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학생 인권 말살하는 0교시 수업

지역내일 2002-03-19 (수정 2002-03-21 오후 4:50:48)
“아침 먹고 오지 못한 사람 손들어봐요?”
절반쯤 되는 아이들이 손을 든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갔다가 밤늦게 귀가하여 자정이 넘어 잠이 든 아이들, 5시간 조금 넘는 수면 시간으로는 아침에 눈을 뜨기 힘들다. 8시 등교시간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서둘다보면 밥맛은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 우유 한잔 편하게 마시지 못하고 등교한 아이들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리가 없다. 속은 쓰리고 20평 교실에는 지켜야 할 의무와 치열한 경쟁만이 정글처럼 도사리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공부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서울 강남의 평범한 중학교 교실 풍경이다.
뉴스에 보도된 대로 참다 못한 전국의 양호교사들(전교조 보건위원회)이 마침내 ‘0교시 수업 실태 조사’를 했다. 조사대상 74개 학교 중 55%가 0교시 수업을 강행하고 있고, 역시나 대다수의 아이들이 아침밥을 굶고 등교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로 인해 위장 장애와 불면증을 앓고 정신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노한 양호교사들은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교장을 문책하고, 저녁 10시 이후의 학원 수강을 금지시키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하였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키고자 하는 눈물겨운 호소였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교육부는 ‘보충·자율학습’ 전면 부활이라는 ‘옛 노래’를 틀었다.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책은 비정규 수업 시수를 늘려서 입시교육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 시달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교육부의 그러한 조치는 ‘타는 불에 기름 끼얹기’나 다름없다.
‘0교시 수업’은 89년에 유엔에서 제정되고 91년에 한국이 가입한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이 나타내고 있는 ‘아이들은 사랑의 대상이자 권리의 주체’라는 참된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보충·자율학습을 부활시킨 민주당과 교육부는 국제 인권 조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며,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아이들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36명의 우리 반 아이들에게 민주당과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학생 인권 말살’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는 훈화를 했다. 수업을 들어가는 학급의 아이들에게도 연계 교육을 통해 대통령과 교육부총리, 해당 관료들의 비교육적인 행위에 대해 훈화를 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정부가 ‘의식의 제 자리 뛰기’를 반복하는 동안 교사들과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가슴속에는 나날이 차가운 분노가 깊어질 것이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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