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국가기관의 정치중립 어떻게 지킬까

지역내일 2013-06-10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기관의 정치중립의무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만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검찰기소가 마무리되고, 무대는 법원으로 옮겨갈 것 같다. 이 사건이 검찰기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 국가기관의 정치중립은 정치의 불개입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위법사실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분명해졌다.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외압사실 폭로가 그의 위법행위에 직접 증거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보인 경찰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4월 19일 권 과장의 폭로가 있을 때까지 검찰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적 압력이 지속되었다. 만약 이런 노력들이 없었다면 검찰의 자발적인 수사와 경찰의 협조로 이 사실들이 밝혀질 수 있었을까? 그래도 이 사건은 좀 낫다. 경찰 내부의 고발로 경찰은 면을 세울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압력과 언론의 추적이 없었다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활동을 드러내는 일은 훨씬 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 3월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25차례 게재했고, 그 중 상당수가 국내정치에 대한 개입내용이었다.

"불법집회나 불법노조를 등한시한 부분이 있는데, 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정상화 … 일부 언론의 편향된 정부비판·좌파옹호에는 적극 대처"하라거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종북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움직이므로 … 더욱 분발"하라는 국정원장의 '지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중죄의 증거다.

이런 증거들이 드러나기까지 언론사들의 집요한 추적이 있었다. 5월 1일 한국기자협회의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5개월여의 추적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존재와 내용을 밝혀냈다.

또 다른 언론사는 대통령선거 캠페인 동안 트워터 내용을 분석,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개의 아이디와 정치개입활동 내용을 밝혀냈다. 이런 증거들을 들이밀지 않았다면, 전 국가정보원장의 기소가 가능했을까?

물론 아직 이 사건의 해결은 아직 많은 난제들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위와 같은 증거들을 두고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다.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시기 활동을 선거개입 행위로 볼 것인지,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직접 있었는지 등이 논란이란다.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발언과 행위를 한 것이 명백한데, 더 구체적인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기관장의 위법적 발언이 있었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들여 벌인 위법적 활동이 명백한데, 직접성이 입증될 수 없다면 다른 어떤 증거들이 추가로 더 필요할까? 법무부와 검찰은 일반인의 법 상식으로는 참 납득하기에 난해한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특정후보에 유리한 발언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있나?
6월 7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무부가 검찰의 기소를 방해한다는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면서, "지금도 우리는 손끝하나 안 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국정원이라는 핵심 국가기관의 위법행위가 어렵게 밝혀지고 검찰의 기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국가기관에 대한 총괄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청와대가 손끝하나 대지 않고 입장 하나 발표하지 않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아무튼 앞으로도 국가기관의 정치중립의무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언론과 평범한 시민들의 정치활동이 더욱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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