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 무너지는 중산층, 꿈을 잃다

지역내일 2013-05-09
서울대 교수.사회학
아시아연구소 소장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주저한다. 집 마련하고, 애 키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취직을 한들 주택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더욱 쉽지 않다.

봉급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가운데 주택대출 이자 갚고 자녀교육 비용에 쓰다 보니 하루하루 살기 어려운 것이 한국 중산층의 평균적 자화상이다.

중산층은 국민교육을 바탕으로 건전한 시민의식아래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계층으로 민주사회의 주춧돌이다. 부정과 불법에 저항한다든가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는 것에서 중산층의 특징을 찾는 구미사회의 전통이 바로 그렇다.

특히 사회가 보수화되면 지배엘리트에 대항하여 기층민중과 함께 개혁에 동참하며, 반면 사회가 급진화되면 기층민중과 거리를 두고 지배엘리트에 동조하는 야누스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중산층이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따라 쪼그라들고 있다.

중산층은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눠져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 아래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사회통합과 정치안정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일찍이 미국 하버드대의 경제사학자 란데스(D. Landes)교수가 주장한대로,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중산층이 필요하다.

왜 중산층이 중요한가
중산층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계층, 지역, 이념, 세대, 성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허리로서 완충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의 공공성과 혁신성도 건강한 중산층에서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중산층이 한국사회에서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멕킨지보고서에 의하면, 중위소득 3960만원의 50~150%를 기준으로 한국의 중산층을 파악할 때 1990년 75.4%, 2000년 71.1%, 그리고 2010년 67.5%로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기구(OECD) 21개 회원국 중 중산층 비중이 17위에 해당하는 하위권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한국의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55.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중위소득 75~125%를 차지하는 핵심중산층의 비중은 지난 6년간 3.4%나 줄어들었다.

중산층의 감소는 주택담보대출과 사교육비 지출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중산층이 계층 상승보다 하방으로 이어지는 '라이프 푸어'가 양산되고 있다는 경고다.

직장은 있지만 비정규직으로 임금이 낮은 '워킹 푸어', 집을 마련하느라 원리금 상환에 정신이 없는 '하우스 푸어', 자녀 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리타이어 푸어' 등의 등장이 중산층 붕괴를 설명해준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공부하고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꿈은 깨지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도 교육받고 취업만 하면 계층이동이 가능한 것은 옛 일이다. 이제 자력으로 중산층 진입이 어려울뿐더러 부모가 중산층이라도 그것을 승계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주의 평균모델이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37.5세의 남성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벌이 근로자에서 2010년 대학을 졸업한 47세의 남성으로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맞벌이 근로자로 바뀌었다.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예전보다 10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중산층 복원을 위한 대책
박근혜 대통령은 중산층을 7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기업 금융 노동 분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도시와 지방, 취업자와 실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중산층 감소의 원인이다.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아래 소득증가가 중저소득층 보다 중상위층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채무자에 대한 부채감면이나 라이프푸어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사회적 고용력을 키워 고용창출을 늘리면서 특히 나쁜 일자리를 정규직화함으로써 상승이동을 늘려주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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