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언론인
한양대 강의교수
세계 어느 나라나 대미 외교를 우선시 한다. 그런데 일본의 대미외교 중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9년 4월 일본 외교관들은 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아소 다로 당시 총리(현 재무상)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막판까지 동분서주했다가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일본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열렸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물러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뀌는 총리들은 하나같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데 외교의 최고 우선순위를 둔다. 미국이 '동맹 재확인'에 머무르는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에 부담을 가질 정도다.
왜 일본 총리들은 미일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에 목을 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힘의 원천이며 자신들의 존립근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 탓에 취약해진 정권의 기반을 미국의 지지로 유지하려고 정권들은 틈날 때마다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말 한마디가 일본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정권이 역사를 부정하는 망발을 하고 있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아베 정권 사람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다 못해, 이제는 침략 부인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군대 보유, 교전권을 금지한 이른바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권은 일본의 망발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본 내부 문제"라며 "일본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일본의 우경화는 동아시아 불안요인
어떻게 일본의 헌법 개정이 일본 국내 문제일 수 있는가. 일본이 고치려는 조항은 헌법 개정 절차에 관한 내용으로 9조를 고치기 위한 예비수순이다. 전범 국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앞장서 만든 평화헌법의 핵심조항을 손대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그동안 말로는 몇 차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반성한다는 말까지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우경화가 동아시아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움직임을 국내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려는 미국의 억지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딕 아미티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본 대사로 내정됐다가 막판에 뒤바뀌었던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일 동맹을 아시아의 안정을 고정하는(anchoring) 장치가 될 것을 주문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금지를 "동맹의 방해물"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헌법 개정에는반대했지만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역설하는 글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고 갈 수 있는가.
일본의 우경화는 오바마 정권 들어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자신의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해 일본 도쿄에서 '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하고 '아시아 중시 외교'(pivot to asia)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미국의 일본 중시 정책이 일본의 우경화에 한 몫 한 것이다. 일본 우경화에 오바마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셈이다.
오바마 취임 이후 일본 우경화 가속화
2007년 3월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서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언이 없다'고 말했다가 한국의 반발을 무시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한마디 하자 21일 후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며 사과를 표시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다시 아베다. 아베 정권의 망발에 미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미국도 분명하게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 고삐를 잡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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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강의교수
세계 어느 나라나 대미 외교를 우선시 한다. 그런데 일본의 대미외교 중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9년 4월 일본 외교관들은 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아소 다로 당시 총리(현 재무상)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막판까지 동분서주했다가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일본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열렸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물러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뀌는 총리들은 하나같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데 외교의 최고 우선순위를 둔다. 미국이 '동맹 재확인'에 머무르는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에 부담을 가질 정도다.
왜 일본 총리들은 미일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에 목을 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힘의 원천이며 자신들의 존립근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 탓에 취약해진 정권의 기반을 미국의 지지로 유지하려고 정권들은 틈날 때마다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말 한마디가 일본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정권이 역사를 부정하는 망발을 하고 있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아베 정권 사람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다 못해, 이제는 침략 부인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군대 보유, 교전권을 금지한 이른바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권은 일본의 망발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본 내부 문제"라며 "일본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일본의 우경화는 동아시아 불안요인
어떻게 일본의 헌법 개정이 일본 국내 문제일 수 있는가. 일본이 고치려는 조항은 헌법 개정 절차에 관한 내용으로 9조를 고치기 위한 예비수순이다. 전범 국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앞장서 만든 평화헌법의 핵심조항을 손대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그동안 말로는 몇 차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반성한다는 말까지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우경화가 동아시아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움직임을 국내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려는 미국의 억지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딕 아미티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본 대사로 내정됐다가 막판에 뒤바뀌었던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일 동맹을 아시아의 안정을 고정하는(anchoring) 장치가 될 것을 주문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금지를 "동맹의 방해물"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헌법 개정에는반대했지만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역설하는 글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고 갈 수 있는가.
일본의 우경화는 오바마 정권 들어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자신의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해 일본 도쿄에서 '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하고 '아시아 중시 외교'(pivot to asia)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미국의 일본 중시 정책이 일본의 우경화에 한 몫 한 것이다. 일본 우경화에 오바마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셈이다.
오바마 취임 이후 일본 우경화 가속화
2007년 3월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서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언이 없다'고 말했다가 한국의 반발을 무시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한마디 하자 21일 후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며 사과를 표시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다시 아베다. 아베 정권의 망발에 미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미국도 분명하게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 고삐를 잡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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