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조각 때 관료 중용→발탁된 관료 다시 선후배 관료 중용
관료, 국정철학 이해 낮고 부처이기주의 갇혀 … 개혁동력 약화 원인
박근혜정부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원 출신이 대거 중용되고 있다. '관료 전성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이 관료출신을 선호하는데다, 이렇게 발탁된 관료들이 공공기관이나 정부 입김이 미치는 민간기업에 자신의 선후배를 대거 밀어넣으면서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관료들에 둘러싸이는 모양새다.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해지지만, 새 정부의 개혁 동력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료출신 인사위, 관료 선호 = 박 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짜면서 관료를 대거 발탁했다. 역대정권은 정권 초만큼은 개국공신격인 정치권 출신을 중용, 개혁을 주도하도록 했지만 박근혜정부는 달랐다. 박근혜정부 내각과 청와대 1급 이상 공무원 281명 가운데 무려 211명(75.1%)이 관료출신으로 채워졌을 정도다. 역대정권보다 10%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치권 출신은 7.5%에 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관료 선호는 그들이 국정 전문가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전문가인 정치권 출신은 대선으로 임무가 끝났고, 국정은 국정 전문가인 관료에게 맡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애국심 강한 고시출신 엘리트관료를 앞세워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과거를 모범사례로 보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관료선호는 공공기관과 정부 입김이 미치는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한 관료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관료 선후배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대거 밀어넣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관료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확정된 KB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수협은행장, 국제금융센터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전부 관료출신이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는 민간출신 전문가가 맡던 자리였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윤창중 사건 이후 인사가 안전위주로 가면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적은 관료출신의 입지가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정권 성패에 관심없는 관료조직 = 관료출신이 득세하면서 여권에선 우려의 시선이 늘고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은 가능해졌지만, 새 정부의 역동성은 실종될 위기라는 진단이다. 청와대 비서진이 대표적이다. 관료출신 비서관들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적고 이행하는데는 탁월하지만, 지시 외의 선도적 업무추진은 생각조차 안한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밀양 송전탑 사건이 전형적 사례다. 박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며 다그치기 전까지 관련수석실과 정부부처는 송전탑 사건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괜히 앞서서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관료주의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청와대 수석실 사이에도 칸막이는 여전히 높다는 전언이다. 국정기획수석실이 미래전략수석실의 창조경제 업무에 '조언'하면 미래전략수석실이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식이다. 관료들의 부처 이기주의 속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관료출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 부족도 드러낸다. 집권 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업무 전반에 녹여내야 하는데, 철학을 이해조차 못해 허둥대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대북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참모진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잦았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관료는 자신의 승진과 보직, 그리고 소속부처가 우선이지 정권 성패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역대 대통령들도 보고 잘하고 '안된다'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는 관료를 선호했지만, 나중엔 관료에 둘러싸여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곤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인사도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쇄신 청사진을 먼저 만들고, 이 청사진에 걸맞는 인물을 찾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조언이다. 청사진없이 개별 기관 인사로 가다보니 인사권을 쥔 관료출신이 선후배 관료를 중용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것. 다른 여권 관계자는 "관료가 또다른 관료를 낳는 동종교배는 조직 긴장감과 내부경계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의 개혁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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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국정철학 이해 낮고 부처이기주의 갇혀 … 개혁동력 약화 원인
박근혜정부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원 출신이 대거 중용되고 있다. '관료 전성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이 관료출신을 선호하는데다, 이렇게 발탁된 관료들이 공공기관이나 정부 입김이 미치는 민간기업에 자신의 선후배를 대거 밀어넣으면서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관료들에 둘러싸이는 모양새다.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해지지만, 새 정부의 개혁 동력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료출신 인사위, 관료 선호 = 박 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짜면서 관료를 대거 발탁했다. 역대정권은 정권 초만큼은 개국공신격인 정치권 출신을 중용, 개혁을 주도하도록 했지만 박근혜정부는 달랐다. 박근혜정부 내각과 청와대 1급 이상 공무원 281명 가운데 무려 211명(75.1%)이 관료출신으로 채워졌을 정도다. 역대정권보다 10%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치권 출신은 7.5%에 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관료 선호는 그들이 국정 전문가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전문가인 정치권 출신은 대선으로 임무가 끝났고, 국정은 국정 전문가인 관료에게 맡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애국심 강한 고시출신 엘리트관료를 앞세워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과거를 모범사례로 보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관료선호는 공공기관과 정부 입김이 미치는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한 관료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관료 선후배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대거 밀어넣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관료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확정된 KB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수협은행장, 국제금융센터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전부 관료출신이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는 민간출신 전문가가 맡던 자리였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윤창중 사건 이후 인사가 안전위주로 가면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적은 관료출신의 입지가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정권 성패에 관심없는 관료조직 = 관료출신이 득세하면서 여권에선 우려의 시선이 늘고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은 가능해졌지만, 새 정부의 역동성은 실종될 위기라는 진단이다. 청와대 비서진이 대표적이다. 관료출신 비서관들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적고 이행하는데는 탁월하지만, 지시 외의 선도적 업무추진은 생각조차 안한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밀양 송전탑 사건이 전형적 사례다. 박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며 다그치기 전까지 관련수석실과 정부부처는 송전탑 사건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괜히 앞서서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관료주의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청와대 수석실 사이에도 칸막이는 여전히 높다는 전언이다. 국정기획수석실이 미래전략수석실의 창조경제 업무에 '조언'하면 미래전략수석실이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식이다. 관료들의 부처 이기주의 속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관료출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 부족도 드러낸다. 집권 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업무 전반에 녹여내야 하는데, 철학을 이해조차 못해 허둥대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대북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참모진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잦았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관료는 자신의 승진과 보직, 그리고 소속부처가 우선이지 정권 성패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역대 대통령들도 보고 잘하고 '안된다'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는 관료를 선호했지만, 나중엔 관료에 둘러싸여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곤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인사도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쇄신 청사진을 먼저 만들고, 이 청사진에 걸맞는 인물을 찾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조언이다. 청사진없이 개별 기관 인사로 가다보니 인사권을 쥔 관료출신이 선후배 관료를 중용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것. 다른 여권 관계자는 "관료가 또다른 관료를 낳는 동종교배는 조직 긴장감과 내부경계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의 개혁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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