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군대가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은 학생이 공부를 열심하는 것과 같아서 칭찬 받을 일이고 국민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학생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다 건강을 해치듯 군사훈련이 과도해 국가재원을 필요 이상으로 축내거나 긴장을 오히려 키우게 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나아가 전쟁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면 군당국뿐 아니라 민간을 포함, 국가적 차원에서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군과 미국군은 금년 들어서만 해도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5회나 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독수리훈련'이 실시됐는데 이 훈련에는 한국군 20만, 미군 1만여명이 참가했다. 독수리훈련은 규모에서 현재 세계 최대이고 훈련기간도 최장에 속한다. 특히 금년에는 괌 미군기지에서 날아온 B-52 전략폭격기, 미 본토에서 온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들이 대거 동원됐다. 북측의 3차 핵실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도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
'키 리졸브'(key resolve)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해외에서 지원되는 미군을 효과적으로 전진 배치하기 위해 실시되는 지휘소 훈련으로 통상 독수리훈련과 병행 실시되는데 금년에는 3월11일부터 21일까지 계속됐다.
5월 들어서도 지난 3일부터 한미 공군기 60여대가 동원된 '맥스 썬더'(max thunder)가 2주간 예정으로 실시중이고 지난 6일부터는 서해에서 한미합동 대 잠수함 훈련이 실시됐다. 여기에는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 브리머튼 함이 참여했다. 13~14일 양일 동안에는 동해상에서 합동 해상타격훈련이 있었다. 이 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멀리 미국 본토에서 와 참가했다.
우리 군당국은 독수리훈련이 매년 실시되는 방어훈련이라고 하지만 북한측은 이를 공격훈련이라고 주장한다. 북측은 특히 키 리졸브에 매우 민감해서 매년 훈련이 있을때마다 격앙된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키 리졸브훈련을 격렬히 비난하며 훈련 하루 전인 10일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고 남북간 전화선마저 모두 끊었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조치도 키 리졸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2008년 키 리졸브 때는 북측이 3차례나 개성공단 육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했고 한국측 공단 상주인원을 제한하는 등 민감한 조치들을 취했다.
북측이 이같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방어가 아닌 공격훈련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작전계획 5026~5029에 유사시 북측의 주요 군사시설 700여개를 선제 공격(미사일)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북한의 소요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개입훈련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진보단체들도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을 자제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9일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운동' 시위도 같은 취지였다. 국방을 튼튼히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삽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것은 국방이 아니다. 국방에는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는 것이고 군사훈련에도 거액이 소요된다. 국가재정은 어차피 제로 섬 게임이다.
전쟁연습으론 전쟁 못막아
또한 북이 그 훈련을 방어가 아닌 공격용으로 간주한다면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경쟁이 안되는 북한이 일찍부터 대응전략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섰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도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시켜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미 두 나라가 벌여온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결코 북핵을 제거할 수 없다. 오히려 북핵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초대형 군사훈련이 자칫 우발전쟁을 유발할 개연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전쟁연습으로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보고 있듯이 군사훈련이 당장 개성공단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협력의 상징이고 통일의 희망이다. 대북압박으로 일관했던 이명박정부에서도 지켜졌던 개성공단이 지금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개성공단을 살려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미 군사훈련을 적정수준에서 조절하는 일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군대가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은 학생이 공부를 열심하는 것과 같아서 칭찬 받을 일이고 국민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학생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다 건강을 해치듯 군사훈련이 과도해 국가재원을 필요 이상으로 축내거나 긴장을 오히려 키우게 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나아가 전쟁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면 군당국뿐 아니라 민간을 포함, 국가적 차원에서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군과 미국군은 금년 들어서만 해도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5회나 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독수리훈련'이 실시됐는데 이 훈련에는 한국군 20만, 미군 1만여명이 참가했다. 독수리훈련은 규모에서 현재 세계 최대이고 훈련기간도 최장에 속한다. 특히 금년에는 괌 미군기지에서 날아온 B-52 전략폭격기, 미 본토에서 온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들이 대거 동원됐다. 북측의 3차 핵실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도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
'키 리졸브'(key resolve)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해외에서 지원되는 미군을 효과적으로 전진 배치하기 위해 실시되는 지휘소 훈련으로 통상 독수리훈련과 병행 실시되는데 금년에는 3월11일부터 21일까지 계속됐다.
5월 들어서도 지난 3일부터 한미 공군기 60여대가 동원된 '맥스 썬더'(max thunder)가 2주간 예정으로 실시중이고 지난 6일부터는 서해에서 한미합동 대 잠수함 훈련이 실시됐다. 여기에는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 브리머튼 함이 참여했다. 13~14일 양일 동안에는 동해상에서 합동 해상타격훈련이 있었다. 이 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멀리 미국 본토에서 와 참가했다.
우리 군당국은 독수리훈련이 매년 실시되는 방어훈련이라고 하지만 북한측은 이를 공격훈련이라고 주장한다. 북측은 특히 키 리졸브에 매우 민감해서 매년 훈련이 있을때마다 격앙된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키 리졸브훈련을 격렬히 비난하며 훈련 하루 전인 10일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고 남북간 전화선마저 모두 끊었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조치도 키 리졸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2008년 키 리졸브 때는 북측이 3차례나 개성공단 육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했고 한국측 공단 상주인원을 제한하는 등 민감한 조치들을 취했다.
북측이 이같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방어가 아닌 공격훈련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작전계획 5026~5029에 유사시 북측의 주요 군사시설 700여개를 선제 공격(미사일)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북한의 소요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개입훈련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진보단체들도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을 자제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9일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운동' 시위도 같은 취지였다. 국방을 튼튼히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삽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것은 국방이 아니다. 국방에는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는 것이고 군사훈련에도 거액이 소요된다. 국가재정은 어차피 제로 섬 게임이다.
전쟁연습으론 전쟁 못막아
또한 북이 그 훈련을 방어가 아닌 공격용으로 간주한다면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경쟁이 안되는 북한이 일찍부터 대응전략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섰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도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시켜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미 두 나라가 벌여온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결코 북핵을 제거할 수 없다. 오히려 북핵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초대형 군사훈련이 자칫 우발전쟁을 유발할 개연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전쟁연습으로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보고 있듯이 군사훈련이 당장 개성공단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협력의 상징이고 통일의 희망이다. 대북압박으로 일관했던 이명박정부에서도 지켜졌던 개성공단이 지금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개성공단을 살려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미 군사훈련을 적정수준에서 조절하는 일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