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노숙인 238명 거리 벗어났다

지역내일 2013-06-10 (수정 2013-06-10 오후 1:55:59)
서울시 전문상담반 6개월 운영성과
병원·시설 연계한 노숙인 중 86%

지난해 겨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충정로역 지하도 계단에서 발견된 노숙인 이 모씨. 머리카락은 심하게 엉키고 심한 악취를 풍기던 그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이었다. 갈아입을 옷이나 음식물도 거부하던 그가 서울시립은평병원에서 3개월 치료를 받은 뒤 남성 노숙인 사회복지 생활시설로 입소했다. 단답형이나마 질문에 답변이 가능해졌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게 됐다.

주 5회 이상 술을 마시던 손 모씨도 비슷한 시기 서울역 지하도에서 발견됐다. 정신과 외래진료와 고혈압으로 인한 내과진료를 받던 그는 지난 3월 신경정신과에서 근로능력 평가진단서를 발급받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지금은 상담을 받으며 술을 끊고 약을 지속적으로 먹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접근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됐던 정신과 노숙인 238명이 거리를 '탈출'해 눈길을 모은다. 서울시에서 만성 거리노숙인을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상담반'을 꾸려 운영한지 6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이씨같은 거리 노숙인 238명이 거리 노숙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 등으로 연계한 277명 중 85.9%에 달한다.


열명 중 8명 이상이 자립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건 시에서 지난해 말 꾸린 정신과 전문상담반 덕이다. 시는 2011년 11월부터 보건복지부 민간단체와 함께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보건 전문요원 등 전문 의료진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1년 뒤부터 8명으로 구성된 전문상담반을 운영해왔다.

상담반은 2개 조로 나뉘어 주 3회 거리노숙인이 밀집된 서울역 등지에 야간진료에 나섰다. 정신건강을 살피고 1인당 3회 이상 상담을 하면서 증상을 관찰·기록했고 전문의 진단을 통해 응급입원과 시설연계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72차례에 걸친 거리상담 결과 그간 정신과 증상을 보여 접근이 어려웠던 노숙인 413명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67%인 277명이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에 응했다. 전문가들은 그 가운데 238명이 거리노숙에서 탈출한 것으로 진단했다. 138명은 상태가 심각해 은평병원 등 전문의료기관에 입원해, 80명은 재활시설 등에 입소해 치료를 받았다. 응급 쪽방 등 주거지원을 통해 생활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도 27명이다. 나머지 39명은 다시 거리로 돌아갔다.

서울시는 병원이나 시설을 택한 노숙인들이 다시 거리노숙에 빠지지 않도록 전담반에서 지속적으로 사례관리를 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시 거주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욕구파악을 했고 관계 기관과 협의해 병원과 시설 등을 벗어난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 지역정신보건센터나 가까운 주민센터 등 지역사회 복지자원과 연계도 필수 사항이다. 시는 "특히 상태가 심각해 병원 입원 치료를 받은 노숙자들은 더 촘촘히 지원, 대부분 지역사회에 정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도시연구소도 최근 서울시내 거리노숙인 실태조사 중간보고에서 "전문상담반이 거리노숙인 욕구와 특성에 적절히 대응, 거리노숙인 규모 감소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1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노숙인 61.9%가 알콜 의존상태이거나 위험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거리노숙인도 11.7%에 달한다.

김경호 복지건강실장은 "알코울 의존증을 포함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고생하는 거리생활자가 많다"며 "얼마 전 문을 연 알코올 해독센터와 더불어 전문상담반을 통해 만성 거리노숙인이 건강한 시민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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