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동결 시사에도 금리 떨어져 … 인하 기대감 여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시장반응이 심상찮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강력한 동결 시그널을 보냈지만 시장은 인하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2bp(1bp=0.01%p) 하락하는 등 여전한 인하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총재 스스로도 말했듯 시장이 김 총재를 믿지 못하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서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이 나를 믿지 않고 다른 것을 보고 믿은 것 같다"고 말한 바있다.
김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음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기축통화를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9일 열리는 금통위를 일주일밖에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 시사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총재 발언의 약발은 딱 하루밖에 가지 않았다. 김 총재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9bp 올랐고 10년물도 7bp나 상승했다.
그러나 그날뿐이었다. 다음 날인 7일엔 금리 되돌림이 시작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4%로 전 거래일보다 2bp 떨어졌고 5년물과 10년물도 1bp씩 하락했다.
유럽연합에 이어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하기대감은 더욱 강해졌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7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3%에서 연 2.75%로 0.25%p 낮추기로 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다. 호주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호주가 금리를 인하하자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과 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고채 3년 금리가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락하다가 금통위의 동결 결정 직후 일시 급등한 뒤 이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김 총재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김 총재가 친정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아직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과의 소통 부재가 답답하다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이 정말 듣고 싶은 것은 금리 인하도, 동결에 대한 장황한 설명도, '우리는 충분히 했다'는 자기 방어도 아니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건 한은이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시장과의 소통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전에 공공에 대한 책임"이라며 "한은은 일방적으로 중앙은행을 몰아붙이는 듯한 시중의 행태에 대한 분노를 잠시 접고 이 시점에 시장과 한은이 왜 이렇게 엇갈리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어떤 경우든 불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과 중앙은행이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며 "화해는 불확실성의 해소이며 주식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를 가장 큰 호재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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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결정하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시장반응이 심상찮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강력한 동결 시그널을 보냈지만 시장은 인하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2bp(1bp=0.01%p) 하락하는 등 여전한 인하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총재 스스로도 말했듯 시장이 김 총재를 믿지 못하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서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이 나를 믿지 않고 다른 것을 보고 믿은 것 같다"고 말한 바있다.
김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음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기축통화를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9일 열리는 금통위를 일주일밖에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 시사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총재 발언의 약발은 딱 하루밖에 가지 않았다. 김 총재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9bp 올랐고 10년물도 7bp나 상승했다.
그러나 그날뿐이었다. 다음 날인 7일엔 금리 되돌림이 시작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4%로 전 거래일보다 2bp 떨어졌고 5년물과 10년물도 1bp씩 하락했다.
유럽연합에 이어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하기대감은 더욱 강해졌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7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3%에서 연 2.75%로 0.25%p 낮추기로 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다. 호주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호주가 금리를 인하하자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과 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고채 3년 금리가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락하다가 금통위의 동결 결정 직후 일시 급등한 뒤 이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김 총재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김 총재가 친정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아직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과의 소통 부재가 답답하다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이 정말 듣고 싶은 것은 금리 인하도, 동결에 대한 장황한 설명도, '우리는 충분히 했다'는 자기 방어도 아니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건 한은이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시장과의 소통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전에 공공에 대한 책임"이라며 "한은은 일방적으로 중앙은행을 몰아붙이는 듯한 시중의 행태에 대한 분노를 잠시 접고 이 시점에 시장과 한은이 왜 이렇게 엇갈리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어떤 경우든 불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과 중앙은행이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며 "화해는 불확실성의 해소이며 주식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를 가장 큰 호재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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