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를 일군 나라로 꼽히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충청도만한 크기의 작은 나라지만 인구 2000명당 한 명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가 하면, 국민 1인당 미국 특허가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나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논할 때 이스라엘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이스라엘 뒤에는 요즈마펀드라는 국가 주도의 벤처캐피탈이 있었다.
◆요즈마펀드, 민간 자율성 최대한 존중 = 요즈마펀드는 1993년에 이스라엘 정부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다. 요즈마는 히브리어로 창의를 뜻하는데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벤처 캐피탈 펀드다. 벤처 캐피탈이란 기술과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아직 시장이 조성돼 있지 않은 등의 문제로 실패할 위험이 커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나 투자한 자금을 말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에 1억달러를 조성하여 8000만달러는 10개 민간 벤처 캐피탈에 자금을 대주는 요즈마 펀드로, 나머지 2000만달러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요즈마 벤처 펀드로 운용했다.
요즈마펀드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다. 예를 들어 요즈마 펀드의 출자를 받으려는 민간 벤처 캐피털은 기존 금융회사와 소유 관계가 없는 독립적 회사를 세워야 했다. 그리고 정부는 40%만 투자해 민과 관이 함께하는, 그러나 주도권은 민이 쥐고 있는 민관 벤처 캐피탈을 10개만들었다. 여기에는 소규모 벤처 캐피탈뿐 아니라 유수의 외국계 투자은행, 이스라엘 현지의 금융회사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정부는 벤처 캐피탈과 투자를 받는 창업기업들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했다. 첨단기술을 가진 창업기업의 육성을 돕는 역할을 하는 수석과학관이 요즈마 펀드 이사회에 참여해 창업 기업의 애로 사항을 벤처 캐피탈에, 벤처 캐피탈의 요구 사항을 창업 기업에 전달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요즈마 펀드는 민간에게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벤처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소극적인 인센티브가 아니라 적극적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벤처 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이 성공했을 경우 그 투자자에게는 정부가 갖고 있는 지분 40%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다. 이런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가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지난달 25일 방한해 국회에서 요즈마펀드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에를리히 회장은 "창업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경험"이라면서 "칠전팔기식 창업가들이 있어야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은 문을 닫아도 인재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과거 실패를 겪은 기업가가 재차 보조금을 요청해도 귀책사유가 없었다면 얼마든지 지원금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창업 기업 지원 =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인 창조기업의 산실이었던 미국에는 어떤 식의 창조경제 지원시스템이 마련돼 있을까. 미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시스템보다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벤처 캐피탈 또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특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서비스 기업들이 창업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초창기 단계의 기업에 소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전략이나 네트워크, 기업운영에 필요한 법적 자문 등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서비스 기업을 말한다. 단순히 돈만 투자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Y컴비네이터(Y Combinator)다. 2005년 폴 그레이엄이 창업한 이 회사는 매년 2차례 40여개 기업에 각기 2만달러(약 2200만원) 이하의 자금을 투자한 다음 3개월간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에어B&B, 드롭박스 등 지금은 유명해진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세계의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벤치마킹해 지난달 27일 D캠프를 개관하기도 했다. D캠프는 초창기 기업들이 사무실-인맥-멘토링 등을 한꺼번에 지원받을 수 있는 허브를 지향한다. D캠프를 주도한 이나리 기업가정신센터장은 "각 나라의 액셀러레이터마다 특징이 다르다"면서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교육, 네트워크가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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