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문화사업도 주민 손으로

지역내일 2013-05-29
송파구 5년째 전문도우미 운영 … "행정 보조자에서 주체로 성장"

"작품을 배치하려면 색감이 중요한데 여러분이 전문가예요. 화장을 30~40년은 해오셨잖아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옷 입을 때도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느낌으로 아시죠?"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지하보도가 30여명 남짓한 여성들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전시 구상부터 작가와 작품선정 섭외 예산배분 장소·공간배치까지 전시회 하나를 통째로 기획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는 이들은 전시책임자가 아니다. 송파구에서 진행하는 문화사업을 주민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전문도우미들이다.

송파구가 문화사업 분야 전문도우미 '문화서포터즈'를 5년째 운영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내부에서도 주민들이 당초에는 단순한 행정 보조자로 참여했지만 지금은 문화행정 주체로까지 성장했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구에서 전문 문화도우미를 결성한 건 지난 2008년 2월. 구립 미술관 개관, 점심시간을 이용한 도시락음악회 등 문화예술분야 사업이 늘어나면서 구와 주민을 잇는 가교역할을 할 이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는데 첫해부터 지휘 전시기획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준전문가들이 참여, 기대 이상 활약을 펼쳤다.

당초 문화도우미들에게 주어졌던 역할은 구립미술관 작품해설과 안내, 음악회 등 공연 진행과 안내, 구에서 개최하는 각종 축제 등 문화행사 진행요원 등이었다.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이웃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전문도우미'답게 스스로 영역을 넓혀갔다. 실력을 키우기 위한 공부가 우선. 지난해부터 자원자들로 공부모임을 꾸려 매달 한차례 전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기 위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쌓은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체 전시회도 개최, 미술 공예 사진 작품을 주민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이미애 회장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작가와 작품 미술사조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처우는 '재교육'이라는 도우미들 요청을 받아들여 송파구도 한달에 두차례 문화강좌를 열고 있다. 미술 역사 철학 문학 등 전문가들을 초빙, 관심 영역과 지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3일 강좌에 앞서 9일에도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을 찾아 손상진 전시책임자에게 전시기획에 대한 강의를 들은 참이다. 6월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기다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구청 도움으로 키운 실력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송파구 미술관 전문 도우미' 카페를 운영하며 서포터즈 운영계획, 구립 미술관 기획전 홍보계획 등을 직접 짠다. 지난해부터는 구 대표잔치중 하나인 벚꽃축제에서 직접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을 운영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는 마을예술창작소도 모양새를 갖추기까지 문화도우미 역할이 컸다. 정지숙(45·송파동)씨를 주축으로 전담반을 꾸려 창작소로 쓸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부터 문화예술과 재능기부에 관심이 있는 주민인재를 찾는 일까지 도맡았다. 지금은 문화도우미와 지역 예술동아리 청소년활동가 디자이너 등 10명이 운영위원회를 꾸려 6월 8일 '맛보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정지숙씨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관람자에 머물다가 작가의 의도를 주민들에게 전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관람객 만족도가 높아지는 만큼 보람도 커서 전담반 활동도 큰 어려움 없이 했다"고 돌이켰다.

도우미들은 올해도 벚꽃축제 준비를 비롯해 활동영역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허미경 부회장은 "주민과 구청을 잇는 매개고리 역할을 강화했으면 한다"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예술쪽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현주 구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처음에는 그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주민들이라 생각했는데 공무원 이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고 열성적"이라며 "도우미들이 없으면 문화행정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라고 평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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