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농식품부 업무보고 하루 뒤 돌연 사의
농협중앙회 "자리보전용 인사설은 사실무근"
NH농협금융도 새정부 출범 후 인사태풍의 예외는 아니었다. 250만 조합원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협동조합의 특수성이 인사를 불러왔다.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5일 "출범 첫 해인 지난 1년간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이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농협금융의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년 임기 중 아직 1년도 채우지 않았고, 연말을 전후해 인사를 해왔던 농협의 관행을 볼 때 의외의 사의 표명이다.
신 회장은 사의 표명에 앞서 농협금융 임원회의에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중앙회와 관계에서 오는 무기력감이 사의를 불러온 한 요인으로 보인다.
◆역대 중앙회장들 정권교체 후 사법처리돼 =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를 관리하고 그룹의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명시돼 있지만, 농협법은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중앙회가 인사와 예산, 경영전략 수립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신 회장은 사의표명 후 언론사에 밝힌 소회를 통해 "농협내부의 복잡한 요인 때문에 제가 회장직 수행에 갈수록 한계를 느껴 그만두기로 했다"며 "생각했던 것과 농협금융의 현실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사의표명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선출직인 최원병 중앙회장은 역대 회장들처럼 지난 2011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과 경상북도의회 의장 등을 역임해 나름대로 농협 내에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대표적인 MB맨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 회장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역대 한호선·원철희· 정대근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중도하차했다. 최 회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신 회장이 MB 정권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후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에는 농협금융 회장으로 옮겨왔다. 신 회장은 절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는 정권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최 회장이 박 정부에 맞춰 금융지주 회장 등을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농협 관계자는 "연말 연초도 아니고 중간에 사퇴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살기 위해 전산사고에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신 회장을 그만두게 했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전산사고 책임 물어 사표 받아놔 = 최근 최 회장은 지난 3월 터진 농협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앙회 임원과 신 회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등 3명의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중앙회 전무한테 있는데, 최 회장이 신 금융지주회장에게 사표를 받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계기는 14일 이뤄진 농식품부에 대한 농협의 업무보고였다. 여기에 신 회장도 참석했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업무보고가 끝난 후 최 회장과 이동필 장관이 잠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후 하루도 안돼 신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심전심 아니었겠느냐"며 "나를 필두로 순차적으로 (농협 임원들을) 바꿀 것 같다는 느낌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측은 "(최 회장이 살기 위해 신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최 회장도 신 회장 사퇴에 대해서 농협금융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선상원 정연근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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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자리보전용 인사설은 사실무근"
NH농협금융도 새정부 출범 후 인사태풍의 예외는 아니었다. 250만 조합원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협동조합의 특수성이 인사를 불러왔다.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5일 "출범 첫 해인 지난 1년간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이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농협금융의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년 임기 중 아직 1년도 채우지 않았고, 연말을 전후해 인사를 해왔던 농협의 관행을 볼 때 의외의 사의 표명이다.
신 회장은 사의 표명에 앞서 농협금융 임원회의에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중앙회와 관계에서 오는 무기력감이 사의를 불러온 한 요인으로 보인다.
◆역대 중앙회장들 정권교체 후 사법처리돼 =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를 관리하고 그룹의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명시돼 있지만, 농협법은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중앙회가 인사와 예산, 경영전략 수립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신 회장은 사의표명 후 언론사에 밝힌 소회를 통해 "농협내부의 복잡한 요인 때문에 제가 회장직 수행에 갈수록 한계를 느껴 그만두기로 했다"며 "생각했던 것과 농협금융의 현실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사의표명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선출직인 최원병 중앙회장은 역대 회장들처럼 지난 2011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과 경상북도의회 의장 등을 역임해 나름대로 농협 내에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대표적인 MB맨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 회장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역대 한호선·원철희· 정대근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중도하차했다. 최 회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신 회장이 MB 정권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후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에는 농협금융 회장으로 옮겨왔다. 신 회장은 절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는 정권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최 회장이 박 정부에 맞춰 금융지주 회장 등을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농협 관계자는 "연말 연초도 아니고 중간에 사퇴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살기 위해 전산사고에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신 회장을 그만두게 했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전산사고 책임 물어 사표 받아놔 = 최근 최 회장은 지난 3월 터진 농협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앙회 임원과 신 회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등 3명의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중앙회 전무한테 있는데, 최 회장이 신 금융지주회장에게 사표를 받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계기는 14일 이뤄진 농식품부에 대한 농협의 업무보고였다. 여기에 신 회장도 참석했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업무보고가 끝난 후 최 회장과 이동필 장관이 잠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후 하루도 안돼 신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심전심 아니었겠느냐"며 "나를 필두로 순차적으로 (농협 임원들을) 바꿀 것 같다는 느낌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측은 "(최 회장이 살기 위해 신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최 회장도 신 회장 사퇴에 대해서 농협금융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선상원 정연근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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