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대생 살해사건, 생사람 잡을뻔한 경찰

지역내일 2013-06-03 (수정 2013-06-03 오후 2:25:51)
택시기사 유력 용의자로 추적…사건 당일 여대생과 술자리 합석한 남성 초동수사 소홀

대구 여대생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사건발생 8일만에 범인을 잡았지만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자칫 '생사람'을 잡을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새벽 택시를 탔다가 살해된 후 경주의 한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대생 남 모(22)양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택시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한 결과, 지난달 31일 택시기사 이 모씨를 긴급체포까지 했으나 조사 시작 6시간여만에 진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경찰은 택시기사 이씨가 "여대생을 태워 가던 중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남자친구 행세를 하며 택시 뒷문으로 타 택시방향을 바꿨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뒤늦게 택시를 탄 남자를 다시 추적해 1일 새벽 진범 조 모(24)씨를 잡았다. 범인 조씨는 사건발생 직전 여대생 남양과 함께 술을 마신 남성중 한 명이었다.

긴급체포까지 했던 택시기사는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진술을 해 불과 몇시간만에 유력 용의자에서 범죄해결의 일등공신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31일 대구시 달서구 자택에서 긴급체포된 택시기사 이씨는 6시간에 걸친 경찰조사에서 남양의 살해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대신 경찰에 "남양을 태우고 네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수성구 남양의 아파트로 가던 중 수성구 한 네거리에서 20대 남성이 갑자기 택시 뒷문으로 타 남양의 남자친구라고 하며 택시를 북구 산격동으로 가자고 해서 차를 돌려 산격동 모텔 인근에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수성구 남양의 아파트를 네비게이션을 찍어 갈 정도로 택시경력이 1년도 안된 이씨는 또 "남양을 태울 당시 외국인이 2만원을 준 기억이 강해 남양이 살해된 여학생인 줄 몰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때서야 남양과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남자 3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사건발생 초기 남양의 여자 지인 2명과 외국인 1명 등으로부터 남자와 합석한 진술을 받고 폐쇄회로TV영상까지 확보하고도 신원을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무혐의로 밝혀진 직후 새벽 3시30분쯤 대구시 중구 삼덕동 술집에서 조씨를 검거했다. 조씨는 남씨 등과 어울려 술을 마셨던 술집에서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조씨가 범죄를 저지런 직후 사라졌다면 자칫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미궁에 빠질 수 도 있었다.

경찰이 조씨의 신원과 주거지 등을 초기에 파악해 택시기사 수사와 병행했더라면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여기에 숨진 남양의 휴대폰 신호가 딱 한번 잡힌 지점과 범인 조씨의 거주지가 같은 산격동이고 조씨가 성범죄 전과자로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돼 있어 경찰의 초동수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

경찰은 1일 오후 5시 사건관련 브리핑에서도 조씨의 성범죄 전과사실에 대해 답변을 얼버무렸다.

한편 대구 중부경찰서는 2일 여대생 남 모(22)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조 모(24ㆍ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4시20분쯤 대구 중구 클럽 골목에서 남씨가 탄 택시를 다른 택시를 타고 뒤따라 가 신호대기중인 남씨의 택시에 애인이라며 동승한 후 남씨를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가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마구 때려 살해했다. 다음날 새벽 시신을 경북 경주의 한 저수지에 버리고 달아났다.

조씨는 경찰에서 "클럽에서 만난 남씨가 마음에 들어 뒤따라갔다"며 "술 마신 남양을 부축해 원룸으로 들어가다 넘어져 남씨가 입주위에 피를 흘리자 신고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손으로 목을 조르고 때렸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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