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 50년, 이지송 LH 사장 퇴임
사업조정 통해 LH 정상화 기반다져
2010년 12월 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 주차장터.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주운정3지구 수용 주민 10여명이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천막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LH도 농성천막 바로 옆에 또 하나의 천막을 세우는 중이었다. 이 천막은 LH 이지송 사장이 머무르면서 주민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당시 농성 주민들은 LH 보상계획을 믿고 미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인근지역 대토구입, 가계자금 등으로 사용했으나 보상착수가 미뤄짐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LH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 이 사장이 직접 주민들과 수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사장은 "LH 때문에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으니 LH 사장도 함께 고생해야 하지 않겠냐"며 천막에서 하룻밤을 노숙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칠순이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주민들은 농성 3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한국 건설의 산증인 = 한국 건설업계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이지송 LH 사장이 14일 퇴임했다. 1965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시작으로 50여년간 살아온 건설인의 삶을 갈무리한 것이다.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한 이 사장은 2009년 9월 LH 초대 사장으로 취임, 지난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 중이었다.
이 사장의 지난 날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30년간 몸담았던 현대건설에 2003년 사장으로 되돌아 왔을 때 회사는 워크아웃 상태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뚝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3년 뒤 위기의 현대건설을 기사회생시켰다. 취임 때 920원이던 현대건설 주가는 퇴임 무렵 5만원대로 올랐다. 당시 15년째 받지 못한 이라크 공사 미수금을 받아낸 것은 이 사장이었기에 가능했다.
2009년 LH 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 사장에게는 크나큰 모험이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한 LH는 거대한 '부실공룡'의 탄생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100조원을 웃도는 부채를 안고 있었고, 조직 구성원들 간 갈등과 반목이 조직내에 팽배했다. 이 사장은 "사명만 빼고 다 바꾸자"며 주공과 토공 시절부터 지속돼 온 해묵은 관행과 낡은 틀을 새롭게 바꿔나갔다. 이 과정에서도 이 사장의 친화력과 열정, 뚝심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특히 LH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업조정'은 이 사장의 뚝심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평이다. 자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었지만 이 사장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꿋꿋이 밀고 나갔다. 결국 불가능할 것이라던 사업조정은 큰 무리없이 마무리됐다. LH 스스로 "대한민국 경제사에 뚜렷한 획을 그은 일"로 평가하고 있는 사업조정을 통해 LH는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덜어냄으로써 안정적인 사업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나눔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현대건설 재임 시절 경영정상화에 대한 보답으로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현대엔지니어링 스톡옵션 5만주(130억원 규모)에 대한 권리를 깨끗이 포기하고 반납했다. 현대건설 임직원이 다 같이 고생한 대가이니 다시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사장은 LH 퇴직금으로 받을 5700만원 역시 전액 회사에 남기기로 했다.
◆ "부채해결 없이 LH 미래없다" = 이 사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며 "지난 3년 8개월 동안 오직 '경영정상화'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흔들림없이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변화와 개혁으로 통합공사의 토대와 기틀을 세우고 경영정상화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국가와 국민이 준 소임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LH가 흔들림없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부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절실하다"며 "부채해결 없이는 LH 미래도 없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부채관리 방안 마련에 더욱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직원들의 단합도 호소했다. 이 사장은 "하루빨리 LH 이름 아래 '진정한 하나'가 되어 달라"며 "우리 안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출신·직종·세대간 갈등을 모두 털어내야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LH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임한 이 사장은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설인생 50년의 산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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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정 통해 LH 정상화 기반다져
2010년 12월 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 주차장터.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주운정3지구 수용 주민 10여명이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천막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LH도 농성천막 바로 옆에 또 하나의 천막을 세우는 중이었다. 이 천막은 LH 이지송 사장이 머무르면서 주민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당시 농성 주민들은 LH 보상계획을 믿고 미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인근지역 대토구입, 가계자금 등으로 사용했으나 보상착수가 미뤄짐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LH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 이 사장이 직접 주민들과 수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사장은 "LH 때문에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으니 LH 사장도 함께 고생해야 하지 않겠냐"며 천막에서 하룻밤을 노숙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칠순이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주민들은 농성 3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한국 건설의 산증인 = 한국 건설업계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이지송 LH 사장이 14일 퇴임했다. 1965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시작으로 50여년간 살아온 건설인의 삶을 갈무리한 것이다.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한 이 사장은 2009년 9월 LH 초대 사장으로 취임, 지난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 중이었다.
이 사장의 지난 날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30년간 몸담았던 현대건설에 2003년 사장으로 되돌아 왔을 때 회사는 워크아웃 상태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뚝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3년 뒤 위기의 현대건설을 기사회생시켰다. 취임 때 920원이던 현대건설 주가는 퇴임 무렵 5만원대로 올랐다. 당시 15년째 받지 못한 이라크 공사 미수금을 받아낸 것은 이 사장이었기에 가능했다.
2009년 LH 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 사장에게는 크나큰 모험이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한 LH는 거대한 '부실공룡'의 탄생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100조원을 웃도는 부채를 안고 있었고, 조직 구성원들 간 갈등과 반목이 조직내에 팽배했다. 이 사장은 "사명만 빼고 다 바꾸자"며 주공과 토공 시절부터 지속돼 온 해묵은 관행과 낡은 틀을 새롭게 바꿔나갔다. 이 과정에서도 이 사장의 친화력과 열정, 뚝심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특히 LH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업조정'은 이 사장의 뚝심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평이다. 자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었지만 이 사장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꿋꿋이 밀고 나갔다. 결국 불가능할 것이라던 사업조정은 큰 무리없이 마무리됐다. LH 스스로 "대한민국 경제사에 뚜렷한 획을 그은 일"로 평가하고 있는 사업조정을 통해 LH는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덜어냄으로써 안정적인 사업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나눔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현대건설 재임 시절 경영정상화에 대한 보답으로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현대엔지니어링 스톡옵션 5만주(130억원 규모)에 대한 권리를 깨끗이 포기하고 반납했다. 현대건설 임직원이 다 같이 고생한 대가이니 다시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사장은 LH 퇴직금으로 받을 5700만원 역시 전액 회사에 남기기로 했다.
◆ "부채해결 없이 LH 미래없다" = 이 사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며 "지난 3년 8개월 동안 오직 '경영정상화'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흔들림없이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변화와 개혁으로 통합공사의 토대와 기틀을 세우고 경영정상화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국가와 국민이 준 소임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LH가 흔들림없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부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절실하다"며 "부채해결 없이는 LH 미래도 없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부채관리 방안 마련에 더욱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직원들의 단합도 호소했다. 이 사장은 "하루빨리 LH 이름 아래 '진정한 하나'가 되어 달라"며 "우리 안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출신·직종·세대간 갈등을 모두 털어내야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LH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임한 이 사장은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설인생 50년의 산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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