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 운용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십수년간 써오던 신성장동력이라는 말을 또 한번 포장만 바꿔 되풀이한 정치쇼에 불과할지, 아니면 진정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지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있다. 집권 기간내 이 창조경제의 실마리가 조금이라도 풀려야 최소한 실패한 정부라는 오명은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따로 뗄 수 없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대로라면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조건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를 필두로 해서 창조경제를 지지하고 그 내용을 채우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이 입장에 따라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의 제도적 인프라스트럭처로 인식하고 있다.
남양유업사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사례들에서 보듯이 고통스럽게 억눌려 하루하루 버티기 바쁜 무한 생존경쟁에 여념이 없는데, 어떤 창조나 창의도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민주화와의 결부는 이전의 다른 보수정권이 내세웠던 성장정책과 신정부의 정책을 차별짓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인수위 보고서의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말을 거쳐 현재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기업상생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해가고 있다.
결국 '상생'과 '공정'이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중 함께 한 대표적인 재벌총수들이 앞다투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외쳤다. 경제민주화를 이렇게 좁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말인가.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도 '공정' 외쳐
그런데 문제는 이 '상생'과 '공정'이 한두번 듣던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나온 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이어 대통령 주재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회의 열렸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춰 대중소기업 협력강화를 위한 의견도 냈다.
2006년 3월에는 기존의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보완하고 대체해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안에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하면 안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2010년 하반기들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가치라고 내놓았던 것이 '공정'이요 '공정사회 만들기'였다. 당시 공정이라는 화두는 청와대가 기대했던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야당조차 이 말을 즐겨 써 그 확산에 기여했고, 대기업들과 재계단체들은 사회적 역할이나 협력업체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연일 만들어 내놓았다. 이 때 사용되었던 공정이라는 말의 핵심이 바로 '경제적 갑과 을의 불공정한 관계'라는 표현에 나오는 그 공정이다.
그런데 이제 2013년에 남양유업사태다. 앞으로 터져나올 유사한 사례도 줄지어 있는 모양이다. 놀랍게도 남양유업은 2006년에도 밀어내기로 공정위에 시정명령을 받는 등 1998년부터 최근까지 10차례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았다고 한다.
뒤로는 '어용 대리점 단체' 결성에 관여
정치권은 언제나처럼 법률을 새로 만든다고 나섰다. 남양유업은 앞으로는 대국민사과문을 내면서도 뒤로 '어용 대리점 단체'결성에 관여하는 꼼수를 부렸다 해서 시끄럽다. 이 모든 일이 낯설지 않다. 신문의 날짜만 가리고 본다면 언제 일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정부가 경제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으려면 남양유업사태가 과거와 같은 식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공정과 상생이 안되면 창조경제도 안되는 것이 국민에게 약속한 논리이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자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은 "99%는 큰 문제가 없는데, 1%에서 발생한 피해"라고 선긋기에 나섰다. 이래서야 벌써부터 실패한 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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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 운용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십수년간 써오던 신성장동력이라는 말을 또 한번 포장만 바꿔 되풀이한 정치쇼에 불과할지, 아니면 진정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지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있다. 집권 기간내 이 창조경제의 실마리가 조금이라도 풀려야 최소한 실패한 정부라는 오명은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따로 뗄 수 없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대로라면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조건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를 필두로 해서 창조경제를 지지하고 그 내용을 채우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이 입장에 따라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의 제도적 인프라스트럭처로 인식하고 있다.
남양유업사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사례들에서 보듯이 고통스럽게 억눌려 하루하루 버티기 바쁜 무한 생존경쟁에 여념이 없는데, 어떤 창조나 창의도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민주화와의 결부는 이전의 다른 보수정권이 내세웠던 성장정책과 신정부의 정책을 차별짓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인수위 보고서의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말을 거쳐 현재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기업상생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해가고 있다.
결국 '상생'과 '공정'이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중 함께 한 대표적인 재벌총수들이 앞다투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외쳤다. 경제민주화를 이렇게 좁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말인가.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도 '공정' 외쳐
그런데 문제는 이 '상생'과 '공정'이 한두번 듣던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나온 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이어 대통령 주재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회의 열렸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춰 대중소기업 협력강화를 위한 의견도 냈다.
2006년 3월에는 기존의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보완하고 대체해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안에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하면 안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2010년 하반기들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가치라고 내놓았던 것이 '공정'이요 '공정사회 만들기'였다. 당시 공정이라는 화두는 청와대가 기대했던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야당조차 이 말을 즐겨 써 그 확산에 기여했고, 대기업들과 재계단체들은 사회적 역할이나 협력업체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연일 만들어 내놓았다. 이 때 사용되었던 공정이라는 말의 핵심이 바로 '경제적 갑과 을의 불공정한 관계'라는 표현에 나오는 그 공정이다.
그런데 이제 2013년에 남양유업사태다. 앞으로 터져나올 유사한 사례도 줄지어 있는 모양이다. 놀랍게도 남양유업은 2006년에도 밀어내기로 공정위에 시정명령을 받는 등 1998년부터 최근까지 10차례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았다고 한다.
뒤로는 '어용 대리점 단체' 결성에 관여
정치권은 언제나처럼 법률을 새로 만든다고 나섰다. 남양유업은 앞으로는 대국민사과문을 내면서도 뒤로 '어용 대리점 단체'결성에 관여하는 꼼수를 부렸다 해서 시끄럽다. 이 모든 일이 낯설지 않다. 신문의 날짜만 가리고 본다면 언제 일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정부가 경제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으려면 남양유업사태가 과거와 같은 식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공정과 상생이 안되면 창조경제도 안되는 것이 국민에게 약속한 논리이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자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은 "99%는 큰 문제가 없는데, 1%에서 발생한 피해"라고 선긋기에 나섰다. 이래서야 벌써부터 실패한 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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