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2차 명단공개 … 한화·SK·대우인터 전현직 임원도 포함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27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로 확보한 조세회피처 유령법인 설립 한국인 245명의 명단 중 7명의 이름을 2차 공개했다.
이날 밝힌 명단에는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부부,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이 포함됐다.
◆지주회사 출범 앞두고 유령법인 = 뉴스타파에 따르면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당시 한진해운 전무)는 2008년 10월 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 그룹'이란 이름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주주로 등록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3주 전인 2008년 12월 9일 발행주식 5만주 중 90%에 해당하는 4만5000주를, 조 전 대표가 나머지를 취득했다. 조 전 대표는 한진해운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한진해운은 1년 후인 2009년 12월 분할,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다.
회장 및 대표이사 취임, 회사분할 등을 전후해 유령법인을 설립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진해운 측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최 회장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지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대표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이벤트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에 따라 세금이 굉장히 많이 왔다갔다 한다"며 회사 분할을 앞두고 유령법인을 설립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법인 세우고 아파트 매매 =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은 1996년 2월 19일 쿡 아일랜드에 '파이브 스타 아쿠 트러스트'란 이름의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한화재팬 직원 시절이다.
같은 해 3월 1일, 이 회사의 연결회사인 '파이브스타 아쿠 리미티드'가 하와이 호놀룰루의 '우라쿠타워' 아파트 한 세대를, 이듬해 8월 추가로 한 세대를 더 매입했다. 이 아파트들은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 현지법인인 한화재팬에 팔렸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유령법인 설립 대행사인 PTN은 아파트 매각직후인 2002년 7월 내부 문서에 부동산 매각으로 235만달러의 수익이 생겼다고 썼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회사에 대해 "절세, 혹은 탈세 이혼소송에 따른 위자료 부담의 회피, 기업파산의 채무부담의 회피를 위해서 자산을 숨겨놓는 상품"이라며 탈세나 채무부담 회피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들 아파트의 실소유주가 한화재팬이라며 "부동산투자, 거래처 접대, 임직원 출장 등을 위해 현지 부동산업체가 추천한 방식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 해외법인의 해외부동산 구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개인이 구입한 후 제약이 풀린 2002년 회사가 다시 구입했다"며 "부동산 매각 차익은 3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친지 부탁으로…" 환치기 의혹 =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는 1996년 1월 15일 버진 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유령법인을 설립, 단독 등기이사 겸 부인과 함께 주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표는 "국내에서 저축한 돈과 퇴직금 등이 있어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 대표는 "해외에서 아는 친지가 자기의 (해외) 돈을 줄 테니 한국에서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유령법인을) 만들어 입금을 시켜주고 내가 한국에 있던 돈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해명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조 전 대표는 유령법인을 이용해 '환치기'를 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조 전 사장은 또 "외환이 부족해서 상당히 어려울 때 아이들이 해외에 갈 때 도와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구태여 미국이 아니라 낯선 곳에 유령법인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과 무관한 퇴직임원 개인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2년도 안됐는데 … =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2005년 7월 18일 버진 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란 이름으로, 유춘식 전 사장도 2007년 4월 18일 같은 곳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세웠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다.
이덕규 전 이사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컴퍼니는 본부장급 이사였던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대우인터내셔널측은 "자산관리공사 승인 없이 회사 임원이 대표자 허락도 없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회사는 법인설립을 한 적이 없고, 절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유 전 사장의 경우 "벤처캐피털에 6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주식은 2008년 당시 주당 1달러에서 현재 0.04센트로 분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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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27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로 확보한 조세회피처 유령법인 설립 한국인 245명의 명단 중 7명의 이름을 2차 공개했다.
이날 밝힌 명단에는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부부,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이 포함됐다.
◆지주회사 출범 앞두고 유령법인 = 뉴스타파에 따르면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당시 한진해운 전무)는 2008년 10월 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 그룹'이란 이름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주주로 등록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3주 전인 2008년 12월 9일 발행주식 5만주 중 90%에 해당하는 4만5000주를, 조 전 대표가 나머지를 취득했다. 조 전 대표는 한진해운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한진해운은 1년 후인 2009년 12월 분할,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다.
회장 및 대표이사 취임, 회사분할 등을 전후해 유령법인을 설립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진해운 측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최 회장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지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대표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이벤트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에 따라 세금이 굉장히 많이 왔다갔다 한다"며 회사 분할을 앞두고 유령법인을 설립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법인 세우고 아파트 매매 =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은 1996년 2월 19일 쿡 아일랜드에 '파이브 스타 아쿠 트러스트'란 이름의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한화재팬 직원 시절이다.
같은 해 3월 1일, 이 회사의 연결회사인 '파이브스타 아쿠 리미티드'가 하와이 호놀룰루의 '우라쿠타워' 아파트 한 세대를, 이듬해 8월 추가로 한 세대를 더 매입했다. 이 아파트들은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 현지법인인 한화재팬에 팔렸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유령법인 설립 대행사인 PTN은 아파트 매각직후인 2002년 7월 내부 문서에 부동산 매각으로 235만달러의 수익이 생겼다고 썼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회사에 대해 "절세, 혹은 탈세 이혼소송에 따른 위자료 부담의 회피, 기업파산의 채무부담의 회피를 위해서 자산을 숨겨놓는 상품"이라며 탈세나 채무부담 회피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들 아파트의 실소유주가 한화재팬이라며 "부동산투자, 거래처 접대, 임직원 출장 등을 위해 현지 부동산업체가 추천한 방식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 해외법인의 해외부동산 구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개인이 구입한 후 제약이 풀린 2002년 회사가 다시 구입했다"며 "부동산 매각 차익은 3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친지 부탁으로…" 환치기 의혹 =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는 1996년 1월 15일 버진 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유령법인을 설립, 단독 등기이사 겸 부인과 함께 주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표는 "국내에서 저축한 돈과 퇴직금 등이 있어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 대표는 "해외에서 아는 친지가 자기의 (해외) 돈을 줄 테니 한국에서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유령법인을) 만들어 입금을 시켜주고 내가 한국에 있던 돈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해명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조 전 대표는 유령법인을 이용해 '환치기'를 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조 전 사장은 또 "외환이 부족해서 상당히 어려울 때 아이들이 해외에 갈 때 도와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구태여 미국이 아니라 낯선 곳에 유령법인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과 무관한 퇴직임원 개인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2년도 안됐는데 … =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2005년 7월 18일 버진 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란 이름으로, 유춘식 전 사장도 2007년 4월 18일 같은 곳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세웠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다.
이덕규 전 이사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컴퍼니는 본부장급 이사였던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대우인터내셔널측은 "자산관리공사 승인 없이 회사 임원이 대표자 허락도 없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회사는 법인설립을 한 적이 없고, 절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유 전 사장의 경우 "벤처캐피털에 6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주식은 2008년 당시 주당 1달러에서 현재 0.04센트로 분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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