여러 곳 있다. 성북구 북한산, 양천구 신정산, 마포구 매봉산, 서대문구 안산이다. 서울시는 여기에 더해 올해 종로구 인왕산, 동대문구 배봉산, 강동구 고덕산을 비롯해 내년까지 총 30.6㎞ 자락길을 조성한다. 특히 안산 자락길은 지난해 1.7㎞에 이어 올해 6㎞를 연장, 산을 한바퀴 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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