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마주치는 사람마다 표정이 밝고 구김살이 없다. 낯선 이방인을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쌀람!(안녕!) 어디에서 왔어요? 영어 가능해요?" 대부분 먼저 말을 걸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즐거워한다. 남성들은 어깨를 감싸는 약간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호탕하게 웃는다. 젊은이들은 영어를 비교적 유창하게 구사하며, 중·장년층도 간단한 생활영어는 가능하다.
지난달 이란을 여행하면서 만난 이들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고 권리가 신장되면서 형식만 중매인 연애결혼이 늘고 이슬람교법이 인정한 '일부다처제'도 점차 사문화하고 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광대한 고원과 사막의 나라이다. 하지만 페르시아 이전부터 거미줄처럼 엮은 지하수로를 이용해 사막에도 물을 댔으며, 이 물로 중부 쉬라즈 평원과 야즈드 등 오아시스 도시에서 온갖 농작물을 경작했다. 견과류인 피스타치오는 수출특산품이며, 쉬라즈산 포도와인은 우리나라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농경민의 태양숭배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어서 농사가 가능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춘분(3월 21일)이 이란에선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국경일이다.
하지만 이란 국민들의 삶은 날로 곤궁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가 3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주지하는 대로 1979년 이맘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한 뒤부터 시작되었다. 팔레비 왕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방위조약을 체결(1959)하고 여성들의 차도르 착용을 금지하는 등 '백색혁명'을 추진했으나, 부정부패와 이슬람 적대정책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무너졌다.
1만달러 웃돌던 1인당국민소득 반토막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세계 최대 매장량의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무기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유엔 결의를 통해 유럽연합이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특히 2011년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발표된 뒤부터 사정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그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2011년에만 41억 달러를 투자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지난해엔 직접투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 1년반 사이에 이란화의 달러 환율은 3배 이상 폭등했다. 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1년여 전만 해도 1만달러를 웃돌던 1인당 국민소득은 반토막이 났다.
그래서였을까· 이란에 이변이 일어났다. 14일 치른 제11대 대통령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중도성향의 하산 로우하니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슬람보수파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라프산자니, 하타미 등 개혁파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를 얻은 로우하니가 과반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은 것이다. 서방언론은 로우하니가 유연한 대서방 정책과 언론 자유 신장 등을 공약해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고 평가하며 벌써부터 이란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우하니 당선자도 이슬람 최고지도자 이맘 하메네이 중심의 신정체제와 핵 개발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핵을 포기하면 이란은 곧바로 이라크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이란 보통사람들의 믿음이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나라 표준시 '127.5도'로 옮기자
화려한 장미꽃을 사랑해 마을마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장미정원을 꾸며 놓은 나라, '불과 물과 바람과 땅'을 신성하게 여기는 조로아스터교를 섬기다가 뒤늦게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스크 성전에 모여 예배하며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토론하는 나라, 이란의 국민들은 코란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들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종교적 편견과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길 기원해본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긴급제안 하나. 우리나라 표준시를 일본 도쿄 대신 서울 기준인 동경 127.5도로 옮겨 영국 그리니치보다 8시간 30분 앞서는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란은 67.5도 표준시로 그리니치보다 4시간 30분 앞선다. 과문한 탓에 30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한 나라를 처음 접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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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는 사람마다 표정이 밝고 구김살이 없다. 낯선 이방인을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쌀람!(안녕!) 어디에서 왔어요? 영어 가능해요?" 대부분 먼저 말을 걸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즐거워한다. 남성들은 어깨를 감싸는 약간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호탕하게 웃는다. 젊은이들은 영어를 비교적 유창하게 구사하며, 중·장년층도 간단한 생활영어는 가능하다.
지난달 이란을 여행하면서 만난 이들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고 권리가 신장되면서 형식만 중매인 연애결혼이 늘고 이슬람교법이 인정한 '일부다처제'도 점차 사문화하고 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광대한 고원과 사막의 나라이다. 하지만 페르시아 이전부터 거미줄처럼 엮은 지하수로를 이용해 사막에도 물을 댔으며, 이 물로 중부 쉬라즈 평원과 야즈드 등 오아시스 도시에서 온갖 농작물을 경작했다. 견과류인 피스타치오는 수출특산품이며, 쉬라즈산 포도와인은 우리나라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농경민의 태양숭배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어서 농사가 가능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춘분(3월 21일)이 이란에선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국경일이다.
하지만 이란 국민들의 삶은 날로 곤궁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가 3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주지하는 대로 1979년 이맘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한 뒤부터 시작되었다. 팔레비 왕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방위조약을 체결(1959)하고 여성들의 차도르 착용을 금지하는 등 '백색혁명'을 추진했으나, 부정부패와 이슬람 적대정책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무너졌다.
1만달러 웃돌던 1인당국민소득 반토막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세계 최대 매장량의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무기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유엔 결의를 통해 유럽연합이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특히 2011년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발표된 뒤부터 사정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그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2011년에만 41억 달러를 투자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지난해엔 직접투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 1년반 사이에 이란화의 달러 환율은 3배 이상 폭등했다. 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1년여 전만 해도 1만달러를 웃돌던 1인당 국민소득은 반토막이 났다.
그래서였을까· 이란에 이변이 일어났다. 14일 치른 제11대 대통령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중도성향의 하산 로우하니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슬람보수파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라프산자니, 하타미 등 개혁파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를 얻은 로우하니가 과반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은 것이다. 서방언론은 로우하니가 유연한 대서방 정책과 언론 자유 신장 등을 공약해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고 평가하며 벌써부터 이란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로우하니 당선자도 이슬람 최고지도자 이맘 하메네이 중심의 신정체제와 핵 개발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핵을 포기하면 이란은 곧바로 이라크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이란 보통사람들의 믿음이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나라 표준시 '127.5도'로 옮기자
화려한 장미꽃을 사랑해 마을마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장미정원을 꾸며 놓은 나라, '불과 물과 바람과 땅'을 신성하게 여기는 조로아스터교를 섬기다가 뒤늦게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스크 성전에 모여 예배하며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토론하는 나라, 이란의 국민들은 코란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들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종교적 편견과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길 기원해본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긴급제안 하나. 우리나라 표준시를 일본 도쿄 대신 서울 기준인 동경 127.5도로 옮겨 영국 그리니치보다 8시간 30분 앞서는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란은 67.5도 표준시로 그리니치보다 4시간 30분 앞선다. 과문한 탓에 30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한 나라를 처음 접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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