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수급 안정위해 더이상 미루기 어려워" … 13가지 지원안 제시
한국전력공사가 공사중단 8개월 만에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20일 재개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쟁점사안은 무엇이고, 한전은 왜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해본다.
◆161기중 109기는 이미 건립 = 밀양 송전탑 건설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경남 창령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Km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이 구간으로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이 765kV 전압으로 지나간다.
사업구간은 울주군, 기장군,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 등 5개 시·군에 걸쳐있다. 이중 밀양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모두 송전탑이 세워졌다. 전체 161기중 109기가 건립돼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밀양에는 5개면이 있는데, 4개면에서 부분적으로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 밀양시 4개면에 송전탑 52기가 건립되지 못한 것이다.
이 사업은 2008년 8월 착공 이후 지역주민의 반대로 공사가 총 11차례 중단됐다. 당초 준공목표가 2010년 12월이었는데, 지금까지 표류돼 왔다.
한전 관계자는 "밀양 송전선로는 신고리 발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은 현재 타 지역에서 150만kW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향후에도 매년 45만KW씩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전력확보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소 8개월 공사기간 소요 = 한전에 따르면 철탑 52기를 지으려면 최소 8개월이 소요된다. 신고리 3호기가 오는 12월 상업운전 예정임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내년 1월에나 완공될 정도로 빠듯한 상황이다.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신고리 3호기의 발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할 경우 전력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정부와 한전은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신고리 3호기가 정상 가동되면 올 겨울 전력설비 예비율이 5.3%에 달하지만 멈춰서있을 경우 3.8%로 저하돼 수급불안이 우려된다.
또 신고리 3호기의 발전 불가시 연간 1조7000억원(1일 4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2014년 9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4호기 생산 전력도 이 지역 송전탑을 지나 대구지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신고리 3호기의 용량은 140만kW로, 정상출력을 못하면 올 겨울철 전력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울러 신고리 3,4호기는 한국이 UAE에 최초로 수출한 차세대 원자로(APR1400)의 모델로, 정상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중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 그렇다면 주민 대책위원회의 요구대로 지중화 건설은 어려운 것일까.
한전은 세계적으로 765kV급 지중선로의 건설사례가 없고, 우리나라도 500kV까지만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밀양시 구간을 345kV로 전환해 지중화할 경우 2조70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한데다, 공사기간은 12년 이상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345kV로 전압을 변환해도 밀양의 시작점과 마지막점에 765kV 변전소 2곳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비용 측면에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중인 함양~울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지중화 요구 역시 고속도로 직하부에 지중 송전선로를 설치한 사례가 없다. 구조물 지반 침하시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별도의 전력설비 전용 터널·교량을 시공(공사기간 8~10년)해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존 고리원전의 송전망을 보강하는 방안의 경우 104~107%의 과부하가 발생해 정상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한전측은 밝혔다.
하지만 765kV 송전선로는 345kV 송전선로의 3개(송전용량이 3.4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수송할 수 있어 철탑부지(철탑기수 0.26배) 및 선하지(경과지폭 0.5배)를 줄여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건강권 침해 논란 =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면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돼 건강권의 직접적인 침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에 의한 발암물질 생성위험을 경고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주민들은 또 120m의 송전탑이 주는 심리적 위해도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한전은 WHO의 2007년 보고서를 인용해 건강권 침해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WHO는 12년간(1996~2007년) 각국의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낮은 수준의 자계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이 밝혀진 바 없다고 발표했다. 소아백혈병과 관계 근거도 미약하고, 노출저감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 역시 불투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가치 하락 보상 등 특별지원안 마련 = 한전이 주민들에게 제시한 13가지 갈등해소 지원안은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기간에 걸쳐 매년 24억원 지원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기존 34m에서 94m로 확대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65억원으로 증액 등이다. 이 3가지 안은 그동안 밀양시가 산업부와 한전에 제도 개선을 촉구한 내용이 수용된 부분이다.
밀양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특별지원안은 지역주민 갈등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안'이라 평가하고 '한전과 주민간 협의를 위해 전방위적 행정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원안에는 △이주 희망 주민들에게 주택 매입비와 이사비용 지원 △송전선로 선하지(線下地) 20만m²에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지역에 재투자하고, 토지 소유자는 토지 임대료를 매년 받는다.
또 △선로 인근 팬션을 임차해 체력장으로 활용 △마을기업 육성 △한전 인턴채용시 지역주민 또는 자녀 가점 부여 △지역주민 건강검진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주민 대책위는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여당과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22일 당정협회의를 갖고 6월 임시국회 제출돼 있는 송전선로 보상 등에 관한 법안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고, 예산도 확실하게 마련키로 했다.
한전이 약속한 지원책을 정부와 여당이 보증선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밀양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한편 밀양송전탑 건설공사 착공 후 △주민-한전 대화위원회 △경실련 중재 보상협의회 △주민-한전 토론회 △반대 대책위와 실무협의(개별협의 71회, 움막방문 33회) △경영진 현장 방문 등 갈등해소 노력을 전개해 왔다.
한전은 "공사와 병행해 반대 주민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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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공사중단 8개월 만에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20일 재개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쟁점사안은 무엇이고, 한전은 왜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해본다.
◆161기중 109기는 이미 건립 = 밀양 송전탑 건설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경남 창령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Km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이 구간으로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이 765kV 전압으로 지나간다.
사업구간은 울주군, 기장군,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 등 5개 시·군에 걸쳐있다. 이중 밀양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모두 송전탑이 세워졌다. 전체 161기중 109기가 건립돼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밀양에는 5개면이 있는데, 4개면에서 부분적으로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 밀양시 4개면에 송전탑 52기가 건립되지 못한 것이다.
이 사업은 2008년 8월 착공 이후 지역주민의 반대로 공사가 총 11차례 중단됐다. 당초 준공목표가 2010년 12월이었는데, 지금까지 표류돼 왔다.
한전 관계자는 "밀양 송전선로는 신고리 발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은 현재 타 지역에서 150만kW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향후에도 매년 45만KW씩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전력확보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소 8개월 공사기간 소요 = 한전에 따르면 철탑 52기를 지으려면 최소 8개월이 소요된다. 신고리 3호기가 오는 12월 상업운전 예정임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내년 1월에나 완공될 정도로 빠듯한 상황이다.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신고리 3호기의 발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할 경우 전력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정부와 한전은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신고리 3호기가 정상 가동되면 올 겨울 전력설비 예비율이 5.3%에 달하지만 멈춰서있을 경우 3.8%로 저하돼 수급불안이 우려된다.
또 신고리 3호기의 발전 불가시 연간 1조7000억원(1일 4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2014년 9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4호기 생산 전력도 이 지역 송전탑을 지나 대구지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신고리 3호기의 용량은 140만kW로, 정상출력을 못하면 올 겨울철 전력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울러 신고리 3,4호기는 한국이 UAE에 최초로 수출한 차세대 원자로(APR1400)의 모델로, 정상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중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 그렇다면 주민 대책위원회의 요구대로 지중화 건설은 어려운 것일까.
한전은 세계적으로 765kV급 지중선로의 건설사례가 없고, 우리나라도 500kV까지만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밀양시 구간을 345kV로 전환해 지중화할 경우 2조70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한데다, 공사기간은 12년 이상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345kV로 전압을 변환해도 밀양의 시작점과 마지막점에 765kV 변전소 2곳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비용 측면에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중인 함양~울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지중화 요구 역시 고속도로 직하부에 지중 송전선로를 설치한 사례가 없다. 구조물 지반 침하시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별도의 전력설비 전용 터널·교량을 시공(공사기간 8~10년)해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존 고리원전의 송전망을 보강하는 방안의 경우 104~107%의 과부하가 발생해 정상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한전측은 밝혔다.
하지만 765kV 송전선로는 345kV 송전선로의 3개(송전용량이 3.4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수송할 수 있어 철탑부지(철탑기수 0.26배) 및 선하지(경과지폭 0.5배)를 줄여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건강권 침해 논란 =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면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돼 건강권의 직접적인 침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에 의한 발암물질 생성위험을 경고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주민들은 또 120m의 송전탑이 주는 심리적 위해도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한전은 WHO의 2007년 보고서를 인용해 건강권 침해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WHO는 12년간(1996~2007년) 각국의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낮은 수준의 자계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이 밝혀진 바 없다고 발표했다. 소아백혈병과 관계 근거도 미약하고, 노출저감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 역시 불투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가치 하락 보상 등 특별지원안 마련 = 한전이 주민들에게 제시한 13가지 갈등해소 지원안은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기간에 걸쳐 매년 24억원 지원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기존 34m에서 94m로 확대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65억원으로 증액 등이다. 이 3가지 안은 그동안 밀양시가 산업부와 한전에 제도 개선을 촉구한 내용이 수용된 부분이다.
밀양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특별지원안은 지역주민 갈등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안'이라 평가하고 '한전과 주민간 협의를 위해 전방위적 행정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원안에는 △이주 희망 주민들에게 주택 매입비와 이사비용 지원 △송전선로 선하지(線下地) 20만m²에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지역에 재투자하고, 토지 소유자는 토지 임대료를 매년 받는다.
또 △선로 인근 팬션을 임차해 체력장으로 활용 △마을기업 육성 △한전 인턴채용시 지역주민 또는 자녀 가점 부여 △지역주민 건강검진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주민 대책위는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여당과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22일 당정협회의를 갖고 6월 임시국회 제출돼 있는 송전선로 보상 등에 관한 법안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고, 예산도 확실하게 마련키로 했다.
한전이 약속한 지원책을 정부와 여당이 보증선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밀양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한편 밀양송전탑 건설공사 착공 후 △주민-한전 대화위원회 △경실련 중재 보상협의회 △주민-한전 토론회 △반대 대책위와 실무협의(개별협의 71회, 움막방문 33회) △경영진 현장 방문 등 갈등해소 노력을 전개해 왔다.
한전은 "공사와 병행해 반대 주민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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